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오래]'차알못'이지만 자동차는 꾸미고 싶어

[라이프]by 중앙일보


[더,오래] 한재동의 남자도 쇼핑을 좋아해(24)

나의 첫 번째 차는 96년식 구형 프라이드였다. 친구들은 어디 가서 기죽지 말라는 뜻의 ‘존심이’라는 애칭을 붙여주었다. 무려 오토매틱 기어였으며, 수동으로 창문을 내려야 하는 뒷자리와 달리 앞자리는 창문을 자동으로 여닫을 수 있었다. 다만 에어컨과 히터가 잘 작동하지 않아, 겨울에는 춥고 여름에는 더웠다. 사촌 형이 폐차한다기에 넘겨받은 차였는데, 당시에는 너무 좋아서 매일 쓸고 닦던 기억이 있다.


무엇보다 좋았던 것은 나만의 공간이 생겼다는 것이었다. 시동을 걸고 카팩(자동차 카세트테이프에 AUX로 연결해 다른 오디오 기기를 플레이할 수 있게 해주는 아이템)으로 음악을 틀면, 나만의 온전한 음악감상실이 되었다. 당시 나는 보닛 여는 방법도 모르던 요즘 말로 ‘차알못(어떤 차가 좋은 차인지 나쁜 차인지 전혀 알지 못하는)’이었지만, 나만의 공간을 꾸미고 싶은 마음은 있었다. 그러나 뭐부터 해야 할지 몰라서 기껏 한 것이 목쿠션과 통풍구에 거는 컵홀더를 사는 것 정도였다. 심지어 전 주인이 해치백에 붙여놓은 대형 독수리 스티커조차 떼지 못해 그냥 붙이고 다닐 정도였다.


첫차인 ‘존심이’와의 이별은 별안간 찾아왔다. 주말 출근을 하던 날 갑자기 찢어진 타이어에 도로에서 아찔한 경험을 했다. 마침 직장생활로 돈도 모은 터라 새 차를 사고 싶다는 욕망이 스멀스멀 올라오던 차에 명분이 생긴 것이다. 시세보다 몇 만 원 더 받고 지구 반대편 아프리카 대륙으로 첫차를 보내고, 흰색 SUV를 샀다. 연식 차이를 보니 첫차의 16년 후 모델인데, 블루투스 연결이 되는 등 기술이 비약적으로 발전했다고 느꼈다. 특히 여름에 시원하고 겨울에 따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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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를 세워두고 멍하니 바라만 보고 있어도 웃음이 났다. ‘어쩌면 저렇게 차가 이쁠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선루프를 열면 머리 위로 쏟아지는 자연채광을 받으며 선글라스 속에서 성공한 남자의 웃음을 짓기도 했다. 당시 유행하던 드라마 ‘신사의 품격’에서 장동건이 타고 다니던 벤츠의 애칭인 ‘베티’를 따라서 ‘써티’라고 이름도 지어줬다. 서른 살에 샀다는 뜻이었다.


친구나 직장동료의 차를 얻어타게 되면 늘 내부를 관찰하고, 좋은 것은 따라 샀다. 소위 ‘카테리어’라고 부르는 것이었다. 가장 좋았던 것은 콘솔박스 쿠션이었다. 나만 그런 것인지 모르겠지만 운전을 하다 보면 자연스레 콘솔박스에 오른쪽 팔꿈치를 올리게 된다. 그런데 그 위에 부드러운 가죽 쿠션을 붙여두니 운전 자세가 매우 편안해졌다. 콘솔박스 뚜껑에 고무줄로 간단히 설치할 수 있고 가격도 비싸지 않아 만족도가 높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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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솔박스 커버는 운전시 자세를 편안하게 해준다. [사진 알리익스프레스]

핸들 커버도 추천한다. 장점은 여러 가지인데, 일단 겨울에 차가운 운전대를 잡는 고통을 없애준다. 핸들에 열선이 들어있어서 따뜻하게 데워준다는 차도 있지만, 그것이 없어도 핸들 커버를 설치하면 어느 정도 해결이 된다. 핸들의 미끄럼 방지 기능과 더불어 잡을 때의 느낌도 더 좋게 해준다. 나의 경우는 색상에 인테리어 포인트를 줘 원색 핸들 커버를 구매했다. 부담스럽지 않게 나만의 개성을 드러낸 것 같아서 좋았다.


결혼 후 아내와 같이 차를 몰게 되었다. 대청소하는 김에 흙 묻은 신발 등으로 더러워진 매트부터 새것으로 바꾸었다. 바닥과 옆면을 동시에 감싸주어 청소가 편하다는 3D매트를 구매했다. 매트는 개인별로 호불호가 갈리는 것 같은데, 나의 경우는 만족스럽지 못했다. 아내는 내가 청소를 자주 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타박하는데, 틀린 말은 아닌 것 같다.


내비게이션 역할을 스마트폰 APP 이 대신하는 요즘에는 스마트폰 거치대가 필수다. 다양한 형태의 거치대가 있었으나 충전선 연결만은 모두 해결하지 못했는데, 얼마 전 무선 충전이 가능한 스마트폰 거치대가 나왔다. 스마트폰을 거치하는 것만으로도 충전이 가능한 아이디어 상품이었다. 무엇보다도 자동으로 스마트폰의 크기에 맞춰 받침대가 조절되는 것이 멋있었다. 뭔가 미래의 기술을 사용하는 느낌이었다.


셀프세차가 취미이고, 차를 잘 꾸미는 친구에게 추천받은 카테리어 아이템은 대시보드 커버와 도어커버였다. 대시보드 커버는 대시보드 위를 덮어주는 것으로 다양한 소재가 있다. 여름에 차량 내부 온도 상승을 막아 열효율을 높게 해주는 기능도 있고 무엇보다 청소가 쉽다. 먼지가 쌓이기 쉽고 청소는 어려운 대시보드를 커버만 벗겨서 털어주면 청소가 끝나기 때문이다. 도어커버는 발이 문에 닿아 생기는 얼룩과 스크래치를 막아준다. 문을 여닫으며 발이 많이 닿는 SUV에 특히 필요하다.


차량 내부 방향제를 중요시하는 분도 많다. 다만 개인적으로 고가의 제품보다 본인에게 맞는 은은한 향을 추천한다. 방향제의 향마다 호불호가 갈리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나는 좋아하지만 동승자가 싫어하는 향이면 멀미가 나는 등 곤혹스럽다. 그리고 방향제는 교체주기가 빨라서 비용이 꽤 들어간다. 무엇보다도 에어컨에서 꿉꿉한 냄새가 나면 아무리 좋은 방향제를 써도 무용지물이다. 무엇보다도 시기에 맞춰 필터 교체를 해주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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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는 차를 아끼는 사람이 많아 심지어 취미가 세차인 분이 꽤 많다. 유튜브에 셀프 세차로 검색하면 정말 다양한 콘텐트가 나올 뿐 아니라, 셀프세차 용품만 전문으로 판매하는 인터넷 쇼핑몰이 있을 정도다. 나도 분무기로 뿌리고 수건으로 닦기만하면 간단하게 손 세차를 할 수 있다는 아이디어 상품을 산 적이 있다. 세차 비용이 아까워 황토색인 줄 알았다는 말을 들을 정도로 차에 먼지가 쌓였을 때였다. 땀을 뻘뻘 흘리며 차를 닦는 동안 귀가 얇은 자신을 원망했다. 그때 깨달았다. 내가 차를 아끼는 정도는 셀프세차까지는 아니고 기계세차까지다.


직장인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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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8.07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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