[강갑생의 바퀴와 날개] 내 비행기는 왜 버스타고 가서 탈까? 탑승구 배정의 원칙

[여행]by 중앙일보

[강갑생의 바퀴와 날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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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항에서 비행기를 탈 때 탑승구(게이트)를 나가서는 대기 중이던 셔틀버스를 타고 멀리 이동하는 경우가 간혹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공항에 도착해서 여객터미널까지 버스를 이용하기도 하는데요.


이렇게 비행기에 탑승 또는 도착 때 버스를 타고 이동하는 걸 항공에서는 흔히 '리모트(Remote)'라고 부릅니다. '멀리 떨어진' 정도의 의미를 지닌 단어인데요. 실제로 이런 리모트가 이뤄지는 곳이 바로 '원격주기장' 입니다.


탑승구를 나가면 탑승교(보딩 브릿지)가 이어지고, 이를 통해 곧바로 비행기에 탈 수 있는 주기장은 '접현주기장'이라고 부릅니다. '탑승교 주기장'으로도 불립니다. 출발이든 도착이든 승객 입장에서는 사실 이 접현주기장이 훨씬 편하게 느껴질 텐데요.



버스로 이동해 비행기타는 '리모트'


원격주기장과 터미널을 오가기 위해 버스를 타고, 또 비행기 출입문과 연결된 스텝카(계단차)를 오르내리는 건 번거로울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리모트' 상황이 되면 공항이나 항공사에 항의하는 승객도 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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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왜 여객기를 승객이 선호하는 '접현주기장'에 배정하지 않고 멀리 있는 '원격주기장'으로 가도록 할까요. 승객 입장에서는 어느 탑승구냐를 의미하기도 하는데요. 무엇보다 주기장 배정에는 절차와 원칙이 있습니다.


인천공항의 경우 주기장 배정은 대한항공 등 국적사는 운항 하루 전에 하고, 외국항공사는 정기편은 한 달 전, 부정기편은 운항 하루 전에 하는데요. 계류장운영팀이 담당합니다. 이때 항공사가 제출해 국토교통부에서 승인받은 항공기 운항계획과 특별 요청 사항 등을 반영합니다.


주기장을 배정하는 우선순위는 첫째 3시간 이내 연결(턴어라운드, Turnaround) 편입니다. 공항에 도착해서 승객을 내린 뒤 급유·기내식 탑재 등 지상조업과 승객 탑승을 마치고 곧바로 출발하는 항공편입니다. 그다음이 출발 편이고 세 번째가 도착 편입니다.



출·도착 연결 편, 주기장 우선 배정


박희태 인천공항 계류장운영팀장은 "여객기 한 대가 마냥 주기장을 차지하고 있으면 공항 운영에 차질이 생기기 때문에 항공기 등급별로 사용시간을 정해뒀다"고 설명합니다. 참고로 항공기는 A380 같은 대형(F급)에서 B737 등 소형(C급), 그리고 경비행기(A급)까지 크기에 따라 6개 등급으로 나뉘는데요.


기체가 큰 만큼 급유나 정리 등에 시간이 더 걸리기 때문에 등급이 높을수록 사용시간도 더 많이 주어집니다. 예를 들어 출발 편의 경우 F급은 90분, E급 80분, C급은 60분이 기준입니다. 도착 후 출발까지 주기장을 연이어 사용하는 연결편은 C급이 2시간 25분이지만 F급은 3시간 40분이 제한시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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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공항은 또 탑승구가 제1 여객터미널과 탑승동, 제2 여객터미널로 나뉘어 있고 이를 이용하는 항공사들이 구분되어 있기 때문에 주기장 배정 역시 이를 따르는데요. 제1 터미널은 아시아나항공과 스타얼라이언스 소속 외항사, 원월드 소속 항공사, 그리고 제주항공과 진에어 일부가 이용합니다.


탑승동은 국적 및 외항사 중 저비용 항공사(LCC) 등이, 제2 터미널은 대한항공과 에어프랑스 등 스카이팀 11개사가 우선 배정됩니다. 여기까지가 주기장 배정의 원칙입니다. 그럼 탑승교가 있는 접현주기장과 '리모트'를 하는 원격주기장으로 나누는 건 어떤 기준일까요.



