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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슈 ]

"목사처벌법? 독소조항?"…차별금지법 따져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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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별금지법엔 '독소조항'이 있다?

서울 낮 기온 34도, 지난달 22일은 올해 들어 가장 더웠습니다. 이날 서울 중구의 국가인권위원회 건물 앞에 주요셉 목사가 1인 시위를 위해 나왔습니다. 벌써 1년 10개월째입니다. 주 목사는 '포괄적 차별금지법 → 정적 제거 정치수단, 동성애 독재, 파시즘/나치즘/전체주의 지름길'이라 적힌 피켓을 들었습니다.


KBS 취재진과 만난 주 목사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차별하지 말라는 말은 너무 좋습니다. 하지만 그 말 속에 독소조항, 무서운 독재적인 발상이 들어 있는 독재법이기 때문에 반대하는 것입니다." 동성애에 대한 어떠한 반대와 비판을 하더라도 특정한 소수를 보호하기 위한 법이라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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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10개월째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 건물 앞에서 ‘차별금지법 제정 반대’ 시위를 하는 주요셉 목사

주 목사뿐 아니라 보수 기독교 단체들은 지난주부터 차별금지법 제정 반대에 본격적으로 나섰습니다. 지난달 25일 오전에는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 반대 기도회'를 열고, 이 자리에서 "차별금지법 제정에 한 목소리로 반대하면 막을 수 있다"며 대규모 집회와 반대 서명 등 구체적인 행동 방안을 제안했습니다.


그제(6월 29일) 정의당에서 차별금지법 제정안을 발의한 뒤에도 비슷한 반응이 나왔습니다. 관련 기사에는 "이 법의 정체를 아는 국민은 모두 반대다.", "기독교를 탄압하고 핍박하기 위한 법이다", "학교에서는 아이들에게 항문 성교와 구강성교를 가르치고, 동성애는 틀린 것이라고 말하면 3천만 원의 벌금을 물게 할 것"이라는 댓글이 달렸습니다.

차별금지법 따져 보기

정말 이 법이 제정되면 기독교가 탄압받고 핍박받을까요? 보통 사람들은 잘 모르는 '독소조항'이 들어있는 걸까요? 법안을 한번 따져보겠습니다. 이 법안은 국회 의안정보시스템(likms.assembly.go.kr)에서 누구나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의안 번호 '2101116'을 검색하시면 됩니다.


① 목사님의 설교를 문제 삼는 '목사처벌법'이다?


많은 분의 우려와 달리 이 법이 '목사처벌법'으로 쓰일 가능성은 없습니다.


장혜영 의원 안은 차별금지 영역을 ▲고용, 재화·용역 등의 공급이나 이용, ▲교육 기관의 교육 및 직업훈련, ▲행정서비스 제공이나 이용과 같은 '공적 영역'으로 한정했습니다. 예배당은 이와 관련된 공간이 아니어서 차별금지법 적용을 받지 않습니다. 법안에 따르면 예배당에서 '동성애는 죄'와 같은 혐오 발언이 나온다고 해도 붙잡혀 갈 일은 없다는 뜻입니다. 최영애 인권위원장도 어제(30일) 차별금지법을 제정하라는 의견을 국회에 제시하며, "종교단체 안의 신념은 종교적 자유에 해당한다"고 못 박았습니다.


물론 종교기관이 운영하는 교육 기관에서 이 같은 발언을 하거나, 종교 기관이 운영하는 사회복지단체에서 성별, 장애, 나이, 성적 지향, 성별 정체성 등 25가지를 이유로 채용을 거부한다면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이는 아무리 종교기관에서 운영하는 기관이라고 할지라도, 공적 자금이 투입되기 때문입니다.


공익인권변호사모임 '희망을만드는법' 조혜인 변호사는 "해당 단체의 설립 정신과 방향에 대해 존중받되, 공적 자원이 투입되는 이상 이들도 공적 역할을 수행해야 하며, 기본적인 인권 보장에 대한 최소한의 노력은 이뤄져야 한다는 뜻"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또 이 법에서 '불리한 대우를 표시하거나 조장하는 광고행위'도 금지한다고 해서 일반적인 설교나 발언까지도 금지된다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이 법을 대표 발의한 장혜영 의원실 관계자는 "저희 법안에 담긴 '광고'는 옥외광고와 상업광고에 한정돼 있다"며, "집회·시위 등에 사용되는 1인 시위나 현수막 등은 해당하지 않는다"라고 말했습니다.


