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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슈 ]

동해 오징어, 서·남해로 간 까닭은?

by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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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해 오징어, 서·남해로 간 까닭은?

동해 특산물 하면 가장 먼저 뭐가 떠오르시나요? 단연 오징어죠. 명실상부하게 오징어는 동해의 대표 어종이었는데, 이것도 이젠 옛말이 될 처지에 놓였습니다. 동해를 터전으로 서식하던 오징어가 여름에는 서해, 겨울에는 남해까지 그 서식지를 넓혀가고 있다는데요, 동해 오징어가 이렇게 유랑을 하게 된 이유는 뭘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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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살이 살오징어…제주도 인근서 산란해 동해에서 주로 서식

우리나라 연안에서 주로 잡히는 건 살오징어인데요, 우리나라 남해를 포함해 제주도를 중심으로 한 동중국해에서 산란한 뒤 해류를 타고 올라오며 다양한 먹이를 먹고 자랍니다. 뜻밖에 오징어는 헤엄을 잘 못 친다고 하는데요, 그래서 제법 덩치가 자라기 전까지는 그저 해류를 타고 둥둥 떠다니는 수준이라고 하네요. 동해에 닿건, 서해에 닿건, 그건 오징어의 의지라기보단 산란하는 위치에 따라 어떤 해류를 타게 되느냐인데요, 동해에 주로 많았다는 것이지, 서해에는 오징어가 전혀 살지 않는 건 아니란 얘깁니다. 1년 살이 어종인 오징어는 이렇게 대부분 동해나 서해, 남해로 올라와 1년을 보내다가, 다시 따뜻한 남쪽 고향으로 돌아가 산란을 하고 죽습니다.

2000년대 동해 연평균 '표층 수온 0.65도 상승'

오징어 주요 어장의 변화는 언제 시작됐을까요? 동해 수온이 본격적으로 높아지기 시작한 건 2000년대 들어섭니다. 1985년부터 지난해까지 관측된 동해 바닷물의 온도를 분석한 결과, 2000년대 들어 연평균 동해 표층 수온이 무려 0.65도나 높아졌습니다. 바다 표층수가 뜨거워지면 어떤 현상이 일어날까요? 위쪽 물은 뜨겁고, 아래쪽은 차갑다 보니 물과 기름처럼 위아래 바닷물이 잘 섞이질 않는다고 합니다. 이것은 중요한 변화의 시작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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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온상승으로 '식물 플랑크톤' 종 변화

동해 표층과 심층 간에 바닷물이 섞이질 않게 되니, 먹이사슬 1차 생산자인 식물 플랑크톤 종에도 변화가 생겼습니다. 바다 심층으로부터 중요 영양염 공급이 줄어드는 환경에서는 크기가 작은 식물 플랑크톤이 주로 살아남게 된 거죠. 결국 이 식물 플랑크톤에서 일어난 종 변화 때문에 2차 생산자인 동물 플랑크톤의 크기도 줄고, 이걸 먹고 사는 치어와 또 치어를 먹고 사는 오징어에게까지 먹이사슬을 타고 지대한 영향을 미치게 된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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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이사슬 변화에 적응하려는 오징어의 몸부림

먹을 게 없는 어장에 얌전히 남아있을 생물은 없겠죠? 따뜻한 걸 좋아하는 오징어도 수온이 26도가 넘어가면 살기가 힘들어집니다. 동해 쪽에 있던 오징어 가운데 많은 수가 서늘한 북쪽으로 올라가 버리는데, 갈수록 동해를 비우고 북쪽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고 있습니다. 오징어 어획을 둘러싼 중국 어선과의 충돌이 잦아진 것도 이것 때문입니다. 여기다, 사계절 중 여름에는 서해가, 겨울에는 따뜻한 남해가 오히려 동해보다 오징어가 살아가기 좋은 환경이 조성되고 있는데요, 이 때문에 동해에서 잡히는 오징어가 많게는 10분의 1로 줄었다고 하네요. 그래도 여전히 '서해산 오징어'나 '남해산 오징어'에는 좀처럼 익숙해질 것 같지가 않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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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양생태계에도 닥친 '기후변화'…'오징어 유랑'이 준 메시지

결국 오징어 유랑의 비밀은 다름 아닌, 기후변화입니다. 올여름 우리나라에도 기록적인 폭우와 폭염이 이어졌는데요. 해외에선 허리케인과 대형 산불까지 이어져 그야말로 전 세계가 어느 해보다 기후변화를 뼈저리게 느끼지 않았나 싶습니다. 기후변화로 동해 수온이 높아지고, 먹이가 사라지자, 오징어가 살아남기 위한 몸부림을 보여준 셈이죠. 이렇게 육상은 물론 우리의 해양 생태계에까지 속속들이, 기후변화는 영향을 끼치고 있습니다.

달마가 동쪽으로 간 이유만큼은 아니지만, 동해 오징어가 서·남해로 간 까닭도 알고 보니 우리에게 깊은 성찰을 던져주는데요, 오징어 유랑의 비밀은 어쩌면, 우리가 모두 알고 있지만, 애써 외면해왔던 진실이 아닐까요?


최지영 기자 (lifeis79@kb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