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오래]6잡 프리랜서 "난 조직생활이 맞지 않는 사람"

[라이프]by 중앙일보


[더,오래] 퇴사선배(2) 프리랜서 번역가 서메리

평생직장은 이미 옛말, 이직 횟수는 늘고 근속연수는 짧아졌다. 먹고사는 방식이 달라진 요즘은 N잡러에 부업이 각광받는 시대다. 취업과 동시에 퇴사를 꿈꾸고, 언젠가는 맞이할 프리랜서나 자영업자의 삶을 대비한다. 인생 환승을 준비하는 퇴사 선배의 커리어 인터뷰를 연재한다. 〈편집자〉


서메리(본명 서유라)는 ‘칼졸칼취’사무직으로 누구보다 빨리 사회생활을 시작했으나 뒤늦게 본인이 조직 생활에 맞지 않는 사람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아무 기술도 없는 ‘쌩문과’출신으로 퇴사 후엔 번역가, 유튜버, 작가, 일러스트레이터, 강사 등 6개의 직업을 가진 ‘N잡 프리랜서’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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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사를 결심한 계기가 있었나.


“사회생활을 하는 동안 2개월짜리 인턴부터 정규직을 5년 간 경험했고, 사원 수가 5명인 영세 기업은 물론 3000명이 넘는 대기업도 다녀봤어요. 업종도 패션에서부터 법률, 광고·마케팅 등 다양했고요. 저는 성격이 꼼꼼하고 소심한 편이에요. 제가 만약 한 군데 회사만 다녔다면 프리랜서를 하지 못했을 것 같아요. 결론적으로 여러 조직을 거치면서 힘든 이유가 일이 아닌 조직 생활이라는 걸 알았어요. ‘그렇다면 조직 밖에서 일을 해보자’하고 결심하게 된 거죠."


회사를 나온 뒤 누군가 시켜서 하는 것이 아닌, 내가 하고 싶으면서 할 수 있는 일의 목록을 작성했다. 우선 번역가가 되기로 결심했다. 프리랜서 번역가가 되는 것 자체는 어렵지 않았다. 살아남는 것이 문제였다. 퇴사 후 약 1년 반 동안 영어학원에 다니고, 출판 번역 아카데미에서 인생 처음으로 점수따기용 공부가 아닌 먹고 살기 위한 기술 공부를 시작했다.


-퇴사 후 번역가로 첫 일을 따낼 때까지 2년이나 걸렸는데.


“처음엔 당연히 실패할 거라고 생각했어요. ‘1년 안에 꼭 번역가가 되어야지! 근데 못 됐어. 어떡하지?’가 아니라 ‘당연히 안될 수도 있는 거지. 내가 엄청 잘난 사람도 아니고, 나보다 스펙 좋고 대단한 사람이 많은데’ 이런 식으로요. 이런 마음가짐이 어쩌면 부정적으로 들릴 수 있지만 최대한 현실적으로 생각하려고 했어요. 오히려 이런 생각이었기에 더 다양한 것을 해볼 수 있었고, 버틸 수 있었고요.”


-사직서를 만지작거리고 있을 직장인에게 해줄 말이 있다면.


“퇴사는 본인의 상황과 성향에 따라 선택하는 것이고 하나의 정답은 없거든요. 직장 생활이 전부가 아니라 프리랜서라는 대안이 있다는 걸 알려드리고 싶어요. 그것만으로도 마음이 아주 편해질 수 있다고 생각해요. 이것저것 알아본 뒤에 도전하기 힘들다는 판단이 들 수 있어요. 그러면 그대로 회사에 다니는 거죠. 대신 그때의 회사 생활은 예전과는 다를 거예요. 회사에 다니는 것이 나를 위해서 내린 판단이거든요. 우리나라 교육 시스템상 특별한 재능이나 기술이 없으면 모두에게 조직 생활하는 법만 가르쳐 줘요. 그러나 사실은 그게 아닐 수 있다는 것, 나도 프리랜서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두고 고민을 해보시길 바래요. 어떤 결론이 나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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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랜서에게 가장 필요한 능력은?


