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4) 경북 고령 오일장 봄부터 애타게 찾았던 하령 감자가 고령에 있다는 소식을 듣고 5월에 찾아갔었다. 그리고 판매를 위해 계약을 추진했었다. 고령에서 계약한 감자 수확이 한창이라는 이야기에 의성은 다음으로 미뤘다. 낙동강변에 위치한 고령은 풍부한 수량, 모래가 많은 토질 덕분에 감자 농사가 잘되는 곳이다. 보통 감자 하면 강원도를 떠올린다. 그건 한여름 이야기고, 6월은 경북이다. 경북의 평야 지대부터 시작해 7, 8월 백두대간을 타고 산지가 위로 올라간다. 찾아간 강변 옆 감자밭에는 수확 중이었다. 감자 줄기를 걷어내고 트랙
봄과 여름이 교차한다. 봄것은 내년을 기약하며 들어가고 있었다. 여름것은 겨우 모양만 갖춘 것들이다. 과학으로, 기술로 농사를 짓더라도 아직은 제철 농산물의 맛은 따라가지 못한다. 2000년도부터 전국 출장을 다녔다. 지금은 시장 출장이 대부분이지만 그때는 산지 출장이 대부분이었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대충 다녀본 거리를 따지면 100만㎞쯤 되지 않았을까 싶다. 새 차를 산 적이 있다. 거의 0에서 시작한 차가 5년 뒤에는 36만㎞였다. 제주도는 적어도 수십 번을 갔으니 그 언저리가 되지 않았을까 싶다. 기차로 다닌 것을 제외하더라도
“어제 <헤어질 결심> 첫 상영이 끝나고 ‘감독님, 당신이 내 인생의 일부분을 완성시켰어요(You made some part of my life complete). 고맙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이 한마디로 박찬욱 감독님과 일하는 저의 기분을 설명할 수 있을 것 같네요.” 영화 <헤어질 결심>이 공개된 이튿날인 24일(현지시간) 프랑스 칸 ‘팔레 드 페스티벌’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배우 탕웨이가 이같이 말했다. 박 감독(아래 사진)은 “저 역시 똑같은 말을 들려주고 싶다. 반사”라며 맞받았다. 두 사람은 예전부터 서로의 팬이었다고 한
공연에서 의상은 등장인물에 대한 정보를 관객에게 전달하는 결정적 요소다. 대본 속 인물과 연기자를 연결하는 매개체로, 배우를 극중 인물로 현실화시키는 역할을 한다. 공연에 따라 수십~수백벌의 의상을 제작해야 한다. 안현주씨(50·쇼크레도 대표)는 국내 공연계에서 손꼽히는 의상 감독 겸 디자이너다. 21년간 <오페라의 유령>, <캣츠>, <맘마미아>, <헤드윅> 등 명작 뮤지컬을 비롯해 수많은 작품의 의상을 만들고 총괄해왔다. 디자인부터 시작하는 작품도 있고, 디자인을 제외한 제작부터 맡은 경우도 있다. 발군의 실력으로 그에게는 일이
차세대 성장 산업 공격적 투자하고 ESG 경영 앞장 전문가들 “기업 가치 평가 때 ‘무형자산’ 더 반영해야” SK그룹이 자산규모 기준 재계 2위에 올랐다. 삼성과 현대차에 이어 3위에 오른 지 16년 만에 한계단 더 상승했다. 지난 4월 27일 공정거래위원회가 발표한 ‘2022년도 공시대상기업집단(대기업집단)’ 자료에 따르면 SK의 자산총액은 291조9690억원으로 삼성(483조9187억원)에 이어 2위를 기록했다. 현대차의 자산총액은 257조8453억원으로 3위가 됐다. 5대 그룹(삼성·SK·현대차·LG·롯데) 내 순위가 바뀐 것
