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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슈 ]

바다에 떠오른 아들 주검…“진실 밝혀 달라”

by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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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12월 숨진 고 김 모 씨의 영정

2018년 제주공항에서 일하던 20대 경비원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유족은 직장 내 괴롭힘과 회사의 안이한 대응이 김 씨를 죽음으로 내몰았다고 호소하고 있다. 최근 근로복지공단 서울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는 김 씨의 죽음을 산업재해가 아니라고 판정했다. KBS는 숨진 김 씨의 일기와 진술서, 수사결과 보고서, 정신진료기록부, 업무상 질병 판정서, 근로복지공단 재해조사서, 관련 소송기록 등을 토대로 김 씨의 죽음이 정말 개인의 문제였는지 취재해 연속 보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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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이 죽었다. 2018년 12월 11일 오전 11시 29분. 실종 5일째 되던 날, 아들은 제주시 애월읍 가문동 포구 인근 갯바위에서 주검으로 발견됐다. 차량은 포구에서 15km 떨어진 곳에 세워져 있었다.


아들의 몸에선 알코올성분이 검출됐다. 0.064%. 죽기 전 아들이 마주했을 두려움을 한낱 수치로밖에 가늠할 수 없는 현실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 일이 힘들다며 투정부리던 아들에게 '그것도 못 참느냐'며 다그쳤던 한 마디가 평생의 비수가 됐다. 직장 내 괴롭힘으로 아들이 세상을 떠난 지 1년. 여전히 우리 가족은 2018년 12월에 살고 있다."

20대 제주공항 특수경비원의 죽음, 그 후 1년

김 씨는 2016년부터 제주국제공항에서 특수경비원으로 일했다. 그리고 2년 뒤, 스물일곱의 나이로 세상을 등졌다. 아버지 김만범 씨는 "아들이 상사의 괴롭힘과 회사의 안일한 대처 때문에 죽었다"고 흐느꼈다. "진실을 밝히고 아들의 명예를 회복하기 위해 모든 걸 걸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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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김 씨의 아버지 김만범씨

숨진 김 씨가 직장 내 괴롭힘 문제를 제기한 건 2018년. 그는 그해 10월 3일 동료 대원 2명과 회사에 진술서를 제출했다. 진술서에는 상급자의 욕설과 폭언으로 극심한 스트레스를 호소하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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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를 제기하고 이틀 뒤, 김 씨는 가족 모르게 정신건강의학과를 다녔다. 2018년 10월 5일부터 실종 전까지 두 달 동안 9차례 병원에 들렀다. 당시 김 씨의 진료기록부에는 상사에 대한 스트레스와 회사의 안일한 대처에 대한 답답함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항우울제와 수면유도제 등 처방 약도 늘어만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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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종 하루 전에도 김 씨는 병원에 들렀다. "아무리 자려고 해도 잠이 안 온다"는 말을 마지막으로 그는 먼 길을 떠났다. 아버지 김 씨는 "아들이 실종된 뒤 해경이 (아들)카드 내역을 조사하다 병원에 다닌 사실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나중에 집에서 발견된 아들의 일기장에는 살기 위해 발버둥 쳤던 일들이 상세히 적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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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해자에 진술서 공개…분리 조치도 없어

회사의 대응은 미온적이었다. 조치가 늦어질수록 김 씨의 상태는 점점 악화했다. 보다 못한 동료들이 나서 교대 순번을 변경해 줬지만, 상급자와 나란히 근무만 서지 않았을 뿐, 휴게 시간과 근무지 이동과정에서 마주칠 수밖에 없었다.


직장 관리자들은 김 씨의 상태가 심각해지자 본사에 조치를 취해달라고 여러 차례 요구했다. 당시 관리자였던 대장 C 씨는 "이전에는 모 대원이 문제가 있어 반 이동을 하겠다고 했는데 본사에서 바로 조치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수차례 요구했지만 이뤄지지 않았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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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 동료 A 씨는 "본사에서 어떠한 조치도 이뤄지지 않았다. 팀 내부에서 임시방편으로 최소한의 조치를 한 게 순번 변경(근무 시간 변경)이었다"고 말했다. 김 씨의 진술서는 제출 사흘 뒤 면담 과정에서 가해자로 지목된 상급자에게 공개됐고, 심지어 삼자대면까지 이뤄졌다. 피해자 보호 원칙은 애초에 지켜지지 않았다.

노조의 개입, 징계위원회도 열리지 않아

가해자로 지목된 상급자는 일부 욕설 행위를 인정했다. 하지만 두 달 넘게 징계위원회는 열리지 않았다. 그러는 사이 김 씨에 대한 무성한 소문이 퍼져나갔다. 김 씨의 유족은 "진술서 제출 이후 아무런 조치가 없었고, 직원들이 인사도 받아주지 않아 김 씨가 힘들어했다"고 말했다.


김 씨는 비노조원이었고, 가해자로 지목된 상급자는 노조 간부였다. 문제 제기 이후 두 달 뒤인 2018년 12월 4일. 노조 단체 카카오톡 방에 노조위원장이 상급자 징계와 관련한 공지를 올린다.


해당 글에는 "김 씨의 진술서로 인해 OOO(상급자)가 가해자로 낙인되어 징계가 진행돼 왔다", "우리 노조가 OOO(상급자)의 도움이 되고자 한다", "많은 대원이 서명해주신 탄원서는 본사에 제출했다"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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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12월 4일 노조 단체 카카오톡에 노조위원장이 올린 공지글

조치가 미뤄지는 사이 가해자의 징계를 철회해 달라는 내용의 탄원서와 100여 명의 이름이 담긴 탄원서명부가 회사 측에 전달됐다. 그렇게 공지 글이 올라오고 이틀 뒤 김 씨는 실종됐고, 5일 뒤 죽은 채 해상에서 발견된다.


