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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슈 ]

“목숨 걸고 왔는데”…‘비극’으로 마침표 찍은 탈북 커플

byKBS

KBS

A(40) 씨와 B(36·여) 씨는 지난 2019년 6월 탈북에 성공, 꿈에 그리던 남한 땅을 밟았다.


수사기관에 따르면, 이들은 2018년 11월 북한 양강도 보천군에서 동거를 시작, 반년 만에 탈북했다.


대한민국에 입국한 이들은 A 씨는 강원도 화천군에서 B 씨는 경기 안성시에서 각각 북한 이탈 주민 정착 지원 교육을 받았다. 이후 올해 1월 29일부터 경기도 화성시의 한 아파트에서 다시 동거를 시작하며 남한에서의 행복한 생활을 꿈꿨다.


하지만 약 1달 후 이들의 행복은 산산조각이 났다. 발단은 ‘술값 문제’였다.


지난 2월 23일 오전 2시 30분쯤 경기 화성시의 한 아파트 이들의 집.


이들은 전날 탈북민 지인들과 술을 마셨고 이후 노래방에 갔다. 당시 술값이 19만 원 정도 나왔는데 A 씨가 계산했다. 경제적으로 넉넉지 않았던 이들이기에 B 씨는 집으로 돌아와 A 씨에게 “왜 술값을 계산했냐”며 목소리를 높였고, 결국 사달이 나고 만다.


두 사람은 언성을 높여서 계속 다툼을 벌였고 급기야 A 씨가 B 씨에게 폭력을 행사했다. 이에 B 씨는 A 씨에게 과도를 휘둘러 A 씨는 목에 상처를 입었다. 부상을 입은 A 씨는 격분, 부엌에서 다른 흉기를 가져와 B 씨에게 휘둘렀고 B 씨는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


A 씨는 잠이 들었고 다음 날 일어났을 때 B 씨는 과다출혈로 숨져 있었다. A 씨는 B 씨의 시신을 여행용 가방에 넣고 범행도구와 범행현장을 씻어 내는 등 범행 흔적 은폐를 시도했다. 이후 A 씨는 밖으로 나와 지인의 집에서 은신하다 지인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 결국 체포됐다.


A 씨는 살인 혐의로 기소됐고 1심 법원은 A 씨에게 징역 15년을 선고했다.


A 씨는 처벌이 무겁고 범행 당시 음주로 인한 심신미약 상태였다는 점을 재판부가 간과했다며 항소했다. 하지만 항소심 재판부인 수원고법 형사3부(엄상필 부장판사)는 A 씨의 이런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이 사건 범행 전에 술을 마신 사실은 인정된다”며 “그러나 피고인은 경찰에서 이 사건 범행에 이르게 된 경위와 당시 상황 등을 구체적으로 진술한 점, 피고인 자신의 진술 외에 피고인이 이 사건 범행 직전 만취한 상태였다고 볼 만한 자료는 없는 점 등을 고려하면 당시 사물을 변별할 능력이나 의사를 결정한 능력이 미약한 상태에 이르렀다고는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이어 “범행 수법이 매우 좋지 않은 점, 범행 후 피해자를 구호하기 위해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며 “피고인의 잔인한 범행으로 인해 어려운 탈북과정을 거쳐 대한민국에서 새로운 생활을 막 시작하게 된 피해자는 꿈꾸던 삶을 제대로 살아보지도 못한 채 생을 마치게 된 점, 국내에 있는 피해자의 유족이 피고인의 엄벌을 원하고 있는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볼 때 원심의 형이 지나치게 무거워 부당하다고 볼 수 없다”고 덧붙였다.


사정원 기자 (jwsa@kb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