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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슈 ] 법원의 시간

정경심 재판 2막…'아는 만큼' 벌 받는 투자의 세계

by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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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검찰의 시간은 끝나고 법원의 시간이 시작됐습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변호인, 2019.12.31.)


지난해 온 사회를 뒤흔들었던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일가에 대한 검찰 수사. 이 사건은 실체적 진실을 찾아가야 하는 법정에 당도했습니다. 공개된 법정에서 치열하게 펼쳐질 '법원의 시간'을 함께 따라가 봅니다.

재판 2라운드 시작…'사모펀드 의혹' 쟁점은?

정경심 동양대 교수의 재판, 이제 분기점을 넘어 2라운드가 시작됐습니다. 1라운드 '입시 비리 의혹'을 어느 정도 마무리 짓고, '사모펀드 의혹'에 대해 본격적인 심리에 나선 건데요. 지난 4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정경심 동양대 교수의 16차 공판에선 '사모펀드 의혹'에 대한 검찰과 변호인 양측의 서증조사가 이뤄졌습니다.


검찰은 고위 공직자의 가족인 정 교수가 사모펀드를 중심으로 한 투자를 통해 재산을 불법적으로 불려왔다고 보고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허위 용역 계약을 맺고, 공개되지 않은 호재성 정보를 적극적으로 이용하는가 하면 다른 사람의 계좌까지 빌려 주식을 매매했다고 지적했는데요. 혐의는 크게 5가지로 나뉩니다. 간략하게 살펴보면 이렇습니다.


① 업무상횡령: 사모펀드 운용사 코링크PE에 10억 원을 투자한 뒤 '허위 경영 컨설팅 계약'을 맺고 연 10% 이자 명목으로 1억 5천여만 원 횡령

② 자본시장법 위반(거짓 변경보고): 자신과 가족들 명의로 사모펀드에 출자하는 과정에서 '투자 약정 금액'을 실제 14억 원이 아닌 100억 원으로 부풀려 금융위원회에 허위 보고

③ 자본시장법 위반(미공개정보 이용): 조범동 씨(조국 전 장관의 5촌 조카)로부터 시장에 공개되지 않은 '호재성 정보'를 듣고 2018년 1월과 2월, 11월에 WFM 주식 매수

④ 범죄수익은닉규제법 위반: 동생과 동생의 처남, 지인 등 명의로 주식을 매수하고, WFM 실물주권 12만 주를 공직자재산등록 때 신고하지 않고 은행 대여금고에 보관하는 등 수익 은닉

⑤ 금융실명법 위반: 동생과 단골 미용사, 페이스북을 통해 알게 된 조 전 장관 지지자 등의 계좌를 이용해 차명 투자


지난 4일 서증조사는 이 혐의들에 대한 검찰과 변호인 양측의 시각을 엿볼 수 있었던 시간이었습니다. 재판부 역시 앞으로 중점적으로 따져볼 부분을 제시해줬는데요. 그동안 다퉈왔던 부분이 아닌 다른 부분에 초점을 맞춰달라고 주문하는 바람에, 갑작스럽게 판이 흔들리기도 했습니다.

'투자냐, 대여냐' 다퉈왔는데…재판부 "문제는 그게 아냐"

'투자냐, 대여냐', 그간 정 교수 재판의 큰 틀이 됐던 논쟁거립니다. 앞서 살펴본 '업무상횡령' 혐의와 관련해서인데요. 정 교수 측이 조국 전 장관의 5촌 조카 조범동 씨에게 건넨 10억 원이 과연 투자금이었느냐, 아니면 사인(私人) 간의 금전소비대차계약이었느냐를 두고 치열한 공방이 벌어졌었습니다.


맥락을 살펴보면요. 정 교수는 2017년 3월부터 2018년 9월까지 매달 860여만 원씩, 모두 1억 5천여만 원을 코링크PE로부터 받았습니다. '경영 컨설팅 계약'에 따른 용역비 명목이었습니다. 돈은 정 교수 동생 명의 계좌로 들어왔지만, 이 가운데 80%가량은 정 교수가 직접 챙겼습니다. 원천징수세 3.3%에 해당하는 27만여 원이 안 들어오자, 정 교수가 조 씨에게 따져 물어 돈을 받아내기도 했죠.


