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랑 본 넷플릭스 영화, 어느날 손배청구서 날아올지도

[비즈]by 중앙일보

[더,오래] 전호겸의 구독경제로 보는 세상 (13)

구독경제의 법적 리스크(2)

“코로나로 나가지도 못하지만, 경제도 어려워서 나가서 쓸 돈도 없다. 동영상 보는 것이 유일한 낙이다” 라는 말이 딱 맞는 서글픈 세상이다. 통계청 자료를 보면 여가활용 중 동영상 콘텐트 시청이 83%로 1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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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글로벌 기업도 한국의 구독경제 시장이 곧 폭발적으로 성장할 것이라 보고 있다. 우리나라 구독경제 시장에서 중요한 변곡점이 막 시작된 것이다. [사진 flickr]

이런 상황이다 보니 지난달 디즈니플러스, 애플TV 등 글로벌 OTT(Over The Top·인터넷 기반 TV서비스)들이 한국에 진출했다. 요즘 보고 싶은 OTT도 많은데 구독할 제품과 서비스도 많다 보니 가정 경제에 부담이 되는 것도 사실이다. 심지어 넷플릭스가 우리나라 시장 진출 이후 약 5년 만에 처음으로 첫 구독료 인상을 단행했다. 스탠더드 요금제는 월 1만2000원에서 1만3500원, 프리미엄은 월 1만4500원에서 1만7000원으로 올랐다. 각각 12.5%, 17.2% 인상된 가격이다.


우리는 꽤 큰 비용을 지출하면서 이동통신, 스마트폰, 넷플릭스 같은 OTT 등 여러 가지 구독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 그런데 구독경제를 재미있게 이용 또는 구독서비스를 제공하다가 나도 모르게 법을 위반한다면 얼마나 당황스러울까? 나도 모르는 사이에 구독경제 시대의 도래에 따라 법을 위반하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 이런 법적 문제에 대해서 3회에 걸쳐서 다루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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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통계로 보는 1인가구' [통계청]

지난 칼럼에는 해외 VPN을 통한 구독 가입문제의 법적 리스크 관련해 약관 및 형법 위반에 관해 이야기했다. 이번 칼럼에는 최근 문제가 되는 넷플릭스 등의 OTT 계정 공유 및 쪼개기 판매 이슈에 대해 살펴보기로 한다. 다음 회에는 구독서비스 회사의 고지 의무 등을 다룰 예정이다.


요즘 넷플릭스, 디즈니플러스, 애플원 등 다양한 구독서비스가 국내에 출시되다 보니 구독 공유 앱이 나오고 있다. 여러 구독서비스를 안전한 결제를 바탕으로 아이디를 공유하는 방식이다. 그런데 이런 계정 공유 방식이 문제의 소지는 없을까? 구독 경제가 발전함에 따라 최근 다양한 이슈가 나오고 있다. 지금 언론 등에 나오는 이슈 유형을 정리하면 크게 3가지로 볼 수 있다. 특히, ‘쪼개기 이슈’는 깊이 있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구독 공유 중개 서비스 앱을 통한 공유

넷플릭스, 웨이브 같은 OTT뿐만 아니라 쇼핑, 게임 등도 저렴하게 구독할 수 있다. 예를 들면 하나의 구독 계정을 4명이 공유해 4분의 1만 요금을 내도록 중개해주는 방식이다. 많은 언론에서 이야기되는 내용이다.

구독서비스를 쪼개서 파는 것

기존에는 보고 싶은 영상 콘텐트가 있으면 일회성으로 구매할 수 있었다. 그런데 구독경제 세상이 오면서 월 구독을 해야만 콘텐트를 소비할 수 있게 변하였다. 내가 보고 싶은 드라마 딱 하나만을 보기 위해 1만원 이상의 월 구독료를 내는 것이 아까울 수 있다. 전에는 약 1000원가량 주고 보면 될 것을 월 구독료 1만원 이상을 지불하고 봐야 한다. 예를 들어 넷플릭스, 티빙을 구독 중인데 보고 싶은 콘텐트가 웨이브에 있어서 추가로 또 구독한다는 것은 심리적인 부담이 분명히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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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옥'과 같은 오리지널 콘텐트를 보기 위해선 구독을 해야한다. 이런 특성으로 인해 최근에는 '쪼개서 팔기' 등 새로운 현상이 생기고 있다. [사진 넷플릭스]

오리지널 콘텐트를 보기 위해서는 구독을 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OTT 업체가 킬러콘텐트에 사활을 거는 것이다. ‘오징어게임’, ‘지옥’을 보려면 어쩔 수 없이 넷플릭스에 가입해야 한다. 그래서 각종 OTT 콘텐트를 단편 또는 시간으로 분할해 판매하는 일명 ‘쪼개서 팔기’라는 새로운 현상이 생기고 있다. 예를 들어 콘텐트를 볼 수 있는 1시간 이상을 쪼개서 파는 것이다. 몇 시간당 몇백원 등으로 시간당 가격을 책정하거나 콘텐트를 하나 볼 수 있게 구독서비스 계정을 사고 다시 반납하는 방식이다. 언론 보도 등을 종합해보면 계정을 공유하고 거래한 이용 시간이 지나면 비밀번호를 바꾼다고 한다. 즉, 구독계정 공유를 뛰어넘어 실질적으로 각종 콘텐트를 ‘쪼개서’ 판매하는 것으로 보일 수도 있다. 보통 커뮤니티를 통해 거래가 이루어진다고 한다.

