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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슈 ] 시사기획 창

유검무죄(有檢無罪)? 17년의 소송 [시사기획 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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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검찰총장의 부인과 장모가 연루된 과거 사건들이 튀어나오고 있습니다. 윤 총장의 장모 최 씨는 경기도 성남의 땅을 사면서 은행 잔고를 위조한 혐의로 이미 기소돼있는 상태죠. 최 씨 모녀는 여러 개의 사업에 투자해 큰돈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는데, 대부분 부동산 쪽입니다.


그런데 공통점이랄까요? 최 씨, 이른바 최 회장에겐 일정한 사업 패턴이 있었습니다. 일단 물건(부동산)에 빠삭한(?) 정보를 갖고 있는 이른바 '꾼'을 동업자로 끌어들입니다. 그리고 이익이 실현되면 동업자를 민사가 아닌 형사사건으로 고소해 동업자들은 대개 감옥에 들어가게 됩니다. 물론 이익금은 최 회장이 독차지하게 되고요. 성남의 땅도 그랬고 의정부의 요양병원 사업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지금부터 따라가 보려는 스포츠센터 건도 그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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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송파구에 대형 스포츠센터가 있었답니다. 지금은 교회로 바뀌었지만 2003년 당시만 해도 회원이 1,500명이 넘었다네요. 그런데 망했습니다. 이 건물에 잡혀있던 여러 가지 근저당채권들이 있을 거 아니에요. 물론 대부분 채권은 휴짓조각이지만 그 중 안전한 근저당채권 한 개를 '꾼'이 발견한 거죠. 152억 원짜리 근저당채권인데 떼일 염려도 없고 100억 원에 살 수 있는 방법을 발견한 건, 당시 이 파산한 스포츠센터의 비상대책위원장을 맡고 있던 정대택이란 사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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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돈을 벌 게 확실한데, 문제는 종잣돈 10억 원이 필요했습니다. 그때 10억을 투자하겠다고 나선 사람이 바로 최 회장이란 사람이었습니다. 나중에 검찰총장의 장모님이 된 최 모 씨였죠. 최 회장의 10억 원과 은행 대출로 결국 다섯 달 만에 52억 원을 이익금으로 남깁니다. '52억을 다섯 달 만에'요.


동업하기 전 서로 약정서를 작성했다고 합니다. 이익이 나든 손해가 나든 반반씩 부담한다고 말이죠. 이제 52억을 반반씩, 26억 원씩 나눠 가지면 끝납니다. 약정서에 도장 찍은 대로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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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최 회장이 갑자기 동업자 정대택 씨를 강요죄로 고소합니다. 약정서가 협박과 강요에 의해 억지로 맺어졌다고 말이죠. 재판은 최 회장이 이깁니다. 승소를 결정지은 건 약정서를 맺을 당시 법무사 백씨가 같이 있었는데, 법무사가 "약정서를 자신이 작성하지 않았고 당시 강요 행위가 있었다"고 증언한 덕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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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사와 정대택 씨는 고향 친구였습니다. 정대택 씨는 1년형을 선고받습니다. 52억 이익금은 모두 최 회장에게 돌아가고요. 이걸로 끝난 것처럼 보였습니다. 반전이 시작됩니다. 항소심, 즉 2심에서 말이죠.


법무사 백씨가 "최 회장으로부터 금품을 받고 위증했던 거다, 당시 약정서는 강요도 없었고 두 사람 모두 자의에 의해 맺은 거다" 이렇게 진술을 바꿉니다. 아니 갑자기 왜?


이유가 있었습니다. 당초 백 법무사는 최 회장에게 유리하게 위증을 하는 대가로 13억 원을 받기로 했답니다. 정대택 씨에게 돌아갈 26억 원의 절반을 최 회장 측에서 제시했다는 거죠. 그런데 이제 와서 현금 2억 원과 가락동의 아파트(3억 원 조금 넘었다고 합니다)를 넘기는 걸로 끝내자고 했다는 거죠. 아파트는 최 회장의 딸 김건희 씨 소유였습니다.


백 법무사의 마음이 돌아섰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고향 친구를 돈 때문에 배신했다는 양심의 가책이 있었던데다, 일이 끝난 뒤 최 회장의 말이 바뀐 게 분했던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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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소심에서 백 법무사의 진술이 뒤바뀌자 판결도 뒤집어질 상황이 돼버렸습니다. 정대택 씨도 이때 '이제 됐다'라고 마음을 놓았다고 합니다.