“프리랜서로 먹고살려면 자기 PR이 필수에요. 일단 블로그나 인스타그램 같은 SNS(소셜네트워킹서비스)를 가볍게 시작하면 좋아요. 저도 처음에는 이름도, 얼굴도 노출되는 게 꺼려졌어요. 이름도 가명을 썼고, 얼굴이 안 나와도 되는 글쓰기 플랫폼에서 퇴사 이야기를 연재하기 시작했죠. 그러다 책을 썼고 일상툰을 그리다가 일러스트를 그리는 일이 들어오기도 했고요. 그러다 보니 나중에는 ‘얼굴 공개하는 유튜브는 왜 못해?’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는 현재 구독자 7만6000명의 유튜브 채널 ‘서메리Merry Seo’를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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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으로만 보면 유튜버가 본업 아닌가?


“유튜브 광고 수익이 일차적인 수입원이 될 수도 있지만 유튜브를 활용하는 방법은 다 달라요. 나는 유튜브 자체로 수익은 내지 않아요. 다만 유튜브를 통해 저를 알리고 다른 기회를 노려요. 영상을 보고 강연이나 인터뷰 등 여러 섭외가 들어와요. 그렇기 때문에 커리어 사이클의 일부로 생각하고 영상을 만드는데 올인하지 않아요. ‘올 오어 낫씽’이 아니거든요."


살아남기 위해 갈고 닦은 번역 기술은 6개 직업 가운데 핵심을 이룬다. N잡러의 시간은 한정적이고 수입은 꾸준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핵심 직업에서 파이프라인을 확장하는 것이 현명한 방법이다. 그는 번역 기술을 기반으로 작가, 유튜버, 1인 출판사 대표, 강사, 그리고 플러스알파로 시작했던 일러스트레이터로까지 연결했다.


-N잡 프리랜서로 살아남으려면?


“일과 에너지의 균형을 잡으려면 스스로 한계를 인정해야 돼요. 처한 상황을 의식적으로 계속 돌아보면서 적절한 타이밍에 ‘어느 정도 정리할 필요가 있지는 않나?’ 혹은 ‘여유가 생겼으니까 하나 늘릴 필요가 있지 않나?’ 하면서 균형을 잡으려고 노력하는 게 필요해요. 프리랜서 초창기에는 그만두지 못해요. 내가 투자한 시간과 자원이 아깝고, 창피하기도 한거죠. 아닐 것 같다는 감이 왔을 때부터 어떻게 정리를 할지 미리 생각하고 부드러운 방법으로 멈춰야 해요.”


-프리랜서로 일하는 게 힘들 때가 있다면?


“혼자 모든 의사결정을 내리고 모든 걸 혼자해야 한다는 게 외롭긴 해요. 하지만 어떤 분야든 활동하다 보면 아는 사람이 생겨요. 프리랜서의 일 형태도 조금씩 달라지고요. 모여서 회사를 차리는 것까지는 아니더라도 공동작업 개념으로 함께 일하는 사람이 늘고 있는 거죠. 나에게 온 일은 내가 하고, 혼자 하기 버거운 일은 다 같이 하는 식이죠. ‘프리랜서를 하고 싶은데 조직의 강점도 필요하다’고 느끼는 사람끼리 모여요. 예를 들면 제가 하는 출판 번역가가 대표적으로 혼자 일하는 일이에요. 맘먹으면 석 달 동안 누구와도 안 만날 수 있어요. 그런데도 요즘에는 모여서 함께 번역하는 집단도 생겨나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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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의 하는 일이 나와 맞지 않는다면, 잠시 눈을 돌려 다른 우물을 파보면 어떨까. 열심히 팠지만 막혀있을 수 있고 물이 솟다 끊길 수도 있다. 사회가 정해준 루트를 잠시 빠져나와 나 자신을 탐색해보는 경험을 해보자. 그러다 보면 실패와 성공으로 구분되지 않는 나만의 커리어 파이프라인의 코어를 찾을지도 모른다.


정예림 인턴 chung.yer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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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8.07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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