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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슈 ]

‘편도 수술’ 5살 아들 잃은 말기암 아버지, ‘CCTV 의무화’ 외치는 이유는?

by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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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보 전화 한 통을 받았습니다. 거점국립대병원인 경남 양산부산대병원에서 '편도 제거 수술'을 받은 5살 남자아이 김동희 군이 끝내 숨졌다는 내용이었습니다. 편도 제거 수술은 맹장 수술만큼이나 흔한 수술로 알려져있습니다. 이날, 수술실에서는 어떤 일이 있었던걸까요.


모든 죽음에는 '이유'가 있습니다. KBS 취재진은 동희 군의 죽음에 최대한 가까이 다가가기로 했습니다. 수술 당시부터 입원, 퇴원 등 동희 군의 죽음을 둘러싼 모든 과정을 꼼꼼하게 살펴보기로 했습니다. 모든 내용은 고 김동희 군의 보호자 김강률·김소희 씨 부부의 증언과 의무기록, 전문의 자문, 의학 논문 등을 토대로 작성됐습니다.


[연관기사]

① '편도 제거 수술' 5살 숨져…수술실 CCTV 의무화 청원

② [현장K]'편도 제거 수술’5살 숨져…수술실 CCTV 의무화 청원

③ [현장K]'권역응급의료센터'가 환자 거부…“의무기록도 뒤바뀌어”

[수술 당일, 지난해 10월 4일] 편도 제거 수술, 9세 이하 가장 많아…"비교적 간단해"

평소 건강하고 활기 넘쳤던 5살 고 김동희 군. 지난해 10월 4일, 동희 군은 편도 제거 수술을 받기 위해 경남 양산 부산대병원을 찾았습니다. 편도가 커져서 생긴 코골이와 수면 무호흡증을 치료하기 위해서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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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도 제거는 비대해진 편도를 잘라내는 수술로 잦은 목감기와 코골이, 수면 무호흡증 등을 앓는 환자들에게 이뤄집니다. 이비인후과 영역에선 비교적 흔하고 간단한 수술인데, 환자 대부분이 9살 이하라 대표적인 '어린이 수술'로 꼽힙니다.


하지만 수술 당시 동희 군 부모 입장에서는 안심할 수 없었습니다. 동희 군 아버지 김강률 씨는 "수술 전 면담에서 수술이 잘못될 수 있느냐고 묻자, 담당 의사가 '절대 그럴 일 없다'고 설명했다"고 말했습니다.

"1시간 걸린다더니"…통상 수술 시간 '2배 이상' 걸려

오후 3시, 동희 군 편도 제거 수술이 시작됐습니다. 통상 1시간 정도 걸리는 수술. 하지만 예정된 시간이 지나도 동희 군은 수술실에서 나오지 않았습니다. 담당 간호사는 '지혈 중이다' '마취에서 깨우는 중'이라며 시간이 더 걸릴 거라고 알렸습니다.


결국, 동희 군이 수술실 밖으로 나온 시각은 오후 5시 13분쯤, 1시간 걸린다던 수술은 2시간을 훌쩍 넘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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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희 군 어머니 김소희 씨는 "수술 집도의 A씨가 '수술 마무리 단계에서 1년에 한두 건 정도 일어나는 특이한 출혈이 있었지만, 수술엔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대수롭지 않게 수술 경과를 설명했다"고 당시를 기억했습니다.

[퇴원 당일, 지난해 10월 6일] 포괄수가 대상 '편도 제거 수술'…"진료할수록 병원 손해"

지난해 10월 6일, 담당 주치의 B씨는 수술 집도의 A씨 지시에 따라 동희 군에게 퇴원 조치를 내렸습니다. 하지만 퇴원하기엔 동희 군 몸 상태가 좋지 않았습니다. 병원에서 제공하는 먹는 약부터 차가운 죽, 심지어 물도 못 마셨습니다.


수술 후유증에 고통스러워하는 동희 군 모습에, 어머니 김소희 씨는 담당 주치의 B 씨에게 추가 입원을 요구했습니다. 하지만 B 씨는 수술 뒤 나타나는 일반적인 증상이라며 동희 군을 퇴원시켰습니다. 그리고 16일 뒤인 10월 22일에 외래 진료를 잡아줬습니다.