김 씨의 차에서는 휴대폰과 번개탄, 테이프 등이 발견됐다. 휴대폰에는 직장동료 3명과 사용하던 카카오톡 채팅방을 제외하고 모든 데이터가 삭제돼 있었다. 대화방에는 노조위원장이 올린 공지글만이 캡처돼 있었다.


유족은 "노조의 힘이 두려워 본사 담당자가 괴롭힘 보고를 받았음에도 묵인하고 방관한 것"이라고 말했다. "노조의 개입이 없었더라면, 본사의 인사조치가 이뤄졌다면 죽지 않았을 것"이라고 유족은 분노했다.


또 다른 관리자 A 씨는 "본사 담당자가 제주에 내려왔었는데, '가해자를 인사 조치했으면 노조가 가만히 있었겠느냐'고 말했다. 애초에 노조 눈치 보면서 인사조치 할 생각이 없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증언했다.


김 씨의 직장 동료 B 씨는 "근무지를 변경할 때는 회사에서 운영지원팀장 명의로 업무 연락이 온다. 해당 내용을 게시하고 조치가 이뤄지는데, 당시 제주지사에 내려온 게 전혀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 사이 김 씨는 고자질하는 사람, 보고하는 사람이라는 무성한 소문이 퍼져나갔다"고 말했다.


동료들은 김 씨가 평소 성실하고, 업무상으로도 흠잡을 곳이 없었다고 덧붙였다


"김 씨 누구인지도 몰라…" 가해자 선처 탄원서도 의문


취재진은 앞서 가해자의 선처를 요구하며 회사에 제출된 탄원서 서명부를 입수했다. 서명부에는 이름과 연락처, 서명란만 있을 뿐, 어떤 내용에 대한 탄원인지는 나와 있지 않았다. 취재진은 탄원서 작성자를 제외하고 서명자 104명 전원에게 전화해 당시 상황을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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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호가 변경되거나 연결이 닿지 않은 41명을 제외하고 63명과 직접 통화한 결과, 양측의 입장을 다 알고 서명했다는 사람은 10명에 불과했다. 모르고 서명했다는 직원은 19명, 한쪽의 입장만 아는 등 내용을 '대충 알고 서명했다'는 대답은 14명이었다. 나머지 20명은 답변을 거부했다.


사건을 모르고 서명한 직원들은 "선임이 부탁해 서명했다", "나중에 김 씨의 사망 소식을 듣고 후회했다", "탄원서가 테이블 위에 놓여 있어 서명했다" 등의 입장을 전했다.


취재진은 가해자로 지목된 상급자와 노조위원장의 입장을 듣기 위해 인터뷰를 요청했지만, 소송 중이라는 이유로 모두 거절했다.


다만 가해자로 지목된 상급자는 취재진과의 통화에서 김 씨가 "자신 때문에 죽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해당 상급자는 "(문제 발생 이후) 김 씨와 2달 동안 접점이 없었다. 그런데 출근하는 날 그렇게 돼버렸다. 저도 일이 발생하고 나서 힘들어서 회사를 그만뒀고, 정신과도 다녔다"고 말했다.


폭언 행위에 대해서는 "회사에서는 선후배 관계라기보다는 형 동생 관계다. 만약 김 씨가 불만이 있었으면 '형 이건 심하지 않았냐'고 이야기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저 또한 심하다 싶으면 '이건 아니지 않으냐'고 얘기한다"고 말했다.


당시 사건을 담당한 본사 담당자도 퇴사해 인터뷰를 거절했다. 취재진은 본사 측에 질의문을 보내 회사의 조치, 징계위원회가 연기된 이유, 당사자 간 화해유도가 이뤄졌는지, 노조로 인해 조치가 늦어졌는지 등을 물었지만, 답변을 받지 못했다.


회사 관계자는 "현재 소송이 진행 중이고, 당사자뿐 아니라 동료 증인 조사가 이뤄지고 있다. 결론이 나오기 전에 회사에서 답변드리기 조심스럽다"고 입장을 갈음했다.


현재 유족은 가해자와 회사 등을 상대로 민사 소송을 진행 중이다. 재판은 용역업체 본사가 있는 부산지방법원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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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김 씨가 발견된 제주시 애월읍 가문동 포구 해안가. 지난달 17일 부모가 이곳을 찾아 아들의 넋을 달래고 있다

유족 "제발 진실만 밝혀 달라"

"아들이 탈모가 너무 심했어요. 머리가 빠져서 맨날 머리를 두드리면서 스트레스받았어요. 너무 힘드니까 죽고 싶다고 했어요. 그런데 진짜로 이렇게 죽을 거라곤 생각도 못했어요."


어머니는 흐느꼈다. 어머니는 아들의 혼을 달래야 한다며 종이에 불경을 썼다. 아들이 죽고 난 뒤 하루도 빠짐없이 적었다.


이렇게 쓴 종이는 절에 가서, 아들이 발견된 제주시 애월읍 가문동 해안에서, 아들이 뛰놀던 밭에 가서 태운다.


소원을 적는 종이 하단. 그곳엔 '승소'라는 두 글자가 적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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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준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