뽀득뽀득, 인증샷 명소…겨울 가기 전 가자 '눈꽃산행' 명소 3

[여행]by 중앙일보
중앙일보

제2연화봉 대피소에서 내려다본 소백산의 설경. 산 정상부에 쌓인 눈과 꿈틀거리는 구름이 어우러져 절경을 빚고 있다. 중앙포토

입춘이 다가왔다. 두 가지 상반된 감정이 교차한다. '드디어 봄!'이라는 기대 한편에 '벌써 봄?'이라는 아쉬움도 따라온다. 겨울다운 겨울을 느끼고 싶다면 눈꽃 산행에 나서보는 게 좋겠다. 외출이 꺼려지는 시국이지만, 탁 트인 산은 상대적으로 안전한 비대면 여행지라 할 만하다. 청량한 공기를 들이켜며 뽀득뽀득 눈길을 걷기 좋은 산 3곳을 소개한다.

사색하며 걷기 – 오대산 선재길

중앙일보

선재길은 오대산 월정사와 상원사를 잇는 길이다. 길을 걷다 보면 오대천을 가르는 섶다리가 나온다. 소나무로 기둥과 상판을 만들고 잔가지를 얹은 옛날식 다리다. 중앙포토

오대산은 아득한 꼭대기(1563m)를 오르지 않아도 좋다. 산기슭 월정사부터 중턱의 상원사까지 이어지는 ‘선재길’이 있어서다. 편도 거리는 10㎞이지만, 표고 차가 250m로 완만하다. 길도 순하고 펼쳐지는 풍광도 느슨하다. 구도자가 수행하며 걷던 길답다. 혼자 사색하며 걸어도 좋고 동행과 소곤소곤 담소 나누며 걸어도 좋다. 방문객이 많은 전나무 숲만 지나면 인적이 뜸해진다.


월정사 경내를 둘러본 뒤 오대천을 따라 걷다 보면 흥미로운 역사의 흔적이 나타난다. ‘회사거리’는 일제 때 목재공장이 있던 자리다. 훈련용 나무총과 연필 등을 만들어 서울로, 주문진으로 보냈다. 월정사에서 3㎞쯤 걸어 오르면 ‘섶다리’가 나타난다. 굵은 소나무로 기둥과 상판을 만들고 잔가지를 얹은 옛날식 다리다. 인증사진 명소다.

중앙일보

월정사에서 약 10km를 걸으면 상원사에 닿는다. 월정사보다 훨씬 작지만 여러 문화재를 품은 천년고찰이다. 중앙포토

느긋하게 걷다 보면 어느새 상원사다. 월정사에 비하면 아담하지만 명성만큼은 뒤지지 않는 절이다. 부처의 진신사리를 모신 ‘적멸보궁’, 신라 성덕왕 때 만든 동종(국보 제36호)이 있다. 한때 한강 발원지로 알려졌던 ‘우통수’도 절에서 멀지 않다. 오던 길을 되돌아가도 되고 버스를 타도 된다. 배차 간격이 일정하지 않아 잘 확인해야 한다. 상원사에서 출발하는 마지막 버스 시간은 오후 6시 25분이다.

파도치는 새하얀 능선 - 소백산

소백산(1439m)이 가장 북적일 때는 철쭉꽃 만발하는 5월과 단풍 눈부신 10월이다. 그러나 ‘산머리에 흰 눈을 인 듯하다’는 이름처럼 소백산의 진풍경은 겨울에 만날 수 있다. 소백산 능선은 북동에서 남서 방면으로 길게 펼쳐져 있다. 겨울 북서풍이 그대로 산으로 들이쳐 상고대가 유독 잘 생긴다.

중앙일보

바닥에는 눈이 깔리고 나무에는 상고대가 맺힌 소백산 정상부의 모습. 중앙포토

겨울에는 ‘천동계곡 코스’나 ‘죽령 코스’가 좋다. 죽령 코스는 편도 7㎞다. 탐방 지원센터에서 연화봉까지 완만한 시멘트 길이 이어진다. 상고대가 잘 보이지만 길이 따분하다. 산행의 기분을 느끼기엔 천동계곡 코스가 낫다. 국립공원 측에서 난이도를 ‘하’로 분류했는데 겨울에는 ‘중상급’으로 생각하는 게 좋다.

중앙일보

소백산 정상 비로봉에 오르면 매서운 칼바람이 온사방에서 분다. 중앙포토

천동계곡 코스는 다리안관광지에서 출발한다. 해발 1000m 천동삼거리를 지나면 시야가 탁 트인다. 소백산 정상 비로봉이 눈앞에 보이지만 저벅저벅 진군하기가 쉽지 않다. 회초리 같은 칼바람이 몰아친다. 스키용 고글을 끼는 사람도 있는데 결코 ‘오버 액션’이 아니다. 눈을 뜰 수 없을 정도로 매서운 바람이 얼굴을 후려친다. 그러나 새하얀 설원과 겹겹 능선이 파도치는 장관을 보면 고생이 잊힌다. 가슴이 뻥 뚫린다.

국립 못지않은 군립공원 – 강천산

중앙일보

전북 순창 강천산은 한국 1호 군립공원으로 지정됐다. 가을 단풍을 보러 찾는 사람이 많은데 눈 덮인 설경도 근사하다. 최승표 기자

전북 순창 하면 고추장이 떠오르지만, 강천산(584m)의 명성도 만만치 않다. 탐방객의 70%가 가을에 집중될 정도로 단풍이 유명하다. 탐방객이 뜸한 겨울 강천산의 매력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물론 적설량이 넉넉할 때 이야기다.


강천산은 부담 없이 걷기 좋다. 주 탐방로인 병풍폭포~구장군폭포 구간은 편도 2.7㎞로 평평해서 등산보다는 산책하듯 걸으면 된다. 살얼음 낀 계곡물 소리 들으며, 웅장한 절벽과 꽁꽁 언 폭포를 감상하며 걸을 수 있어서 지루하지 않다. 메타세쿼이아 도열한 구간도 제법 운치 있다.

중앙일보

강천산 군립공원 안에 있는 구장군폭포. 공원 입구에서 이곳까지 평지에 가까운 산책로가 나 있다. 최승표 기자

강천산은 국내 1호 군립공원이다. 1981년 1월 7일 환경청(현 환경부)이 강천산 일대 15.8㎢를 군립공원으로 지정했다. 규모가 작을 뿐 수려한 경치는 여느 국립공원에 뒤지지 않는다. 본격적인 산행을 해보면 이 말을 실감한다. 등산로는 다양하다. 북쪽 강천산, 서쪽 산성산, 남쪽 광덕산이 ㄷ자 모양으로 이어져 있다. 광덕산 신선봉(425m)을 다녀오는 1코스가 풍광이 좋다. 현수교를 건너 광덕산으로 넘어가면 된다. 나무계단이 설치돼 있는데 경사가 꽤 가파르다. 신선봉 팔각정에 서면 정확히 ㄷ자 모양의 산세가 파노라마로 펼쳐진다.


최승표 기자 spchoi@joongang.co.kr

2022.02.10원문링크 바로가기

본 콘텐츠의 저작권은 저자 또는 제공처에 있으며, 이를 무단 이용하는 경우 저작권법 등에 따라 법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이런 분야는 어때요?

ESTaid footer image

Copyright © ESTaid Corp.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