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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슈 ]

안경환은 반여성?···소셜미디어에서 진행되는 ‘검증’ 살펴보니

by경향신문

안경환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지난해 출간한 저서 <남자란 무엇인가>에서 여성 비하와 왜곡된 성의식을 드러내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안 후보자는 이 책에서 “여성은 술의 필수적 동반자”, “권력만 가지면 미인은 절로 따르게 마련” “젊은 여성의 몸에는 생명의 샘이 솟는다. 그 샘물에 몸을 담아 거듭 탄생하고자 하는 것이 사내의 염원” “술자리에는 반드시 여자가 있어야 한다” 는 등의 표현을 썼다. 젊은 여자는 정신병자만 아니면 매춘으로 살 수 있다는 언급도 나온다.

 

논란이 커지면서 소셜미디어를 중심으로 학계 인사들이 나름의 ‘검증’에 나섰다. 한인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안경환 후보자가 “하루 사이에 반여성적 인물로 매도됐다”며 안 후보자의 여성 친화적 실천을 예로 들어 오독 가능성을 제기했다. 반면 홍성수 숙명여대 법학부 교수는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오해’의 가능성을 인정하더라도 문제의 소지가 여전하다고 지적했다.

안경환은 반여성?···소셜미디어에서

안경환 법무부장관 후보자가 12일 서울 서초구 자택 앞에서 기자들과 만나 소감을 얘기하고 있다. 김영민 기자 viola@kyunghyang.com

한인섭 “하루 사이에 반여성적 인물로 매도되어 버린 안경환 교수에 대한 팩트체크”

한인섭 교수는 14일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사람은 글로도 말하지만, 실천으로 해내긴 훨씬 어렵다”며 안 후보자가 성 평등을 실천해온 인물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이어 안 후보자가 교수 시절 보여준 성 평등적 행보를 차례로 예로 들었다. 한 교수는 안 후보자가 서울대 법대 학장을 시작한 2002년에만 해도 여교수가 한명도 없었지만 퇴임하던 2004년까지 여교수를 4명 채용했다고 밝혔다. 그는 “남성지배적 법학의 관점을 바꾸고, 여학생의 롤모델도 필요하다고 여겨 여교수 채용을 줄기차게 밀어붙였다”고 말했다. 한 교수는 안 후보자가 여교수 채용에 힘써 유리천장을 허문 공로로 여성단체가 주는 ‘여성권익 디딤돌상’을 안 후보자가 받은 점도 예로 들었다. 한 교수는 또 안 후보자가 국가인권위원장 재직 시절 미혼모 여고생의 교육권 보장에도 노력했다고 밝혔다. 그는 논란이 된 책에 대해서는 “부분 부분 발췌하면, 뭐 이런 사람이 있냐는 생각도 든다”면서도 “그 책은, 노장년 꼴통남성들을 잠재적 독자로 여기고, 소위 남성이란 인간 속에 들어있는 수컷다움을 비교, 풍자, 각성시키고자 함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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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수 “그의 책에 대한 비판은 ‘오해’일 뿐인가?”

홍성수 숙명여대 법학부 교수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안 후보자의 책에서 가장 문제가 되고 있는 구절인 ‘폭력을 동원해서라도 최종 목적을 달성하고 싶은 것이 사내의 생리’라는 표현은 “(맥락을 보면) 그런 생리에도 불구하고 그런 행동은 잘못된 것이고 법으로 금지되어야 한다는 주장으로 ‘해석’된다”고 썼다. 이어 “책의 전체 주장은 남성은 원래 그러하지만 시대착오적이고 이제는 변해야 스스로도 행복할 수 있다는 정도”라고 했다. 홍 교수는 “(친절한 책이 아니라서 저자의 의도와 달리) ‘남성들의 생리를 옹호하는 책’이라고 오해받을 여지가 있다”면서도 “그렇다고 그의 책에 대한 비판은 ‘오해’일 뿐인가?”라고 물었다. 그는 “책 전체를 10회독 하고 저자의 의도를 150% 이해해도 여전히 이 책은 문제의 소지가 있다”며 “저자의 접근은 생물학적 남성의 ‘본질’을 일종의 고정변수로 본다. 이거 자체가 문제가 된다”고 썼다. 홍 교수는 “그것이 과연 남성의 ‘본질’인지도 의문일 뿐더러, 그런 본질주의적 접근을 하고 나면, 그 다음에는 어떤 해석을 붙여도 문제가 된다. 경우에 따라서는 더 은밀한 방식으로 남성지배를 강화하는 의견이 될 수 있다”고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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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란 무엇인가, 눈여겨 볼 대목들

