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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슈 ] 판결남

전 유명 프로게이머, BJ 계약 맺었다 수천만원 배상

byKBS

KBS

대법원까지 올라가는 사건은 많지 않습니다. 우리 주변의 사건들은 대부분 1, 2심에서 해결되지만 특별한 사건이 아니면 잘 알려지지 않는 게 현실이죠. 재판부의 고민 끝에 나온 생생한 하급심 최신 판례, 눈길을 끄는 판결들을 소개합니다.


계약은 여러 당사자 사이의 약속입니다. 계약을 어겨 어느 한쪽에 손해가 발생하는 경우, 계약을 위반한 쪽은 그 손해를 배상할 책임을 지게 되는데요. 이런 일이 애초에 발생하지 않도록, 즉 쌍방이 계약을 철저히 준수하도록 종종 '위약금' 조항을 넣기도 합니다.


위약금 조항이란, 쉽게 말해 계약을 위반하게 되면 위반한 쪽이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미리 계약상 정해놓은 금액을 상대방에게 주라는 조항을 말합니다.


그런데 종종 이 위약금 조항이 과도한 경우가 있습니다. 예컨대 100만 원짜리 물품을 매매하는 계약을 체결했는데, 계약 위반 시 10억 원의 위약금을 내야 한단 조항이 붙어있다면 균형이 맞지 않겠죠. 이런 상황에서 정말로 계약 위반이 일어나 소송으로 간 경우, 법원은 어떻게 판단할까요. 이를 설명해준 최신 판례를 소개해 드립니다.

전직 프로게이머 마재윤 씨, 4,000만 원대 BJ 계약

전직 스타크래프트 프로게이머 마재윤 씨가 자신이 BJ(Broadcasting Jockey) 역할을 맡아 진행하기로 한 인터넷 방송 횟수를 채우지 못해 인터넷 방송업체 측에 수천만 원을 배상하게 됐습니다.


서울중앙지법은 인터넷 방송업체 A사가 전 프로게이머 마 씨를 상대로 지난해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소송 선고공판에서 "마씨가 A사에 3,573만 원을 물어주라"며 지난달 원고 일부승소 판결을 선고했습니다.


앞서 마 씨는 초창기 스타크래프트가 e스포츠로 자리 잡는 과정에서 여러 차례 국제 대회 우승을 차지하는 등 뛰어난 성적을 거뒀던 프로게이머였습니다. 다른 프로게이머 임요한, 이윤열, 최연성 씨와 함께 '임이최마'라고도 묶였던 이른바 '본좌' 라인이었습니다.


그러나 마 씨는 지난 2010년 불거진 스타크래프트 리그의 대형 승부조작 사건에 연루돼 재판에 넘겨졌고, 서울중앙지법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이 선고돼 확정되면서 현역에서 불명예 은퇴했습니다.


인터넷 개인방송 플랫폼을 운영하는 A사는 마 씨가 대중들에게 아직 인지도가 있다고 판단, 지난 2017년 마 씨와 인터넷 방송 출연계약을 체결했습니다.


A사가 운영하거나 지정하는 개인 방송서비스에 마씨가 BJ로서 첫 방송일로부터 2년간 전속 출연하고, 그 대가로 총 4,000만 원을 지급받는 내용의 출연계약이었습니다.


구체적으로는 마 씨가 화요일부터 토요일 저녁 8시부터 월 20회 이상(1일 1회 4시간 이상 방송 원칙) A사의 서비스에서 인터넷 방송을 진행하고, 그 대가로 A사는 계약금으로 마 씨에게 2,000만 원을 지급하되, 추후 마 씨를 '즐겨찾기 등록'한 사람이 3만 명 이상 확보된 경우 2,000만 원을 추가로 지급하는 내용이 담겼습니다.


여기에 마 씨는 계약 기간 동안 계약금 2배(4,000만 원) 만큼의 영업이익을 발생시켜야 하고, 만약 방송을 결방시킬 경우 1회당 30만 원씩을 A사에 배상할 의무가 있다는 조항이 들어갔습니다. 마 씨가 여러 차례 방송을 진행하지 않을 경우 A사가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단 조항도 있었습니다.


다만 계약 시작 후 7개월 동안은 A사가 마 씨에게 월 300만 원씩의 '미니멈 개런티'를 지급하도록 하는 특약이 붙었습니다.