검찰은 정 교수 측이 코링크PE에 투자를 하면서 최소 수익금을 보장받기 위해 가짜 컨설팅 계약을 맺었고, 이는 코링크PE 회삿돈을 횡령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정 교수 측은 조 씨에게 빌려준 원금에 대해 연이율 11%로 매달 이자를 받은 것뿐이라고 반박했죠. 언뜻 보면 정 교수가 조 씨에게 준 돈이 투자금이 아니라 단순히 빌려준 돈이라면, 횡령죄가 성립하지 않는 것처럼 인식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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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양측의 서증조사를 가만히 듣던 재판부, 지금 중요한 건 그게 아니라고 꼬집었습니다. 재판부는 "'대여계약'과 '투자계약'의 중간적인 형태도 얼마든지 있다"며 "당사자들은 대여라고 주장하는데 법원에서 보면 투자인 경우도 있고 그 반대의 경우도 흔히 발견된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중요한 건 ①조범동 씨가 컨설팅 계약을 체결해 정 교수 혹은 정 교수 동생에게 수수료를 준 게 불법영득의사가 있는 '업무상횡령'에 해당하는지, ②정 교수 역시 컨설팅 계약을 체결해 수수료를 지급하는 행위가 '업무상횡령'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기능적 행위지배'를 했는지라고 지적했습니다.


쉽게 말해 정 교수도 이런 식으로 돈을 받는 게 불법이라는 걸 알면서 적극적으로 챙겼느냐, 아니면 그 경위는 모른 채로 단순히 빌려준 돈에 대한 정당한 이자라고 생각했느냐에 유무죄 여부가 달려있다는 겁니다. 재판부는 "물론 가담 행위가 있어야겠지만, 조 씨에게 돈을 꿔주고 받을 권리가 있더라도 그 자금이 회사 자금이라면 업무상횡령이 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같은 논리로, 조범동 씨가 코링크PE의 실운영자인지 아닌지도 그다지 중요한 논점은 아니라고 재판부는 설명했습니다. 그렇든 말든 조 씨가 불법적인 의사를 갖고 회삿돈을 빼돌렸는지 아닌지가 중요하니, 앞으로 이어질 재판에서 실운영자 여부를 규명해내는 데 힘을 뺄 필요는 없다는 말입니다. 대신 재판부는 정 교수가 돈을 꿔준 게 조범동 씨 개인인지 아니면 코링크PE인지에 대한 주장을 명확히 해달라고 변호인 측에 주문했습니다.

정경심 "불로수입, 할 말 없음"…진실은?

앞서 재판부가 짚어준 쟁점에 대한 검찰의 논리는 분명합니다. 정 교수가 이 컨설팅 계약이 불법적인 방법이라는 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는 겁니다. 검찰은 그 근거로 정 교수 부부가 2018년 5월 28일 나눈 문자메시지를 제시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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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황은 이렇습니다. 코링크PE로부터 컨설팅비 명목으로 받은 돈에 세금이 많이 붙자, 정 교수가 남편 조 전 장관에게 하소연을 시작합니다. 정 교수는 "약 6~7천만 원 정도가 불로수입"이라며 "할 말 없음"이라고 말합니다. 그러면서 "그러니 작년보다 재산총액이 늘었지. 그렇게 쓰고도"라고 설명합니다.


검찰은 이 '불로수입'이라는 단어에 주목했습니다. 정 교수 부부가 코링크PE로부터 컨설팅비 명목으로 받은 돈이 불법적인 수익임을 인식하고 있었다는 걸 보여주는 단적인 예라는 거죠. 그걸 몰랐다면 정 교수 말을 들은 조 전 장관이 '내가 몰랐는데 어떻게 된 거냐', '구체적인 내용을 확인해 신고해야 하지 않느냐'라고 되물었어야 한다는 주장입니다.


검찰은 "정 교수가 조 전 장관과 이런 내용을 사전에 공유하지 않았다면 세금 문제에 대해 '불로수입'이라는 부정적인 용어까지 동원해 대화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다"며 "당연히 알고 있었다는 듯 반응했단 것은 이 부분을 인식하고 있었다는 점을 명확하게 확인해주는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정 교수 측은 코링크PE와의 컨설팅 계약 등은 조범동 씨와 익성의 이창권 부사장이 주도했으며 정 교수가 직접 관여한 건 없다는 논리로 맞섰습니다. 조 씨가 익성 측과 협의해 유상증자와 컨설팅비 지급 방식으로 정 교수 자금을 유치하기로 결정했고, 정 교수는 그저 조 씨에게 돈을 빌려줬을 뿐이라는 거죠.


변호인은 코링크PE의 펀드들이 서로 복잡하게 연결돼있고 은밀한 방식으로 익성의 우회상장을 추진했다며, 정 교수는 그런 구체적인 구조까지는 알 길이 없었다고 항변했습니다. 빌려준 돈에 대한 10%가량의 이자, 그걸 받아내는 데에만 관심이 있었다는 건데요. 결국 투자도, 횡령도 아니라는 주장입니다.

