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수와 막장로맨스, 우크라 스캔들···바이든 '아픈손가락' 헌터

[트렌드]by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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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와 딸은 물론 손자·손녀까지 동원됐던 조 바이든의 유세 현장에서 단 한 번도 모습을 보이지 않은 가족이 있다. 하나뿐인 아들 헌터 바이든(50)이다. 지난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화상 연설을 한 것이 전부였다. 오히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유세 현장에선 헌터의 이야기가 빠지지 않고 나왔다.


미국 보이스오브 아메리카는 “트럼프 대통령의 ‘10월의 서프라이즈(October surprise)’는 헌터였다”라는 평가까지 했다. 지난달 헌터의 노트북에서 ‘우크라이나 스캔들’의 정황이 담긴 이메일이 발견됐다는 보도가 나오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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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선거인단 과반수를 확보하며 사실상 승리를 거머쥔 바이든에게 헌터는 ‘아픈 손가락’이다. 원래 차남인 헌터는 1970년 미국 델라웨어주(州)에서 태어났다. 그는 1972년 크리스마스를 1주일 앞두고 교통사고로 엄마와 갓 돌이 지난 여동생 나오미를 잃었다. 본인과 친형 보 바이든도 중상을 입었다. 2015년엔 친형 보 바이든이 뇌종양으로 숨졌다. 바이든이 헌터를 “나의 유일한 살아남은 아들”이라고 부르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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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에 대한 애정이 유별난 ‘패밀리 맨’ 바이든이지만, 헌터는 '아픈 손가락'이었다. 헌터의 이력과 미국 주요 언론들이 “엉망(Messy)”이라고 표현할 정도로 탈 많은 그의 사생활 때문이다.


변호사이자 로비스트였던 헌터는 델라웨어주 검찰총장까지 지내며 전형적인 엘리트 정치인의 길을 걸었던 형 보와는 달랐다. 2014년엔 코카인 검사에서 양성 반응이 나와 미 해군 예비군에서 퇴출당하기도 했다.


특히 헌터는 2015년 사망한 형의 부인인 홀리 바이든과 교제하며 미국에서조차 ‘막장 로맨스’란 비판을 받았다. 당시 그는 부인과 별거 중으로, 법적으로 유부남 상태라 비판의 목소리는 더욱 컸다.


당시 바이든 당선인은 “헌터와 홀리가 (보 바이든의 죽음이라는) 아픔을 함께 이겨내는 것을 응원한다”는 입장을 내며 헌터를 감싸기도 했다. 결국 헌터는 2년 만에 ‘막장 로맨스’를 끝내고 남아프리카공화국 출신의 영화계 인사인 멜리사 코헨과 지난해 재혼했다.


더 큰 문제가 된 것은 ‘우크라이나 스캔들’ 혹은 ‘헌터 스캔들’이다. 헌터는 2014년 4월부터 5년간 우크라이나 최대 천연가스기업인 부리스마 홀딩스의 이사로 재직하며 매달 약 5만 달러(약 5600만 원)를 받았다. 이 과정에서 당시 부통령이었던 바이든 당선인과 ‘이해 충돌’ 논란이 일었다.


부리스마를 수사하려던 당시 빅토르 쇼킨 우크라이나 검찰총장이 2016년 바이든 당시 부통령의 압력으로 해임됐기 때문이다. 바이든 당선인은 이에 대해 반부패 차원에서 유럽연합 등과 함께 압력을 행사해 우크라이나 의회가 부패한 인물인 쇼킨 전 총장을 해임한 것일 뿐, 아들 헌터와는 상관없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지난달 뉴욕포스트 등 현지 보수 언론을 중심으로 헌터의 노트북에서 2015년 4월 우크라이나 부리스마 측 고위 인사가 헌터에게 “나를 워싱턴에 초대해 당신 아버지를 만날 기회를 줘 감사하다”는 내용의 이메일이 발견됐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 측은 헌터의 이메일이 ‘우크라이나 스캔들’의 스모킹건(결정적 증거)이라며 선거 유세에 줄곧 이용해왔다. 헌터의 노트북과 이메일의 진위는 아직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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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대해 바이든은 줄곧 근거 없는 공격이라고 부인했다. 그는 대선 1차 TV토론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헌터를 공격하는 질문을 하자 “많은 사람처럼 헌터는 마약 문제를 겪었다. 하지만 지금 극복했고, 나는 그가 매우 자랑스럽다”라고 옹호했다.


트럼프 대통령 측은 2016년 힐러리 클린턴의 ‘이메일 게이트’와 같은 효과를 노리며 대선 기간 내내 총공세에 나섰지만, 판세를 뒤집지는 못했다.


바이든이 백악관에 입성하더라도 헌터가 트럼프 대통령의 장녀 이방카처럼 백악관에 들어갈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인다. 서정건 경희대 교수는 “바이든은 트럼프 대통령의 4년을 비판해왔다”며 “제일 비판했던 것 중 하나가 제러드 쿠슈너, 이방카 트럼프 등을 보좌관과 고문 등에 앉히며 가족 정치를 한 것”이라고 말했다. 서 교수는 이어 “차남을 데리고 들어갈 근거도 없다”며 “헌터가 백악관에 들어갈 확률은 없다”고 전했다.


제임스김 아산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도 “미국에서 대통령이 자녀에게 백악관에서 역할을 맡기며 가족 정치를 한 사례는 거의 없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특이한 경우”라고 말했다.


석경민 기자 suk.gyeongmin@joon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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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8.07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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