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1월24일 첫 원고가 지면을 통해 소개되었다. 4년이 지난 2023년 2월, ‘1’에서 출발한 시장은 어느덧 100이 되었고 세 권의 책으로 묶였다. 다닌 시장에서 사고 먹은 것 모두가 ‘내돈내산’(내 돈 내고 내가 산다)이었다. 그렇게 선택한 식당이 300개 정도. 먹고 나서는 원고 쓰기를 포기한 식당도 제법 된다. 4년 동안 먹고 즐긴 것에서 계절별로 3개씩, 12개를 선택했다. 재료에 계절을 더해 맛이 가장 빛날 때를 선정했다. 원목 재배한 버섯을 구워 소금 솔솔~ 계란프라이 하나 척 얹으면 덮밥의 끝판왕! 하루가
(100) 울진·후포항 오일장 2023년, 신년 맞이 해돋이도 볼 겸 울진을 찾았다. 동해에서 해돋이는 운이 좋아야 볼 수 있다. 그렇다고 3대가 덕을 쌓아야 할 정도는 아니다. 밤새 운전할 생각으로 날씨를 검색하니 구름이 잔뜩 끼었다. 해돋이는 다음으로 미뤘다. 새벽 5시, 서울에서 출발했다. 새벽녘 차가 드물겠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이천까지는 차가 제법 많았다. 새벽길을 달려 울진장에 도착하니 오전 10시가 넘었다. 거리상으로는 350㎞ 정도지만 직접 가는 고속도로가 없는 탓에 시간이 걸린다. 울진 오일장에 가까워지니 예전 울진
과음한 다음 날 숙취로 고생스러운 것은 누구나 피해갈 수 없는 고통이다. 콩나물을 듬뿍 넣어 끓인 해장국은 애주가라면 누구나 떠올리게 마련인 숙취 해소 음식이다. 세계 각국은 숙취를 어떻게 다스릴까. CNN 트래블이 최근 소개한 세계 지역별 숙취 해소 음료와 음식을 정리한다. 블러디 메리(Bloody Mary)라는 칵테일이다. 일종의 해장술인 셈이다. 이 칵테일은 전 세계 어디서나 만날 수 있겠지만 파리지앵들은 하나의 블러디 메리만 떠올린다. ‘해리스 뉴욕 바’의 블러디 메리다. 이곳에서는 1921년 보드카와 토마토 주스를 섞은 칵
갓 구워낸 생선부터 보글보글 뚝배기 찌개, 제철 나물무침까지 입맛 돋는 상차림을 받자마자 기대에 가득 차 밥뚜껑을 열었는데, 지은 지 반나절은 지난 듯한 밥이 들어있다면? 이보다 김빠지는 일이 있을까. 식품MD 김진영씨는 “밥집에서 찬밥 신세를 면치 못하는 밥”을 두고 “온장고에 층층이 쌓여 숨이 죽은 채로 끌려 나와 손님상 위에 오른다”고 표현했다. 밥에 진심을 담은 솥밥을 간판으로 하는 식당이 늘고 있다. 주문과 동시에 밥을 짓느라 기본 10~15분 이상 소요되지만 오로지 나를 위해 새로 지은 밥을 먹기 위해 빠듯한 점심시간에도
백종원의 손을 타자 거짓말처럼 시장이 활기가 돌았다. 하루 평균 방문객 100~200명에 그쳤던 충남 예산시장의 방문객이 재개장 일주일 만에 1만명을 돌파했다. 백종원이 ‘지역 시장 살리기 1탄’ 프로젝트로 충남 예산군 ‘예산시장’ 리모델링과 상인들의 입점을 도우면서다. 이번에도 그의 ‘매직’이 통한 것인가. 재개장 다음날인 지난 10일 ‘더본코리아’ 대표이사이자 요리연구가 백종원을 인터뷰했다. 지상파·케이블 방송 프로그램을 모두 접은 그의 ‘촉’은 왜 전통시장으로 향했나. 지난 설 연휴, 예산시장 내 골목양조장의 막걸리는 일찌감치