몇 번을 보고 또 봐도 이게 실화인가 싶다. 소름 돋을 만큼 짜릿하고, 대단하다. 최민정(24·성남시청)의 ‘압도적 질주’이고 ‘기적의 반 바퀴’였다. 지난 11일 캐나다 몬트리올의 모리스 리처드 아레나. 쇼트트랙 세계선수권대회 3000m 계주 결승 레이스에서 벌어진 일이다. 두 바퀴를 남기고 3등으로 처진 한국. 최종 주자로 나선 최민정은 이를 앙다물고 엄청난 속도로 내달렸다. 직선 주로에서 1·2위 선수들이 서너 걸음 달릴 때 최민정은 잰걸음으로 7번이나 스케이트를 지쳤다. 그리고 마침내, 마지막 코너에서 둘을 따라잡았고 눈 깜
대통령경호처의 임무는 기본적으로 대통령과 그 가족의 경호업무라 할 수 있다. 그런 그들이 틈을 내어 펴낸 책이 두 권이 있으니 그것이 <청와대 주변의 역사문화유산>(2007년 초판·2019년 증보판)과 <청와대의 나무와 풀꽃>(2019년)이다. 청와대와 그 주변이 어떤 곳인가. 1968년 북한 특수부대의 습격사건(1·21사태) 이후 청와대 앞길을 물론 인왕산과 북악산의 통행도 철저히 통제됐다. 1993년 문민정부가 들어서고부터 인왕산과 북악산, 청와대 앞길 등의 통행이 허용되고, 개방의 폭도 점차 확대됐다. 요즘은 매주 화요일~금요
“넌 왜 나를 응원해?” 열아홉 펜싱선수 나희도(김태리)가 자신을 응원하는 백이진(남주혁)에게 묻는다. 이진은 대답한다. “모르겠어, 그냥 네가 노력하면 나도 노력하고 싶어져. 네가 해내면 나도 해내고 싶어져. 너는 너 말고도 다른 사람을 자라게 해. 내 응원은 그런 너에게 보내는 찬사야. 그러니까 마음껏 가져.” 희도는 응답한다. “네 응원, 다 가질게. 그리고 우리 같이 훌륭해지자.” 3일 종영한 tvN 드라마 <스물다섯 스물하나>에서 주인공은 목표를 향해 질주한다. 세계대회에서 금메달을 잇달아 목에 걸며 모두에게 희망의 상징이
(78)성주 오일장 ‘성주’하면 참외와 가야산이다. 여기에 ‘꿩탕’을 빼면 섭섭하다 3월과 4월의 경계지점. 봄이 무르익기 시작하는 시기다. 짙은 녹색 사이사이 마른 가지만 있던 소나무에 봄초록이 찾아 들었다. 봄초록을 보는 순간 마음이 편해진다. 새순이 나고 매화는 마을 어귀 곳곳에 피었다. 꽃망울만 있는 사이에서 이미 만개한 성급한 벚나무도 있었다. 봄이 오면 농촌은 평소보다 바빠진다. 작물을 새로 심을 준비에 여념이 없다. 다른 곳보다 성주는 봄이 더 바쁘다. 우리나라에서 생산하는 참외 대부분이 성주에서 나기 때문이다. 성주에
(77)봄기운 완연한 기장시장 오랜만에 혼자 떠난 장터 여행이었다. 같이 다니던 이는 딸아이 확진으로 여행에서 자연스레 빠졌다. 허영만 선생님은 저녁에 부산에서 합류하기로 했지만, 이 또한 사정으로 인해 불발되었다. 오롯이 혼자, 선생님의 심심하겠다는 위로 문자메시지에 “원래 혼자 다녔습니다”하고는 돌아다녔다. 기장은 정관 신도시에 사람이 한창 들어올 때 가보고는 지난 강진군처럼 오랜만이다. 기장으로 가는 내내 따스했다. 여태 가지 않고 남아 있던 겨울이 시샘 부리듯 가끔 찬바람을 내뿜어도 봄은 봄이었다. 기장에 도착해 바닷가를 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