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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슈 ]

문구점서 10년 간 50억 빼돌렸는데…왜 몰랐을까?

byKBS

KBS

강남 한 대형 문구점에서 10년간 50억 원어치의 물품을 빼돌린 혐의를 받는 50대 남성이 구속됐습니다.


서울 서초경찰서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혐의로 구속된 양 모(54) 씨에 대해 기소 의견을 달아 사건을 지난 5일 검찰에 송치했다고 9일 밝혔습니다.


양 씨는 매장에서 인화 용지 등 문구류를 수백만 원어치씩 사서 체크카드 등으로 결제한 뒤 가져간 다음, 본인이 가지고 있는 휴대용 카드단말기로 그 결제를 취소하는 수법을 약 10년간 1,400회가량 반복해 총 50억 원어치의 물품을 빼돌린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경찰 조사 결과 양 씨는 과거 카드단말기 관련 업체에서 일했던 경험을 활용해 본인이 가지고 있는 단말기로 매장에서 결제한 건의 결제를 취소하는 방법을 파악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양 씨는 이렇게 빼돌린 물품을 중고거래 사이트 등을 통해 정가의 50~70% 수준의 금액을 받고 되팔았고, 물품을 되팔아 챙긴 돈은 생활비와 유흥비 등으로 모두 써버린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문구점은 지난 10년간 이 같은 피해 사실을 인지하지 못했다가 최근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때문에 매출이 급감해 거래내용을 일일이 점검하다가 피해 사실을 파악하게 됐다고 경찰은 전했습니다.

10년간 50억 빼돌렸는데, 업주는 왜 몰랐나?

10년간 50억 원이면 적은 돈이 아닙니다. 이 문구점은 피해가 집중된 2015년 이후에만 45억 원 이상의 피해를 보았습니다. 1년에 9억 원이면 한 달에 7천5백만 원 정도가 사라진 셈인데요. 이 정도로 큰 금액이 사라졌는데 왜 몰랐을까요?


피해 문구점 관계자는 "현금거래의 경우 100원의 오차도 발생하지 않게 관리하고 있지만, 카드거래는 전산 오류가 거의 없어서 거래된 금액이 '입금'되는지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면서, "팔린 물건이 우리 매장이 아닌 다른 곳에서 결제취소가 될 수 있다고 누가 상상이라도 할 수 있었겠냐"며 억울함을 토로했습니다.


특히 카드매출의 경우 양 씨의 것과 같은 거래취소 건들이 제외된 후 합산된 금액만 매장에 전달되기 때문에 문제를 잡아내기가 쉽지 않았다는 것이 피해 문구점 측 입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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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결제 전산시스템 구조상 피해 문구점이 양 씨의 결제취소 내용을 전혀 통보받을 수 없었던 것도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입니다.


양 씨는 본인이 가지고 있던 휴대용 카드결제 단말기와 본인이 가지고 있던 단말기 관리 프로그램을 활용해 결제를 취소시켰습니다.


이 같은 양 씨의 결제취소는 카드사와 단말기를 연결해주는 '밴사(VAN社:위 그래픽 참고)'의 승인을 얻어 진행됐는데, 이 결과는 카드사로만 전해졌을 뿐 피해 문구점에는 전해지지 않았습니다.


양 씨가 10년간 1,400회의 결제를 취소한 기록을 밴사와 카드사는 가지고 있었지만, 피해 문구점은 이 기록을 한 번도 받아보지 못했던 겁니다.

양 씨 사기, 결제취소 승인한 밴사는 책임 없을까?

양 씨의 '셀프 거래취소'를 승인해준 밴사는 책임이 없을까요?


피해 문구점 측은 밴사가 보안 관리를 소홀히 했던 것 아니냐고 말합니다.


문구점 관계자는 "매장이 문을 닫은 9시 이후에 결제취소가 진행된 것도 있고, 특정인이 한 매장에서 한 달에만 300회 이상 1억 원 넘게 결제취소를 했는데도 문제가 있다고 알려준 적이 없었다"며 분통을 터트렸습니다.


특히, 양 씨의 결제취소 건은 '단말기 식별번호'라고 할 수 있는 '보안인증값'이 없는데도 불구하고 결제취소 승인이 났기 때문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고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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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구점 담당 밴사가 제공한 양 씨 거래명세. 승인취소 땐 표 맨 오른쪽 보안인증값이 없다.

피해 문구점이 밴사에 요청해 받은 거래명세를 살펴보면 일반적인 결제 건이나 결제취소 건은 모두 보안인증값이 붙어 있는데, 양 씨의 결제취소 건만 유독 보안인증값이 붙어있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밴사가 문구점 단말기가 아닌 양 씨가 가지고 있던 단말기의 거래취소 요청을 승인해준 것도 문구점 입장에서는 아쉬운 대목입니다. 만약 거래취소 승인이 결제를 승인한 단말기와 같은 단말기에서만 가능했다면 이런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을 수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 한 대형 밴사 관계자는 "우리 회사의 경우 한 단말기에서 결제된 건은 그 단말기에서만 결제취소가 승인될 수 있게 설정돼 있다"며 "다만 이는 고객이 불편할 수 있으므로 의무사항은 아니고 어떻게 설정하느냐의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정재우 기자 (jjw@kb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