그런데 사건이 이상하게 흘러갑니다. 검찰이 백 법무사를 갑자기 구속기소 해버린 겁니다. 죄명은 '변호사법 위반'이었습니다. 변호사도 아닌데 최 회장에게 법률적인 자문을 해주고 5억 원이 넘는 돈을 받았다는 혐의입니다. 백 법무사는 자신이 죄를 지은 건 맞지만, 변호사법 위반이 아니라 자신은 '모해위증죄'를 지은 것이니 위증죄로 처벌해달라 요청했습니다. 변호사법 위반보다 모해위증죄의 형량이 더 높습니다.


그러나 검찰은 범인이 자백하고 더 중한 처벌을 내려달라 요청하는데도 위증죄로는 끝까지 재판에 넘기지 않고 변호사법 위반으로 기소합니다. 상식적으로, 쟁쟁한 변호사들을 놔두고 일개 법무사에게 5억 원이 넘는 돈을 주면서 법률 자문을 받을 사람이 어디 있겠습니까? 돈은 위증의 대가라고 봐야 하지 않을까요?


당시 재판을 담당했던 판사는 "법무사가 위증을 했다고 자백했지만, 검찰이 위증죄로는 아예 기소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재판에선 이를 따질 수 없었다"고 말했습니다.


검찰은 왜 끝까지 위증죄로는 기소하지 않았을까요? 당시 법무사의 변호를 맡았던 변호사의 얘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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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병용 / 당시 변호인

"모해위증으로 기소돼 재판에 넘겨지면 정대택 씨가 처벌받은 '강요'라든지 '사기', 이런 모든 것이 뒤집어지지 않습니까? 결론적으로. 그걸 유지하기 위해서 검찰에서는 모해위증으로 기소를 할 수 없었고 대신 엉뚱한 변호사법 위반으로 기소한 걸로 판단합니다."


결국 법무사도 2년형을 받고 감옥에 들어갑니다. 그런데 이것도 끝이 아니었습니다. 최 회장은 백 법무사에게 준 현금 2억 원과 아파트가 '빌려준 것'이었다며 소송을 또 겁니다. 재판부는 "현금은 빌려준 것인지 불분명하니 돌려줄 필요가 없지만, 아파트는 원 소유주인 김건희 씨에게 돌려주라." 판결을 내립니다. 법무사는 출소한 뒤 암으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수소문 끝에 경기도 평택에 살고 있다는 백 씨의 유가족을 찾았지만, 취재진을 피해 만날 수는 없었습니다. 당시 가락동 아파트에서 쫓겨나면서 김건희 씨로부터 6천만 원을 받고 '더이상 문제를 일으키지 않겠다'는 각서를 썼다고 합니다. 정대택 씨의 사건은 대법원까지 가서 유죄로 확정됐습니다.


사건은 여기서 끝나지 않습니다. 세월이 한참 흐른 2014년 어느 날, 정대택 씨는 우연치 않게 최 회장이 미국으로 1만 8,880달러를 보낸 사실을 발견합니다. 당시 환율로 약 2,200만 원입니다.


달러를 보낸 거야 뭐 흔한 일인데 무슨 문제인가? 그런데 말이죠, 송금 시기가 2004년 자신이 막 검찰에 기소된 시점이었습니다. 그리고 최 회장의 달러를 송금받은 사람은 양 모 당시 검찰 고위간부의 부인이었습니다.


부인은 미국에서 자녀 둘과 유학 생활을 하고 있었다고 합니다. 전혀 일면식도 없는 '최00'(최 회장)이란 사람 이름으로 거액이 송금됐으니 놀랐을지도 모릅니다.


정대택 씨는 양 모 검찰 간부가 거액을 받고 자신과 최 회장의 소송에 영향력을 끼쳤다고 주장하며, 지난달 뇌물수수죄로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2004년 소송이 한창일 때 최 회장과 딸 김건희 씨, 그리고 양 전 검사 등이 유럽으로 열흘간 여행을 갔다 왔는데 이 여행 경비도 모두 뇌물이라는 주장입니다.


양 모 전 검사는 차장검사까지 올라간 뒤 퇴직해 현재는 변호사로 활동 중입니다. 정대택 씨의 주장대로 정말 양 전 검사가 자신의 지위를 이용해 뇌물을 받고 '뒷배'를 봐준 걸까요? 취재팀은 양 모 전 검찰 고위간부를 직접 만나 해명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의심스러운 정황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한편 취재진의 답변 요청을 거부해온 최 회장 측은 이 기사가 나간 24일 오후 정정보도 요구서를 보내왔습니다. 해당 의혹들은 모두 정대택 씨의 일방적인 주장이며 사법기관의 판결로 이미 허위임이 드러난 사안이라는 취지입니다.


더 자세한 얘기는 내일(4월 25일) 밤 8시 5분, '유검무죄? 17년의 소송' 편을 통해 만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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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사훈 기자 (aristo@kb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