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200% 폭발…25년전 다이애나 스웨터가 뜨는 이유

[라이프]by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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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 양떼 무리 속 검은 양 한 마리가 수놓인 붉은색 스웨터. 고 다이애나 전 왕세자비가 1983년 남편 찰스 왕세자와 함께 폴로 경기장에 입고 나타난 옷이다. 이 스웨터는 현재 영국 런던의 빅토리아 앤드 알버트 미술관에 소장돼 있다. 그런데 앞으로는 길거리에서도 이 검은 양 스웨터를 볼 수 있을 듯하다. 영국 의류업체 ‘웜 앤드 원더풀’이 미국 의류업체 ‘로잉블레이저스’와 손잡고 해당 스웨터를 재출시했다. 94년 판매가 종료된 후 26년 만이다. 현재 로잉블레이저스 사이트에서 구매할 수 있지만, 주문 폭주로 지금 주문하면 내년 2~3월 배송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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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애나, 복고 트렌드의 중심에 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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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애나비의 패션이 새삼 조명받는 이유는 지난 15일 넷플릭스가 공개한 오리지널 드라마 ‘더 크라운’ 시즌4 덕분이다. 영국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일대기를 다룬 드라마로 시즌4에서 다이애나비가 영국 왕실의 일원이 되는 모습이 그려진다. 당시 보수적인 영국 왕실 분위기와 걸맞지 않게 트렌디한 다이애나비의 패션이 특히 눈에 띈다. 분홍 격자무늬 바지나 노란색 오버롤, 피터팬 옷깃의 블라우스, 붉은 도트 무늬 드레스, 타탄 재킷 등 지금 봐도 촌스럽지 않다. 영국 데일리메일은 “‘다이애나 효과’가 나타났다”며 “드라마 방영 후 쇼핑몰 ‘이베이’에서 다이애나 의상에 대한 검색이 200% 이상 증가했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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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속 의상과 같은 옷을 입은 다이애나비의 모습. 사진 중앙포토

비단 드라마의 영향만은 아니다. 다이애나가 90년대에 입었던 오버사이즈 스웨트셔츠와 몸에 달라붙는 바이커 반바지는 지난해부터 애슬레저 스타일(일상 운동복 차림)의 정석으로 통한다. 패션 매거진 보그 파리는 2019년 8월호에 모델 헤일리 비버와 함께 다이애나비를 오마주한 패션 화보를 실었다. 대학 로고가 박힌 커다란 스웨트셔츠, 바이커 반바지, 발목 위까지 올라오는 스포츠 양말에 운동화를 신은 다이애나비의 룩이 그대로 재현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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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 전 디자인 그대로 가져와 판다


복고가 패션 업계의 큰 흐름으로 부상하면서 옛날 제품을 그대로 가져와 판매하는 사례도 생겼다. 지난주 미국 의류업체 ‘게스’는 자체 인증 빈티지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81년부터 99년까지 생산됐던 자사 제품을 매입해 재판매하는 프로그램으로 옛날 게스 제품을 그리워하는 소비자들을 겨냥한다. 청바지·재킷티·셔츠 등 친숙한 제품들이 눈길을 끈다. 미국 LA에는 해당 빈티지 프로그램 전문 매장도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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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패션계에서 ‘복각(reproduction)’은 큰 이슈다. 약간의 현대적 재해석을 더한 것도 있지만 대부분 디자인 콘셉트와 형태, 분위기는 과거의 것을 그대로 복원했다고 할 만큼 비슷하다. 패션 브랜드 ‘타미힐피거’는 지난 10월 90년대 타미힐피거 스타일을 재해석한 ‘타미진스스트리트 아카이브 컬렉션’을 출시했다. 레트로 스타일의 럭비 셔츠, 로고를 부각한 집업 후드 등 90년대 인기를 끌었던 스타일을 재현했다는 설명이다. 과거 아카이브에서 제품 하나를 끌어와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사례는 너무 많아 일일이 거론하기 어려울 정도다.



왜 과거 디자인일까


‘코로나19로 암울한 가운데 풍요롭고 여유 있었던 과거에 대한 향수를 즐기는 것’이라는 게 복고 트렌드에 대한 해석이다. 패션의 전성기로 불렸던 90년대 패션 특유의 진취적이고 다양한 스타일 자체의 매력이라는 의견도 있다. 친숙하되 지루하지 않다는 얘기다.


간호섭 홍익대 패션디자인학과 교수는 “과거를 겪지 않은 젊은 세대도 90년대 스타일에 열광하는 것은 복고 문화가 낯설면서도 그 자체로 ‘힙’하기 때문”이라며 “디지털 세대가 LP판을 모으고 아이돌 가수가 한정판 카세트테이프를 내는 이유도 같은 맥락”이라고 설명했다. 어디선가 보긴 봤지만 실제로 겪어보지 못한 세대가 과거의 스타일을 신기해하고 독특하게 받아들인다는 얘기다. 게다가 과거 제품을 구하기도 쉽다. 황학동 구제 숍에 가지 않아도 인터넷 검색만으로 구매가 가능하고, 인스타그램으로 공유할 수도 있다.


패션 평론가이자 패션 전시 기획을 하는 김홍기씨는 요즘 브랜드들이 복각에 몰두하는 이유를 “브랜드 스스로 존재감을 부각하기 위한 전략”이라고 해석했다. 그만큼 역사가 오래된 브랜드라는 점을 과시하는 동시에 마케팅에 서사를 부여하려는 의도라는 것. 김 평론가는 “특히 80년대와 90년대로 회귀하려는 속성은 당시가 ‘브랜드’ 개념이 성립된 초기라서 복원할 만한 원형의 디자인이 가장 많이 존재하는 시기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새것보다는 오래되고 낡은 것에 가치를 부여하는 분위기는 현재 패션 업계의 거대한 흐름인 ‘지속가능성’과도 연관된다. 간호섭 교수는 “환경을 고려하는 가치 소비가 ‘쿨’한 문화로 인식되면서 오래되고 귀한 것은 버리지 않고 계속해서 입고, 내가 입지 않으면 판매도 하는 빈티지 문화가 정착될 것”이라고 말했다.


유지연 기자 yoo.jiyoe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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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8.07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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