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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슈 ]

이상 행동 보이는 진양호 동물원 동물들 “자폐증입니다”

byKBS

KBS

새로 단장해도 이상 행동 보이는 동물들

진주시는 최근 2억 원을 투입해 진양호 동물원을 새롭게 단장했습니다.


쾌적한 관람 환경 조성을 위해 어린이 동산 소동물 우리 6곳의 쇠 창틀을 강화유리로 바꾸고 사육환경도 개선했습니다.


또 진주시는 포니와 당나귀, 아메리카들소 사육시설의 콘크리트 바닥을 굵은 모래 흙으로 덮고 그늘막도 설치해 동물들에게 편안한 환경을 조성했다고 밝혔습니다.


그런데 새롭게 단장한 동물원을 촬영하기 위해 진양호 동물원을 찾았을 때 여기저기서 동물들의 이상행동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인간의 자폐증' 정형 행동 보여

진양호 동물원에 있는 타조 두 마리가 한 사육장이 아닌 두 개의 사육장에 분리돼 있었습니다.


암컷 타조가 수컷 타조의 털을 계속 부리로 뽑아서 따로 사육하고 있는 겁니다.


혼자 사육장에 남겨진 암컷 타조는 허공에 부리를 쪼는 행동을 수없이 반복했습니다.


타조 사육장과 가까운 곰 사육장에서는 불곰이 쉴 새 없이 자신의 앞발을 핥고 있었고, 옆 사육장의 반달가슴곰은 원을 그리며 빙글빙글 사육장을 돌아다녔습니다.


단순히 심심해서 하는 행동 같지만 모두 다 '정형 행동'입니다.


'정형 행동'이란 목적 없는 반복적 이상행동으로, 인간의 자폐증과 같습니다.


좁은 사육장에서 어떠한 자극도 없이 온종일 있다 보니 이상 행동을 하는 겁니다.




작은 동물들도 정형 행동 나타나


보통 정형 행동은 곰이나 호랑이, 코끼리 등 덩치가 큰 동물들에게서 잘 나타납니다.


활동 반경이 크고 머리가 좋은 게 공통점인데요.


그런데 진양호 동물원에서는 작은 동물들도 정형 행동을 보일 위험성이 큰 것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소규모 사육시설에 있는 프레리도그 한 마리는 계속해서 강화유리 가까운 곳에서 제자리 뛰기를 반복했습니다.


일본원숭이도 원을 그리며 사육장을 돌아다니다가 쇠창살 가까이 다가와 밖을 바라본 뒤 다시 원을 그리는 행위를 반복했습니다.


두 행동 모두 정형 행동을 보이기 직전에 나타나는 행동들입니다.


정형 행동 외에도 이상한 행동을 보이는 동물들도 많았습니다.


아메리카들소는 굵은 모래가 깔린 사육장으로는 나오지도 않고 관람객들의 시선이 닿지 않는 사육장 뒤편의 구석에 우두커니 서 있었습니다.


스컹크 한 쌍도 관람객들이 잘 볼 수 있는 푹신한 볏짚 위에 있지 않고 칸막이로 가려져 있는 사육장 뒤편의 콘크리트 바닥 위에서 잠을 자고 있었습니다.


'귀가 작다'는 뜻이 있는 물갯과인 오타리아는 수족관 구석에 숨어 오랜 시간 움직이지 않은 채 숨만 쉬고 있었습니다.

"동물원, 종 보존의 역할을 해야"

동물을위한행동 전채은 대표는 동물원은 관람이 아닌 종 보존을 목적으로 운영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우리나라의 기후에 맞지 않거나 좁은 사육장에서 살기 힘든 동물들은 동물원에 가두지 않아야 한다는 겁니다.


또한, 쾌적한 관람 환경을 위한 시설 개선보다는 실질적으로 사육 동물들이 생활하기 편하도록 시설을 바꿔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활동 반경이 넓은 동물들은 뛰어놀 수 있는 커다란 사육장에서 최대한 야생과 같은 환경을 만들어주거나 사람들의 시선을 피해 숨을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주는 게 중요합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동물원이 재정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어 현실적으로 동물들에게 적합한 환경을 만들어 줄 수 없는 상황입니다.


전 대표는 사육 환경을 바꾸지 못한다면 정형 행동을 보이는 동물들이 자연사하고 난 뒤 해당 종에 대해서는 다시는 사육하지 않아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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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진석 기자 (cjs@kb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