지난 18일, 명절을 앞두고 원래 정한 목적지는 속초였다. 숙소 예약까지 했다가 내륙의 논산으로 바꾸었다. 지난 4년 오일장을 다니는 동안 한겨울 내륙의 오일장을 간 적이 거의 없다. 몇 년 전 진도 오일장 날짜를 잘못 알고 간 다음에 부랴부랴 취재한 문경이 유일하다. 한겨울에 내륙은 하우스 채소 외에는 거의 없거니와 겨울 바다는 끝없이 맛있는 것을 내주기에 겨울은 무조건 바닷가였다. 그런데도 논산을 선택한 이유가 있다. 논산은 오랜만이다. 예전에는 논산에 옻칠공방이 있어 자주 갔다. 장수 곱돌, 경주 생활 자기, 영암 토기 등을
(96) 대전 유성장 이번에는 대전광역시다. 인천, 부산, 광주, 울산 지난번 대구에 이어 유일하게 가지 않던 광역시다. 계절마다 각 지역에서 저마다의 맛을 뽐내기에 대전은 미루고 미뤘다. 오일장 시리즈 세 번째 책 마감을 앞두고 있다. 해를 넘기면 더는 안 될 듯싶어 다녀왔다. 27년 동안 지방 출장을 다녔다. 다닌 거리가 100만㎞ 가까이거나 넘지 않았을까 싶다. 사통팔달로 뚫려 있는 지금의 고속도로와 달리 과거에는 경상도와 전라도를 가려면 대전을 지나는 것이 필수였다. 내려가던 길이나 올라오는 길에 대전 표지판이 나타나면 “이
“한국인에게 휴지 1장을 달라고 하면 최소 2장을 준다.”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외국인이 바라본 한국인의 특징’ 중 하나다. 아낌없이 내어주는 정(情) 많은 국민성을 향한 칭찬이지만 만약 이 상황을 한국인의 시점에서 뒤집어본다면 어떤 해석이 나올까. 분명한 것은 휴지라는 단어 앞에 ‘흔한’이라는 수식어를 대입해도 어색함이 없다는 사실이다. 팬데믹으로 전 세계인들의 ‘휴지 사재기’가 한창일 때에도 한국은 예외였다. 통상적으로 흔함은 귀하지 않음과 동의어처럼 여겨진다. 그러나 한국인들은 이중적인 잣대로 휴지를 대한다. 어떤 일이
JTBC 금토일 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이 시청률 20%를 넘어섰다. 시청률 조사회사 닐슨코리아의 12일 자료를 보면, 전날 방송된 11회 시청률은 21.1%(비지상파 유료기구)를 기록했다. 올 한 해 방송된 미니시리즈 중 20%를 넘은 작품은 <재벌집 막내아들>이 유일하다. 이 드라마를 이끌어가는 두 축은 죽었다 다른 인물로 회귀해 인생 2회차를 살고 있는 주인공 진도준(송중기)과 순양그룹 진양철 회장(이성민)이지만 조연들의 열연 역시 드라마의 몰입도를 끌어올리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이른바 ‘신 스틸러’. 주연보다 주목받
30대 초반이던 2000년, 첫 대구 출장길에 동천 다리를 찾아간 적이 있다. 어릴 적 엄마나 이모들이 만나면 빠지지 않았던 농담. “점마 동천 다리 밑에서 주워 왔는디…”가 생각이 나서다. 도대체 말로만 듣던 동천 다리 밑이 어딘가 싶었다. 형과 누나와 달리 대구에서 태어났어도 기억은 없다. 돌이 되기 전 평택으로 왔기 때문이다. 태어난 곳은 대구, 자란 곳은 인천이기에 둘 다 고향으로 생각하고 있다. 대구 오일장을 찾아가는 길에 30대의 추억이 잠시 스쳤다. 대구는 넓은 도시다. 사방이 산으로 둘러싸인 분지형, 그 때문에 여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