② 동성애자에게 케이크를 팔 수 없다?


일부 보수 기독교 단체에서 차별금지법 '독소조항'을 말할 때 항상 언급하는 것이 성적지향/성별 정체성 항목입니다. 차별금지법 때문에 일상에서 종교적 신념을 저버려야 하는 게 아니냐는 겁니다.


케이크 판매와 같은 일은 법에서 말한 차별금지의 영역 중 하나인 '재화·용역 등의 공급이나 이용'에 해당합니다. 누구나 일상을 살아가려면 반드시 참여해야 하는 생활 영역이라 '공적 영역'에 들어간다고 보는 겁니다.


다른 예로 한 투표안내원이 '우리 집안에서는 대대로 00지역 출신 사람들을 싫어하는 신념이 있다'며 투표 안내하기를 거부한다면, 이 역시 '행정서비스 제공' 영역에서 차별이라 이 법에 저촉될 수 있습니다. 이 부분은 차별금지법 제정이 아니라도, 현행 인권위법에 따라서도 금지되는 일입니다.


일상을 살아가려면 다른 소수자와 끝없이 마주해야 합니다. 본인도 어떤 부분에서는 소수자일 수 있기 때문에 서로에 대한 차별과 혐오를 막아야 하는데, 차별금지법이 서로를 보호하는 마스크처럼 쓰이는 겁니다. 마스크가 효과를 내려면 모두가 써야하는 것처럼요.


③ 단순 차별 발언한다고 처벌받는 것은 아냐


이 법에는 분명히 벌칙 규정이 있습니다. "사용자 등이 제55조를 위반하여 불이익 조치를 한 경우에는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는 겁니다. 이 조항 때문에, 동성애 혐오 발언을 하기만 해도 징역형이나 벌금형을 받는다는 인식이 퍼졌습니다. 사실이 아닙니다.


위 조항에서 말한 제55조를 잠시 볼까요. "사용자와 임용권자, 교육기관의 장은 차별을 받았다고 주장하는 자와 그 관계자가 이 법에서 정한 구제절차의 준비 및 진행 과정에서 위원회에 진정, 증언, 자료 등의 제출 또는 답변하였다는 이유로 해고, 전보, 징계, 퇴학, 그 밖에 신분이나 처우와 관련하여 불이익한 조치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라고 적혀 있습니다.


즉, 누군가 차별을 받아 이를 구제하기 위한 절차를 진행하는데 여기에 대해 증언하거나 진정했다는 등 이유로 신분상 불이익 조치를 한다면 그때 처벌할 수 있다는 조항입니다. 이조차도 처벌 자체에 목적을 뒀다기보다는 예방적 목적이 강합니다. 장애인차별금지법에도 차별행위에 대한 과태료 항목이 따로 있는데, 법 제정 이후 3년여 동안 과태료 부과 건수는 단 한 건도 없었습니다.


요약하면 이 법안의 처벌 조항은, '차별에 대한 처벌'이 아니라 '차별에 대해 문제 제기조차 불가능한 상황을 미리 막기 위한 조항'이라고 보면 됩니다.


④ 이 법으로 인권위는 무소불위의 사정 기관이 될 것이다?


'동성애 반대하면 붙잡혀 간다'는 오해는 인권위가 '무소불위의 사정 기관이 될 것이다'라는 인식으로 이어집니다. 하지만 앞서 말했듯 처벌 조항은 매우 제한적인 상황에서 적용되며 이 역시 수사 기관의 수사와 법원의 판결까지 거쳐야 합니다. 인권위가 할 수 있는 것은 수사를 의뢰하는 것 정도뿐인데, 이는 각 시·군·구청에도 있는 권한입니다. 수사 의뢰를 할 수 있다고 해서 '무소불위의 사정 기관'이라고 말하기는 무리가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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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중구에 위치한 국가인권위원회

물론 이 법에 따라 인권위가 '시정명령' 권한을 가진다는 점에서 지금보다 좀 더 강제적인 권한을 지니는 것은 맞습니다. 시정명령에 불복하면 이행강제금까지 부과됩니다. 하지만 이 역시 시정 권고를 했지만 받아들여 지지 않는 사건 중 사안의 중대성 등 몇 가지 요건을 갖춘 사건에 해당합니다.