'강남 건물주의 꿈' 다시 들고 온 검찰…재판부 "이제 그만"

검찰은 이번 서증조사에서 2017년 7월 7일, 정 교수가 남동생에게 "내 목표는 강남에 건물 사는 거", "너랑 나랑 합하든 따로든"이라고 문자메시지를 보낸 사실을 다시 한번 공개했습니다. 이 문자 내용, 아마 들어보셨을 겁니다. 이미 한 차례 큰 화제가 됐었죠.


지난 1월 재판에서 검찰은 이 문자가 정 교수 범행의 '동기'를 보여주는 결정적인 단서라고 주장했습니다. 당시에도 검찰은 "정 교수가 고위공직자 가족으로서 공직자윤리법에 따라 주식을 처분하고 백지신탁을 해야 하는 상황에서 강남 빌딩 매수를 목표로 세웠다"며 "미공개 정보를 이용하고, 차명계좌 거래를 범한 결정적 동기"라고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변호인은 강하게 반발했습니다. 이틀 뒤엔 대대적인 입장문까지 냈는데요. 검찰이 정 교수를 도덕적으로 비난하고 망신을 주려는 의도로 이런 내용을 공개한 거 아니냐는 겁니다. 강남에 건물을 장만하고 싶다는 희망을 품는 건 누구나 꿀 수 있는 꿈,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데다 이런 문자는 사모펀드 관련 혐의를 입증할 증거조차 되지 못한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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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 문자가 또 한 번 등장한 겁니다. 당시 논란을 기억하는 기자들, 살짝 긴장한 채로 지켜보고 있었는데요. 이를 의식한 듯 검찰은 이번엔 '7월 7일'이라는 날짜에 주목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이날은 정 교수가 조범동 씨와 펀드 출자를 통한 음극재 사업에 대해 협의하고 구체적인 투자 얘기를 나눈 날인데, 그걸 들은 정 교수가 이대로면 강남 건물을 살 수 있겠다고 생각하게 된 것이 아니냐는 거죠. '강남 건물'이 일반적인 꿈이란 건 이해하지만, 그걸 실행에 옮기려면 로또를 연속으로 3~4번 맞는 정도의 계기가 있어야 하지 않느냐고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구구절절한 설명이 이어지는가 싶더니, 재판부가 이를 막고 나섰습니다. 임정엽 재판장은 "검사님, 강남 빌딩 얘기는 그만하시고요"라며 "다음으로 넘어가세요"라고 단호하게 제지했습니다. 순간 방청석에선 웃음이 터졌는데, 임 재판장은 "웃지 말라"며 "이 부분에 대한 설명이 너무 길어진다"고 재차 지적했습니다.

"조국 가족이라 혐의 부풀려졌다"던 조범동, 증인석으로

오는 11일과 12일 재판에는 정 교수 사모펀드 의혹 전반에 걸쳐 '공범'으로 적시돼있는 조범동 씨가 증인으로 나옵니다. 정 교수와는 별도로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등 혐의로 구속기소 된 조 씨는 지난 2일 본인 재판에서 징역 6년을 구형받았습니다. 그리고 오는 30일, 1심 선고를 앞두고 있습니다.


검찰은 조 씨의 범행을 "정경유착의 신종 형태"라고 규정짓고 "정치 권력과의 검은 유착을 통해 권력자에게 불법 부당한 이익을 제공하고 본인은 그걸 이용해 사적 이익을 추구했다"고 지적했습니다. 특히 "조국 민정수석의 공적 지위를 활용하는 대가로 민정수석 배우자인 정경심 교수에게 정상적으로 얻기 어려운 고수익을 약정했다"고 비판했죠.


조 씨는 오히려 "조국 전 장관의 가족이라는 이유로 실제보다 공소사실이 부풀려진 채 단두대에 섰다"고 주장했습니다. 사실 사건의 실질적인 관계자는 익성의 이봉직 회장, 이창권 부사장 등인데 자신만 가혹한 비난의 화살을 감내하고 있다는 겁니다.


그만큼 조 씨는 정 교수 사건과 깊게 얽혀있습니다. 처음 코링크PE에 정 교수 돈을 유치하게 된 경위부터 사모펀드 투자 과정, 훗날 조국 전 장관이 후보자로 지명된 이후 증거인멸에 관한 내용까지, 검찰과 변호인은 궁금한 것이 많을 겁니다. 조범동 씨에 대한 양측의 치열한 신문, 다음 [법원의 시간]에서 충실하게 전해드리겠습니다.


최유경 기자 (60@kb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