방송업체 "마 씨, 방송 제대로 안 해…위약금 등 1억 원 내라"

마 씨는 그러나 계약 체결 이후 A사와 맺은 방송출연 횟수를 채우지 못했습니다.


A사는 2019년 1월 마 씨가 계약상 BJ로서 방송을 진행할 의무를 2회 이상 불이행했다며 계약을 해지하고, 위약금 등을 포함해 약 1억 원을 물어내라며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A사는 재판에서 "마 씨는 총 280회(월 20회 이상, 1회 4시간 이상)의 방송을 진행하기로 합의했음에도, 2017년 11월부터 2019년 1월까지 147회만 방송을 진행했다"면서 "계약에서 정한 3990만 원(방송 결방 페널티 30만 원 x 방송을 하지 않은 133회)과 위약금 6,000만 원을 합쳐 9,990만 원을 지급하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마 씨는 "2018년 3월 A사와 3시간 30분 이상을 방송한 경우 1회 방송분으로 하기로 합의했고, 대회 출전으로 중국에 출국한 기간 동안에는 방송을 중지하기로 합의했다"고 맞섰습니다.


마 씨는 또 A사가 계약 초기 월 300만 원씩 지급하기로 한 의무 역시 어겼다고 주장하며 반소를 제기했습니다. 또 해당 계약이 '근로계약'에 해당해 페널티나 위약금이 무효라고도 주장했습니다. 근로기준법은 사용자가 근로계약 불이행에 따른 위약금 또는 손해배상액을 예정하는 계약을 체결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법원 "방송 진행횟수 미달, 배상해야…위약금은 너무 과도"

1심 법원은 마 씨가 계약을 어긴 건 맞는다며 A사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서울중앙지법은 "계약기간은 마 씨가 '첫 방송'을 실시한 2017년 12월부터 2019년 12월까지고, 계약에서 정한 기준에 맞는 마 씨의 월별 방송횟수는 총 147회"라며 "따라서 계약에서 정한 페널티 및 위약금의 합계액 9,030만 원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법원은 또 마 씨가 주장한 '방송시간 단축'이나 '방송 중지 합의' 주장에 대해서도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며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해당 계약이 근로계약에 해당한단 마 씨 주장도 배척했습니다. 법원은 "전체 계약금액 4,000만 원 중 2,000만 원은 마 씨의 실적에 의해 지급 여부가 결정되고, 계약기간 내에 마 씨가 계약금 2배의 영업이익을 발생시킬 의무를 부담하는 대신 방송수익은 5:5, VOD 수익은 6:4의 비율로 정산하기로 약정하는 등 '영업이익 분배'가 해당 계약의 주요 내용"이라고 봤습니다.


그러나 법원은 방송업체가 계약에 근거해 마 씨에게 청구한 '위약금' 액수가 너무 지나치다며 직권으로 금액을 절반 이하로 감액했습니다. 현행 민법은 손해배상의 예정액이 부당히 과다한 경우에는 법원은 적당히 감액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법원은 이 조항을 들어 "계약 조항 중엔 마 씨가 계약기간 동안 계약금 2배만큼의 영업이익을 발생시키도록 한 문구가 있다"며 "A사가 (이 조항에 의해) 계약기간 동안 취득할 영업이익을 고려하면, 마 씨의 계약 위반에 따른 위약금까지 계약금의 3배(6,000만 원)로 정한 건 현저히 과도하다"고 지적했습니다.


법원은 또 "마 씨의 누적 방송시간은 833여 시간으로 (4시간으로 나누면) 208회분에 해당하나 방송시간 기준에 미달하는 등의 사유로 총 147회분으로 평가됐다"면서 "마 씨가 중국에 출국해 대회에 참가한 건 방송과 관련이 있고, 마 씨가 지병으로 치료를 받은 사정도 있다"며 손해배상액을 총 4,000만 원으로 감액했습니다.


또 마 씨가 A사 측에 청구한 미니멈 개런티 427만 원도 A사가 지급해야 한다는 점을 감안, 최종적으로 마 씨가 A사에 3,573만 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습니다.


마 씨는 이에 불복해 지난 5일 서울중앙지법에 항소장을 제출했습니다.


백인성 기자 (isbaek@kb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