정시 운항에 편수 많은 항공사 유리


인천공항의 '공항 운영 및 운영지원 규정'에 따르면 접현주기장은 정시운항률, 운항편수와 여객·항공사·지상조업의 편의 등을 고려해 허용 가능한 범위에서 특정 항공사의 운항편을 배정할 수 있도록 하고 있는데요. 아무래도 인천공항을 많이 이용하고, 지연 출발·도착이 적은 항공사가 유리합니다.


또 여러 이유로 회항하는 항공기는 여객 편의를 위해 접현주기장에 우선 배정하고, 장애인 승객이 탑승한 항공기도 접현주기장 배정을 요구하는 경우 먼저 반영한다고 하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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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원격주기장은 탑승교 이용이 구조적으로 어려운 항공기가 가게 되며, 비행기가 몰리는 첨두 시간(피크 타임)에는 주기장 운영에 연속해서 3차례 문제를 일으킨 항공사와 미리 정해놓은 순번의 항공사 등이 간다고 합니다. 인천공항에선 하루에 5~7편 정도가 원격주기장을 사용합니다.


그런데 사실 현장에서는 이런 기준과 원칙을 엄격하게 적용하기 어려운 상황이 수시로 발생한다고 합니다. 박희태 팀장은 "하루 전에 배정했던 주기장 계획이 당일 날 바뀌는 비율이 40%가 넘는다"고 말합니다.



앞선 비행기 출발 늦어지면 리모트행


무엇보다 여객기들이 당초 예정한 시간보다 늦게 도착하기도 하고, 접현주기장에 있는 비행기가 정비 또는 승객 미탑승 등의 이유로 출발이 계속 늦어지는 상황들이 수시로 생기기 때문인데요. 해당 주기장을 예약해놓은 여객기 입장에서는 오도 가도 못하며 피해를 입는 셈입니다.


피크타임에는 사용 가능한 탑승교 주기장이 모자라기 때문에 인근의 다른 게이트를 배정해주기도 어렵습니다. 이런 상황이 되면 결정은 기장이 하게 되는데요.


당초 배정받은 주기장이 20~30분 이내에 비워진다고 하면, 유도로에서 기다리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그러나 더 오래 기다려야 할 상황이 되면 하는 수 없이 원격주기장으로 가기도 하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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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현주기장에는 등급별 항공기가 정치해야할 위치가 정해져 있다. [사진 인천공항]

이렇게 계획에 없이 원격주기장으로 가게 되면 승객을 이동시킬 버스와 각종 조업 장비를 준비하느라 30분 정도 시간이 지체된다고 합니다. 그래서 기장 입장에서는 조금 기다렸다가 접현주기장으로 가는 게 더 낫다고 판단할 수도 있어 보입니다.



탑승교 주기장별 사용 가능 항공기 달라


간혹 근처의 접현주기장은 비어있는데 원격주기장으로 가게 하느냐고 항의하는 경우도 있다고 하는데요. 여기에도 사정이 있습니다. 접현주기장은 얼핏 다 같아 보이지만 주기장별로 사용 가능한 항공기 등급이 정해져 있습니다. 급유 등 각종 업무를 하기 위한 공간 확보가 필요하기 때문인데요.


아무 비행기나 보낼 수 없는 이유입니다. 최근에는 새로 출시된 항공기의 엔진과 탑승교 거리가 너무 가까워 안전거리(1.5m)를 맞추지 못해 주기장을 못쓰는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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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한가지는 지상조업사가 다른 경우입니다. 지상조업은 급유와 수하물 운반·탑재 등 비행기 출발과 도착 때 필요한 작업 등을 말합니다. 인천공항에는 모두 6개의 지상조업사가 각 항공사와 계약을 맺고 운영 중인데요.


박희태 팀장은 "조업사 마다 사용하는 장비의 종류와 연식이 다르다"며 "항공사가 바뀌면 이들 장비로 지상조업이 사실상 어렵기 때문에 조업사가 다른 경우 접현주기장이 비어있어도 배정할 수가 없다"고 설명합니다.


여러 원칙과 기준, 그리고 어려운 현장 여건을 거론했지만 실제로는 훨씬 더 많은 돌발 상황과 변수가 생긴다는 게 인천공항 얘기입니다. 김포공항을 비롯한 다른 공항도 조금씩 차이가 있을 뿐 상황은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승객 입장에서는 리모트가 불편하겠지만, 조금만 더 여유를 갖고 이해하면 어떨가 싶습니다.


강갑생 교통전문기자 kksk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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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8.07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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