친구들끼리 계정 공유

“너 요즘 트렌드인 오징어 게임이나 지옥도 안 봤냐?”, “내 계정 빌려줄 테니 봐라. 너무 트렌드에 둔감하네…. 문화활동 좀 즐기고 살아라” 하면서 친한 친구나 지인끼리 OTT 계정을 공유하는 방식이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은 구독자를 보유하고 있는 넷플릭스를 기준으로 살펴보자. 검토해 봐야 할 것은 약관과 관련 법 위반 사항일 것이다. 특히 약관의 검토가 우선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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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이용약관. [자료 넷플릭스 홈페이지]

넷플릭스 약관에는 ‘가족구성원이 아닌 개인과 공유해서는 안 됩니다. 이런 경우 회원 서비스 사용을 종료시키거나 제한할 수 있습니다’라고 되어 있다. ‘가족구성원’의 범위를 사전에서 찾아보면 ‘사회 일반 가족을 구성하고 있는 사람들. 부부, 함께 살고 있는 자녀, 따로 살고 있는 친형제, 그 밖에 함께 살고 있는 친척과 인척이 포함’이라고 되어 있다. 민법상의 ‘친족’ 정도로 해석하는 것이 적절해 보인다. 약관에 의하면 ‘앱을 통한 계정공유’, ‘쪼개기판매’, ‘친구 및 지인에게 계정 공유’ 등은 약관 위반이다. 구독서비스 회사가 언제든지 계정을 정지시키거나 구독을 제한시킬 수 있다.

계정 공유가 불법행위인가

다양한 법적 이슈가 있겠지만 간략하게 살펴보자. 이충윤 법무법인 해율 변호사(전 대한변호사협회 대변인)는 “이미 미국에서는 벌써 5년 전에 옛 직장 PC를 동료 계정으로 로그인해 정보를 엿본 사건에서 컴퓨터 사기 및 남용법(CFAA) 위반으로 100만 달러의 벌금으로 처벌받은 바 있다”며 “당시 이 판결이 넷플릭스 등의 계정공유 행위를 처벌할 수 있는 이론적 근거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나라에서도 일반 이용자의 계정 공유에 대해 넷플릭스가 문제 삼을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이지만, 컴퓨터 이용 사기죄의 구성요건에 포섭될 수 있는 소지는 존재한다”고 형법상 문제를 분석했다.


그러면, 형법상의 문제만 있을까? 물론 민법상 손해배상 책임이 있을 수 있다. 그것뿐만 아니라 저작권법 위반의 소지도 있어 보인다. 종합법률사무소 공정의 이민희 변호사는 “저작권법은 저작재산권과 재산적 권리를 복제·공연·공중송신·배포·대여 방법으로 침해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어서, 쪼개기 판매 같은 경우 위반의 소지가 있을 수도 있다”고 한다.


우선, 친한 친구들끼리 계정을 공유하는 것에 대해 OTT 업체가 구독자에게 손해배상을 요구하거나 계정 정지 등의 제재를 당장 가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지금 OTT 구독 시장의 경쟁이 치열하기 때문에 당분간 구독자 유치가 중요한 구독 서비스 회사의 가능성은 높지 않다. 하지만 전혀 모르는 사람들에게 경제적 이익을 위해 계정을 공유한다거나, 쪼개기 팔기 등에 대한 행위가 만연해진다면, 향후 OTT 업체들이 법적, 기술적인 조치를 취할 여지도 있어 보인다.


지난 2019년 각각 첫선을 보인 애플의 통합 구독서비스인 애플 원과 디즈니플러스가 뒤늦게 한국 구독경제 시장에 올해 11월에 동시에 뛰어든 것은 한국의 구독경제 시장도 태동기를 지나 성장기로 진입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해외 글로벌 기업도 한국의 구독경제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이제 우리나라 구독경제 시장에서 중요한 변곡점이 막 시작된 것이다. 구독경제 전문가로서 과연 우리 사회는 구독경제 시장의 성장기에 맞춰 법이나 제도 등이 준비되었는지 의구심이 강하게 생긴다. 최근의 여러 이슈에 대해 구독 서비스 회사들이 구독자 유치 경쟁이 치열한 지금은 문제 삼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어느 순간 소비자들을 상대로 법적인 조치 및 계정 정지 등 다양한 제재를 가할 가능성이 없다고 할 순 없다.


일반 소비자나 소상공인, 자영업자 등이 법적인 문제를 일일이 확인하면서 구독경제 세상을 살아가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선량한 피해자가 생기지 않도록 이와 관련되어 지속해서 환기가 필요하다. 또한, 구독경제 세상의 도래에 따른 다양한 이슈에 대해 선제적인 입법 및 정책의 선행과 사회적 관심이 필요해 보인다.

2021.12.27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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