동희 군 어머니 김소희 씨는 "입원을 더 할 수 있느냐고 말하니까 아주 냉소적으로 얘기했다"며, "'편도 수술을 하면 원래 못 먹으니 집 근처 병원에 입원해 수액 치료를 받으라'고 말했다"고 밝혔습니다.


익명을 요구한 대학병원 출신 의사는 "편도 제거 수술은 미리 정해진 총치료비를 지급하도록 하는 포괄수가제 대상"이라며, "진료할수록 병원이 손해 보는 구조라 길게 입원시키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말했습니다.

[퇴원 다음 날, 지난해 10월 7일] "일상생활도 불가능"…수술 후유증에 '재입원'

퇴원 후 다음 날, 동희 군은 친할머니와 함께 부산의 한 개인병원을 찾았습니다. 그런데 해당 병원 전문의는 퇴원 조치를 내린 양산부산대병원 측과 다른 의견을 내놓았습니다. 동희 군의 몸 상태가 너무 좋지 않아 재입원을 해야 한다는 내용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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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당시 의사 소견서에는 '환자의 목 통증이 너무 심해 일상생활이 불가능하고, 수술 부위에 심한 화상 자국이 보인다'는 등의 내용이 적혀있습니다.


해당 병원 전문의는 취재진에게 "보통 수술 뒤 3일이 지나면 잘 먹지는 못하지만, 동희 군은 어떤 것도 섭취할 수 없을 정도로 상태가 좋지 않았다"며, "입원 치료가 필요해 보였다"고 설명했습니다.


동희 군 어머니 김소희 씨는 "퇴원할 때 양산부산대에서 '출혈이 없다면 근처 병원으로 입원해 수액 치료를 받으라'고 안내했다"며, "그래서 의사 지시에 따라 부산의 한 종합병원에 동희를 곧장 입원시켰다"고 말했습니다.

[사고 당일, 지난해 10월 9일] 경남 유일 '소아 전문응급센터' 양산부산대병원, "직접 수술한 응급 소아 환자도 전원 거부"

동희가 부산의 한 종합병원에 다시 입원한 지 이틀째 날 새벽. 문제가 터졌습니다. 동희 군이 몇 차례 기침하더니, 갑자기 분수처럼 피를 쏟아내기 시작한 겁니다. 수술 부위가 터진 것으로 추정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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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식을 잃은 동희 군. 당시, 해당 병원은 애초 수술을 받은 양산부산대병원으로 옮기는 결정을 내렸고, 119구급대는 발생 5분여 만에 현장에 도착해 동희 군을 태웠습니다.


하지만 어찌된 영문인지 양산부산대병원은 119구급대 도착 6분 남짓을 남겨두고, 환자 수용을 거절했습니다. 양산부산대병원는 경남의 권역응급의료센터이자, 소아응급실과 별도 의료진까지 있는 소아전문응급센터도 갖추고 있습니다.


당시 출동했던 119대원은 "양산부산대병원에서 수술했던 애였기 때문에, 왜 환자를 받지 않았는지 이해가 안 갔다"며, "병원에서 수용할 수 없다고 해서 어쩔 수 없이 다른 곳으로 급히 향했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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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동희 군은 황급히 오던 길을 되돌아 부산의 다른 대학병원으로 옮겨졌습니다. 총 이송 시간은 27분, 동희는 뇌사 상태에 빠졌습니다.

[사고 이후, 지난해 10월 22, 29일] "수술에 문제없다더니"… 사후 추가된 의무기록지

사고 13일째인 지난해 10월 22일, 김동희 군 보호자 김강률·김소희 씨 부부는 양산부산대병원을 다시 찾았습니다. 중환자실에서 생사를 다투는 동희를 살피느라 정신이 없던 탓이었습니다.


