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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슈 ] 팩트체크K

마스크 오래 쓰면 이산화탄소에 중독되나?

byKBS

KBS

"하루종일 마스크 쓰고 있으면 이산화탄소에 중독될 수 있다!"


인터넷 카페와 기사 댓글, SNS에 떠돌고 있는 주장입니다.


학생들의 등교 개학이 코로나19 사태로 미뤄지다 이틀 전(20일) 고3 학생을 대상으로 이뤄졌는데요. 충남 천안의 한 고등학생이 마스크를 쓴 채로 수업을 듣다 호흡곤란 증세를 보이며 쓰러졌다는 보도에 터져 나온 누리꾼 반응입니다.


해당 주장은 일전에도 간간이 나왔는데요. 학부모·학생 모두 등교 개학을 '기대 반 우려 반'의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던 차에 이런 일까지 터지자 그 불안감이 증폭되는 분위기입니다.


쓰러졌던 학생은 곧바로 인근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았고 별다른 이상은 없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충남도교육청 관계자는 "쓰러진 학생이 호흡기 질환을 갖고 있었던 건 아니다. 혹시 몰라 곧 정밀검사를 받아볼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장시간 마스크를 쓰고 공부해야 하는 전례 없는 상황. 교사도 학생도 모두가 힘들 수밖에 없는데요.


"하루종일 마스크 쓰고 있으면 이산화탄소에 중독될 수 있다"는 주장은 어디까지 믿어야 할까요? 막연한 불안감일지, 과학적 근거가 있는지 따져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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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산화탄소 중독을 우려하는 이유는?

일각에서 이산화탄소 중독증을 우려하는 이유가 뭘까요?


마스크를 장시간 끼고 있을 경우 날숨 때 배출되는 체내 이산화탄소가 마스크 내부에 축적된다는 가정에서 비롯된 겁니다. 마스크 내 이산화탄소 농도가 높아져 과도하게 이산화탄소를 흡입하게 된다는 주장이죠.


신선한 공기 속 이산화탄소 농도는 대략 0.04% 입니다. 실내에서 가스 누출 등의 이유로 공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가 3%가 넘으면 숨이 가빠지고 10% 이상 고농도에 노출될 경우 의식불명, 20% 이상이면 사망에 이르기도 합니다.


마스크를 장시간 착용하면 정말 마스크 내 이산화탄소 농도가 인체에 해로운 수준까지 올라갈까요?

"N95 필터 마스크 사용 시 CO₂농도 유의미하게 증가"

실제로 관련 연구결과가 있습니다. 다만 N95, 그러니까 우리의 KF94 마스크를 오래 쓰고 있을 경우에 한해서입니다.


2006년 미국 국립생명공학정보센터가 발표한 'N95마스크를 쓴 의료진의 두통 연구'(Headaches and the N95 Face-Mask Amongst Healthcare Providers)에 따르면 조사에 참여한 212명의 의료진 중 79명(37%)이 N95마스크 착용 이후 두통 증상을 보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연구팀은 2003년 사스 발병 이후 1년간 고위험지역에서 N95 마스크를 착용한 의료진을 대상으로 두통 발생빈도에 대한 설문조사를 벌여 이런 결과를 얻었습니다.


특히 두통 증상을 호소한 79명 중 26명(33%)은 한 달에 6번 이상 두통을 겪었고 6명(8%)은 평균 2일 정도의 병가를 냈습니다. 절반이 넘는 47명은 두통으로 인해 진통제까지 복용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연구팀은 두통이 저산소혈증(혈액 내 산소 적음)과 과탄산혈증(혈액 내 탄산 과도)에서 기인한 걸로 보고 "4시간 동안 N95 마스크를 사용한 경우 흉부 불편의 발생률이 더 높았다"면서 "마스크 착용 기간이 짧을수록 두통의 빈도와 심각도가 감소할 수 있다."고 결론내렸습니다. 다시 말해, 일각의 우려대로 마스크를 오래 쓰고 있을 경우 저산소증이나 체내 이산화탄소 농도가 높아질 수 있다는 겁니다.


2010년에 발표된 또 다른 연구에선( Surgical Mask Placement Over N95 Filtering Facepiece Respirators: Physiological Effects on Healthcare Workers) N95 마스크를 1시간 동안 착용한 의료진의 호흡기 내부에서 이산화탄소 농도가 유의미하게 증가했다는 내용도 있습니다.


위 두 연구 모두 KF94에 준하는 의료용 마스크를 사용했을 때의 얘깁니다. 천안에서 쓰러진 학생이 정확히 어떤 마스크를 썼는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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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매체들 대체로 "사실 아냐"

"마스크를 오래 쓰면 이산화탄소 중독의 가능성이 있다"는 주장은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제기됐습니다. 때문에 여러 해외 매체들이 해당 내용을 팩트체크했는데요. 대부분 사실이 아닌 것으로 판정했습니다.


미국의 팩트체크 전문매체인 스놉스(snopes)는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와 복수의 의료 전문가들의 의견을 근거로 "천과 수술용 마스크가 얼굴에 꽉 끼지 않기 때문에 위험이 발생할 가능성은 매우 낮고 N95 마스크도 1시간 미만으로 사용하면 유의미한 위험을 초래하지 않는다"고 밝혔습니다.


영국 통신사 로이터가 운영하는 팩트체크팀도 "일반인이 마스크 착용으로 이산화탄소 과다호흡을 할 가능성은 낮다"고 봤습니다. 미국 지역언론인 WUSA9과 건강매체인 Health.com도 여러 전문가의 자문을 통해 "마스크 착용이 이산화탄소 중독을 야기하지 않는다."라고 결론 내렸습니다.


다만, 이들 매체는 대개 일반 마스크를 대상으로 봤을 때 그렇다는 거고 N95마스크를 썼다고 해도 1시간 미만일 경우, 다시 말해 오래 사용하지 않는다는 것을 전제로 했을 때 별문제가 없다고 분석했습니다.


바꿔말하면 KF94 이상의 마스크를 1시간 이상 쓰고 있으면 이산화탄소 농도가 인체에 해로운 수준으로 높아질 수 있음을 시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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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마스크 쓰면 문제 없어"

김우주 고려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이와 관련해 " KF94나 99 등 고필터 마스크를 쓰면 숨이 찰 수 있어 의료인이 아닌 일반인에겐 권고하지 않는다. KF80이나 덴탈마스크로도 충분하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 어쨌든 마스크 종류와 상관없이 학생들에게 잠시 숨 쉴 틈을 주는 것이 필요하다, 하루종일 마스크를 쓰고 있을 필요는 없다"고 밝혔습니다. 쉬는 시간이나 점심시간 등을 이용해 잠시 숨 돌릴 틈을 주는 세밀한 방역 지침이 필요하다는 설명입니다.


이세원 서울아산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마스크를 오래 끼면 기존 호흡기 질환자들에게서 상태가 안 좋아지는 건 임상적으로 당연하다"면서도 "건강한 사람이 마스크를 장시간 착용할 때 어떤 영향이 있을지에 대해선 아직 객관적으로 증명된 게 없다"고 말해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는 점을 내비쳤습니다.


종합하면, KF94 마스크를 장시간 사용할 경우엔 이산화탄소 중독증이 나타날 가능성이 있지만, KF80이나 덴탈 마스크를 쓸 경우 그 확률은 매우 낮다는 게 국내외 전문가와 각종 연구결과, 여러 팩트체크 기사들이 공통적으로 내린 결론입니다.


※취재지원: 노수아 / 팩트체크 인턴 기자(xooahha@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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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주현 기자 (leg@kb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