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 대신 달걀만 듬뿍’…요즘 이 김밥이 잘 나가는 이유

[푸드]by 중앙일보

집에서 김밥을 싸 본 사람들은 안다. 김밥 한 줄에 얼마나 많은 밥이 들어가는지. 김 위에 넓게 펼쳐 꾹꾹 눌러 담은 밥은 반 공기 이상이다. 다이어트를 하는 사람들이 김밥을 멀리해야 하는 이유다. 그래서일까, 요즘 김밥에는 밥이 없다. 밥이 없는데 김밥이라 불러도 될지 아리송한 새로운 김밥의 출현이다. 밥 대신 달걀 지단을 얇게 채 썰어 가득 채우거나 메밀 면·곤약으로 밥을 대신한다. 저탄고지(저탄수화물·고지방 김밥), 즉 탄수화물을 줄인 키토 김밥이 인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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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천안에 사는 김미정(38)씨는 최근 키토 김밥 싸는 재미에 푹 빠졌다. 김밥을 좋아하는데 칼로리가 걱정돼 밥을 빼고 만들게 된 게 계기다. 주로 채소를 듬뿍 넣고 닭 가슴살, 달걀 등을 넣어 크게 싸는데 밥이 없어도 한입 가득 차 꽤 만족스럽다. 김씨는 “김발 위에 김을 올리고 달걀 지단을 크게 부쳐 올린 뒤 상추·파프리카·당근·치즈·오이 등을 넣어 돌돌 만다”며 “다이어트 하면서 채소와 닭 가슴살이 물릴 때 별미로 추천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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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토제닉 식단, 즉 탄수화물을 줄이고 지방과 단백질 섭취를 늘린 식단이다. 다이어트에 도움이 된다는 게 알려지면서 일상에서 쉽게 실천할 수 있는 키토 김밥이 떠오르고 있다. SNS나 온라인 카페 등에는 최근 키토 김밥을 만들어 먹었다는 게시물이 심심치 않게 올라온다. 재료도 다양하다. 탄수화물만 들어가지 않으면 되기 때문에 마요네즈에 버무린 참치를 채소와 함께 듬뿍 넣거나 베이컨·소시지·슬라이스 치즈 등을 넣기도 한다. 다이어트 식단답게 닭 가슴살이나 으깬 두부를 넣은 김밥도 있다. 쉽게 구할 수 있고 단백질 함량도 높은 달걀은 그 중에서도 제일 만만한 재료다. 단, 키토제닉 식단은 당(설탕)을 제한하기 때문에 달콤한 맛이 도는 단무지는 넣지 않는 경우가 많다. 대신 무채나 묵은지, 오이 등으로 아삭한 식감을 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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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토 김밥 맛에 대한 반응은 대게 좋은 편이다. ‘밥이 없어 부담도 적기 때문에 두 줄도 먹을 수 있다’ ‘밥이 없어도 생각보다 너무 맛있다’ ‘한 번에 많은 채소를 쉽게 먹을 수 있어 좋다’ 등이다. 노란색 달걀과 초록색 채소, 주황색 당근이 어우러진 키토 김밥은 보기에도 화려해 시각적 만족감까지 준다는 의견도 많다. 키토 김밥을 잘 싸기 위한 소소한 노하우도 공유된다. 키토 김밥을 만들 때 가장 힘든 건 끈기 있는 밥이 없어서 재료와 김이 잘 고정되지 않는다는 점. 이럴 때 활용하기 좋은 재료가 바로 치즈다. 김 위에 달걀 지단을 크게 부쳐 올리고 슬라이스 치즈를 깔면 치즈가 살짝 녹으면서 속 재료가 고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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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부터는 키토 김밥을 파는 외식 공간도 하나둘 생기고 있다. 서울 강남구 논현동의 ‘헬로 키토’는 키토제닉 전문점이다. 이곳의 인기 메뉴는 김에 불고기와 크림치즈를 듬뿍 넣어 돌돌 만 ‘소불고기 크림치즈 롤’이다. 형식은 김밥이지만 밥을 넣지 않았기 때문에 ‘롤’이라고 부른다. 키토제닉 식단으로도 쉽게 외식을 즐길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가게를 열었다는 유주상 대표는 “요즘 워낙 저탄수화물 다이어트에 관심이 많아서 배달 주문이 밀릴 정도”라며 “키토식을 하지 않는 ‘탄수인(일반인)’들도 먹어보면 의외로 맛이 좋다는 반응”이라고 했다. 서울 강남역 인근의 ‘보슬보슬’은 달걀 지단으로 꽉 찬 ‘보슬 김밥’으로 키토 식단 마니아들의 발걸음을 이끈다. 키토 김밥 한 줄에 달걀만 5개가 들어간다. 서울 낙성대역 인근의 ‘소풍 가는 날’, 서울 교대역 인근의 ‘그릿 918’ 등에서도 키토 김밥을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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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키토 김밥이 다이어트에 실제 도움은 될까. 이상훈 더존한방병원 원장은 “밥 대신 달걀을 듬뿍 넣은 키토 김밥은 훌륭한 키토제닉 다이어트 음식”이라며 “다만 매번 극단적으로 탄수화물을 제한하는 식단은 오래 지속하기 어렵기 때문에 탄수화물을 조금 먹되 총 섭취 칼로리를 제한하는 방식이 건강에 더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유지연 기자 yoo.jiyoe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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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8.07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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