그런데 수술 집도의 A씨와 면담 도중, 처음 듣는 이야기를 접했습니다. 수술 당시, 지혈을 위해 전신 마취를 한 차례 더 진행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수술 직후 듣지 못했고, 사고 직후 발급받은 의무기록지(지난해 10월 11일)에도 적혀있지 않은 내용이었습니다. 보호자들은 수술이 잘못된 것 아니냐며 강하게 문제 제기했지만, 수술 집도의 A씨는 "사후 관리가 조금 미흡했지만, 수술 과정에서는 특별한 문제가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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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 20일째인 지난해 10월 29일, 동희 군 어머니 김소희 씨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의무기록지를 새로 발급받았습니다. 그런데 기존 25장 분량이던 의무기록지는 갑자기 28장으로 늘어났습니다. '동희 군이 마취에서 깨는 과정에서 출혈이 발견돼 다시 전신 마취를 했다', '수술 뒤 출혈을 주의 깊게 살펴야 한다'는 등의 내용이 추가됐습니다.


같은 날, 같은 사람에 대한 기록인데 18일 만에 달라진 겁니다. 의료법상 진료기록부는 고의로 사실과 다르게 추가하거나 수정할 수 없습니다.


KBS 취재결과, 당시 수술실에 들어간 집도의 A씨와 주치의 B씨 등 의사 3명 또한, 현재 양산부산대병원에 근무하지 않습니다. 병원을 관두고 다른 곳으로 옮기거나, 부산 본원으로 발령 났습니다. 수소문 끝에 집도의 A씨가 현재 근무하는 다른 종합병원까지 찾아갔지만, 인터뷰 요청을 거절했습니다. 양산부산대병원 측도 공식 입장을 밝히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지금] 5살 김동희군, '편도 제거 수술'받고 5개월 만에 숨져

뇌사 상태에 빠졌던 동희는 결국 깨어나지 못했습니다. 사고 발생 다섯 달 만인 지난 3월, 세상을 떠났습니다. 현재 유족들은 수술부터 입·퇴원 등 모든 과정에서 병원 측의 소홀한 환자 대응이 아이의 죽음을 키웠다고 주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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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김동희 군 어머니 김소희 씨는 "병원에 문제를 제기하니까 의무기록지가 추가 기재가 됐고, 관련자들도 지금 흩어지고 없다"며, "병원에서 업무상 과실을 은폐하기 위해 본인들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조작하려는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고 김동희 군의 경우, 수술실 CCTV가 없어 수술실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정확히 누가 수술을 했는지, 그 어떤 것도 알기 어려운 상황. 그럼에도 유족들은 양산부산대병원의 의료 과실을 입증하고자 언제 끝날지 모르는 의료 소송에 들어갔습니다.


지난해 11월 울산지방검찰청에 수술 집도의 A씨와 담당 주치의 B씨, 양산부산대병원을 업무상 과실치사 등의 혐의로 형사 고소했습니다. 현재 해당 사건은 경남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 의료수사팀에서 수사 중입니다.

'말기 암환자' 아버지 김강률 씨의 '소원'…"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

아프지 않고 안타깝지 않은 죽음이 어디 있겠느냐마는, 사실 김동희 군의 죽음은 특히, 주위를 안타깝게 합니다. 현재 고 김동희 군의 아버지 김강률 씨가 혈액암 말기 판정을 받고 투병 생활 중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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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강률 씨는 투병 생활 중에도 동희 군과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와 의료법 개정 등을 요구하며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청원을 남겼고, 하루 만에 4만 2천여 명이 동의했습니다.


고 김동희 군 어머니 김소희 씨는 "아이 아빠가 살아있을 때 동희의 억울함이 밝혀지기 바란다"며, "그래야 애 아빠가 동희를 만났을 때 부끄럽지 않을 거 아니에요"라고 취재진에게 눈물을 흘리며 말했습니다.


한 가지 상상해봅니다. 애초 동희 군 수술실에 CCTV가 설치됐더라면, 동희군이 수술 후유증을 호소했을 때 추가 입원했더라면, 퇴원 직후 곧바로 외래 진료를 받았다면, 심정지 상태로 실려오는 동희 군을 양산부산대병원이 거절하지 않았다면, 만약 그랬다면 어땠을까요.


이형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