지금까지 인권위는 수없이 많은 '시정 권고'를 했습니다. 정치인들의 장애인 차별 발언도, 어느 방송사의 성차별 채용에 대해서도 시정 권고를 했지만, 강제력이 없어 무시당해왔습니다. 시정명령 권한을 갖게 된다면 장애인 차별 발언도, 성차별 채용도 바로잡을 수 있도록 압박할 수 있게 됩니다.


⑤ 개별적 차별금지법안으로 충분하다?


양성평등기본법, 남녀고용평등법, 장애인차별금지법, 연령차별금지법, 난민법, 기간제법.. 한국에는 소수자를 위한 여러 가지 개별적 차별금지법이 있습니다. 이 때문에 포괄적 차별금지법은 필요 없으며 과잉 입법이라는 주장이 있습니다.


하지만 소수종교 신자, 성 소수자 등 개별적 차별금지법에서조차 소외되는 '비가시화된 소수자'들이 있습니다. 개별적 차별금지법이 있다는 이유로 이들을 외면한다면 특정 소수자는 차별해도 된다는 식의 잘못된 메시지를 줄 수도 있습니다.


이 외에 차별금지법 제정에 반대하는 논리로 '차별금지법 제정으로 에이즈가 창궐할 것이다', '성 소수자를 인정하면 수간(獸姦)과 소아성애까지 인정하라는 말이냐'와 같은 터무니 없는 주장도 끊임없이 나오고 있습니다.

국민 88% 찬성했다는 인권위 조사에도 의문 제기

그런가 하면 차별금지법 제정에 찬성 비율이 높은 여론조사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는 경우도 끊이지 않습니다. 최근엔 "국민 88%가 차별금지법 제정에 찬성했다"는 국가인권위 조사가 도마 위에 올랐습니다. '차별금지에 찬성하냐'는 식으로 물으면 누가 '그렇지 않다'고 답하겠냐며, 신뢰할 수 있는 여론조사냐는 겁니다. 과연 성 소수자 문제에 대해서도 같은 비율로 찬성할지 의문이라는 건데, 해당 보고서를 따져 보겠습니다. 보고서 전문은 국가인권위 누리집(humanrights.go.kr)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보고서에 따르면 17번 문항은 '차별금지 법률제정'이라는 개별 정책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묻습니다. 이에 대한 답변으로 '찬성하는 편'과 '매우 찬성'을 합쳐 88.5%가 나왔습니다.


그렇다고 이 설문조사가 일부러 동성애를 회피하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같은 조사의 8번 문항은 "동성애자, 트렌스젠더 등과 같은 성 소수자도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존중받아야 하고 동등한 대우를 받아야 한다"에 대한 생각을 묻습니다. 여기에서 '다소 동의'와 '매우 동의'는 모두 합쳐 73.6%입니다. 차별금지법 찬성 여론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기독교는 동성애자들을 혐오하거나 저주하지 않습니다."

김태영 한국교회총연합회 이사장은 지난달 25일 열린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 반대 기도회'에서 "기독교는 동성애자들을 혐오하거나 저주하지 않는다. 그들도 치유와 회복의 대상"이라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개인의 성별 정체성과 성적 지향은 제3자가 찬성하거나 반대할 수 있는 사안이라 볼 수 있을까요? 이런 발언 자체가 혐오를 표현한 것이라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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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5일 서울 종로구 한국교회100주년기념관에서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 반대 기도회’가 열렸습니다.

일부 기독교 단체는 위와 같은 이유로 차별금지법에 제정에 반대하고 있지만, 타협점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닙니다. 김태영 목사는 같은 자리에서 "세상의 모든 사람은 특수한 상황 속에서 생활하는 특별한 존재"라며 "그러므로 인간은 어떤 처지, 어떤 형편에서 살든지 누구나 존중받아야 마땅하다"라고 말했습니다. 차별금지법의 제정 취지와 정확히 일치합니다.


김 목사는 특히, "그리스도인은 이런 인간 이해를 천부인권으로 뒷받침한다"며 "기독교회는 인권보호를 하나님의 뜻으로 선포해 왔고, 그리스도인들은 이를 삶 속에서 실천했다"고 강조했습니다.


문예슬 기자 (moonster@kb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