 

“데이트 폭력으로 수많은 여자들이 친밀한 상대의 폭력으로 병원이나 무덤까지 간다. 남자는 성적욕망과 함께 그 욕망이 거부될지도 모르는 불안을 함께 품고 여자에게 접근한다. 폭력을 동원해서라도 최종 목적을 달성하고 싶은 것이 사내의 생리다. 거부되면 불안은 분노로 전환된다. …모든 남성은 강간범이 될 수 있다. … 개인적으로는 따뜻한 친구, 더없이 정겨운 이웃 아저씨인 남성도 일단 가부장제의 일원이 되고 나면 즉시 지배자로 탈바꿈한다. 그러고는 피지배자인 여성 위에 군림하고자 한다.” (84 페이지)

 

“젊은 여자는 정신병자만 아니라면 거지가 없다는 말이 있다. 구걸하느니 당당하게 매춘으로 살 수 있다는 것이다. 여성의 성을 돈으로 사려는 사내는 지천으로 깔려 있다. … 세속의 법은 결코 시장의 원리와 인간의 본능을 정복하지 못한다. 육체의 본능은 이성의 통제에 저항하고 거부한다. 자신의 몸을 팔려는 여성이 있고, 성적 본능을 제어하기 힘든 사내가 있는 한 매춘은 지구상에서 사라지지 않는다. 그 어떤 고결한 종교와 윤리적 이상을 내세워도, 그리고 아무리 엄한 처벌을 내려도 매춘을 근절할 수는 없다. 인간의 몸이 재화로 거래된 역사는 길다. 노예제도가 대표적 사례다. 젊은 여성의 몸에는 생명의 샘이 솟는다. 그 샘물에 몸을 담아 거듭 탄생하고자 하는 것이 사내의 염원이다.” (93 페이지)

 

“남자의 성욕은 본능이다. 그러나 그 본능을 다스려 적재적소에 활용할 수 있는 남자라야만 자신과 세상을 함께 다스릴 수 있다. 진화심리학적으로 보면 남자는 여자의 유혹에 약하게 진화되어 왔다. 여자는 생존을 보장해주는 한 남자와 안정된 관계 속에 자녀를 양육하는데 관심이 쏠려 있지만, 남자는 되도록 많은 정자를 많은 곳에 뿌리는 일에 관심을 둔다. 난교는 남자의 생래적 특성이다. … 여자는 일생 동안 300개 정도의 난자만을 생산할 뿐이다. 그런 까닭에 소중하게 아껴두었다가 되도록 비싼 값에 교환하고 싶어 한다. 반면에 남자의 정자수는 무한정이다. 종종 ‘남자는 뇌에 생식기가 달렸다’는 농담을 한다. 이 말은 넓게 보면 생물학적으로 진리에 가깝다. 그러니까 남자는 여자의 작은 유혹에도 쉽게 넘어가도록 신체적으로, 그리고 정서적으로 진화되어 왔다.” (157 페이지)

 

“남자의 세계에서는 술이 있는 곳에 여자가 있다. 술과 여자는 분리할 수 없는 보완재다. 여자 없는 술은 만병의 원인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다. 사내 혼자 마시는 술은 자신의 파괴로 이어지고, 사내들만의 폭음은 사고로 이어지기 십상이다. 위세대로부터 전해 내려오는 말이다. ‘술자리에는 반드시 여자가 있어야 한다. 정 없으면 장모라도 곁에 있어야 한다.’ 여성은 술의 필수적 동반자다.” (198 페이지) 

주영재·이재덕 기자 jyj@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