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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슈 ]

10억 보석금에 천만원 내고
풀려난 MB…어떻게 가능

byKBS

10억 보석금에 천만원 내고 풀려난

1,000만 원 vs 100억 원…같은 보석 다른 보증금

이명박 전 대통령이 6일 법원의 보석 허가로 수감 349일 만에 석방됐습니다. 재판부는 다양한 보석 조건을 내걸었는데, 그 가운데 하나가 보석 보증금 10억 원을 내라는 것입니다. 재판부는 다만, 보증금 10억 원은 이 전 대통령의 아들 시형 씨가 제출하는 보석보증 보험증권의 보증서로 대신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시형 씨는 보증금 10억 원의 1%인 1,000만 원을 내고 보증서를 받아 법원에 제출했습니다. 이것으로 보석금 조건은 충족됐습니다. 결과적으로 이 전 대통령은 1,000만 원으로 자유의 몸이 된 셈입니다.


같은 날 일본에서도 한 보석 사건으로 열도가 떠들썩했습니다. 5년간 연봉 50억 엔을 축소 신고한 혐의로 지난해 체포됐던 카를로스 곤 전 닛산자동차 회장이 법원의 보석 허가로 석방된 것입니다. 곤 전 회장의 보석 보증금은 10억 엔. 우리 돈 101억 원가량입니다. 곤 전 회장은 이 돈을 한꺼번에 내고 풀려났습니다.


물론 법률이 다른 일본을 동일 선상에 놓고 비교할 수는 없지만, 한쪽은 10억 원의 보증금을 1,000만 원으로 해결하고, 다른 쪽은 무려 100억 원 상당의 보증금을 모두 내야 했습니다. 우리나라의 보석보증보험증권 제도에 따른 차이입니다.

보석보증 보험증권 제도는?

보석보증 보험증권 제도는 1995년 형사소송법이 개정되면서 신설됐습니다. '인권의 실질적 보장'이 제도 도입의 이유로 명시됐습니다.


보험증권 제도가 없을 때는 보석 보증금의 기준으로 '법원은 피고인의 자산 정도로는 납입하기 불능한 보증금액을 정할 수 없다'는 규정만 있었습니다. (1954년 제정 형사소송법 제98조) 문제는 보증금이 너무 높으면 돈 많은 사람만 풀려나 재판을 받게 되고, 보증금이 너무 낮으면 피고인이 풀려난 뒤 법정에 출석할지 담보할 수 없다는 데 있습니다. 이 때문에 도입된 게 보석보증 보험증권 제도입니다.


재판부가 보석 보증금을 현금 대신 보험증권으로 납입해도 된다고 허가하면 피고인 또는 법원이 지정한 사람이 증권을 구매해 제출하면 됩니다. 보석보증 보험증권은 민간 보증사의 일종의 상품입니다. 통상 보증금의 1%가량의 수수료를 받고 증권을 내줍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경우를 예로 들면, 보증사는 1,000만 원의 수수료를 받고 10억 원의 지급을 법원에 담보한 것입니다. 이 전 대통령이 만약 보석 조건을 어겨 법원이 10억 원 전체나 일부를 국고로 환수하기로 하면 보증사가 이를 대신 지급합니다. 보증사는 이후 이 금액을 이 전 대통령 측에 구상권을 청구해 받아낼 수 있습니다.


이 전 대통령 측이 보험증권 대신에 10억 원 전액을 현금으로 냈다면, 보석 조건을 어기지 않는 이상 나중에 전액을 돌려받을 수 있지만, 당장에 10억 원을 마련하기는 어려우니 1,000만 원 주고 보험증권을 구매한 것입니다.

10억 보석금에 천만원 내고 풀려난

1,000만 원으로 석방…국민 눈높이에는

이명박 전 대통령도 국민의 한 사람이기 때문에 법에 정해져 있고, 법원이 허가한 보석보증 보험증권 제도를 이용한 것을 나무랄 수는 없습니다. 다만, 1심에서 징역 15년의 중형을 선고받은 전직 대통령이 '고작' 1,000만 원만 내고 보석으로 석방됐다는 일부의 눈초리가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보석보증 보험증권 제도 자체가 돈이 없어 어려운 피고인들도 보석 제도를 더 폭넓게 활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목적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아마 이 제도를 만든 사람들도 오늘과 같은 일을 예상하지는 못했을 것입니다.


이런 따가운 눈초리, 국민들의 감정을 해소할 방법은 무엇일까요? 이명박 전 대통령이 법원이 정한 보석 조건을 철저히 지키고 재판에 성실히 임하는 게 최고의 방법일 것입니다. 아직도 많은 국민이 전직 대통령의 재판을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습니다.


조태흠 기자 (jotem@kb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