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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슈 ]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예뻐 보여서' VS '아동 성 착취'

by경향신문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예뻐 보여서'

아동복 쇼핑몰 화면 갈무리

온라인에서 여자 아동복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마르고 긴 다리를 강조한 자세, 화장한 얼굴, 약간의 노출까지 마치 성인들이 입는 옷을 파는 것과 같은 느낌이 들기 때문입니다. 명품 로고가 찍힌 가방을 든 모습도 여느 성인 모델과 다를 바 없어 보입니다.

 

실제 아이를 키우는 이들에게 물어봤습니다. 모델에 대한 느낌부터, 모델들이 입는 옷을 자신의 아이에게 입혔을 때 어떤 느낌이 들지를 두고 다양한 답변이 나왔습니다.

 

“예쁘고, 깔끔하다”

 

“요즘 거의 엄마와 커플룩으로 입는 게 유행이고, 모녀간 애정스런 느낌이 들어서 좋을 것 같다. 아이 혼자 외출할 때는 조심스럽겠지만,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에 입는 의상으로는 괜찮아 보인다”

 

“처음 느낌은 ‘예쁘다’ 이지만, 옷의 실용성보다는 예쁘게만 보이려고 만든 옷 같다. 아이가 활동하는데 불편함이 있을 것 같다. 하지만, 내 아이를 예쁘고 돋보이게 입히고 싶은 엄마 마음은 이해가 된다”

 

불편함이나 우려가 앞서기도 합니다.

 

“ ‘예쁘다’는 느낌보다는 엄마의 욕심을 아이를 통해 대리만족하게 하는 옷 같다는 생각이 든다. 아이는 아이다워야 가장 예쁜데, 성숙하게만 보이려 하는 것 같아 안타까울 뿐이다”

 

“아이들은 인형이 아니다. 아이들의 활동성은 생각하지 않고, 성인여성을 떠올리게 하는 디자인이다. 어린 여자아이에게 그 나이 또래의 예쁨이 아닌 성인의 예쁨을 강요하는 것 같아 불편하다”

 

“성적인 부분을 부각시킨 것 같아 염려된다. 이런 옷을 입은 아이들이 성인이 되었을 때 노출에 대한 정도가 지금과는 다른 기준으로 정해질 것 같아 걱정된다”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예뻐 보여서'

아동복 쇼핑몰 화면 갈무리.

소비는 개인의 기호와 선택의 문제입니다. 어떤 옷을 살지는 사는 사람 마음이지요. 그러나 아동복은 다릅니다. 아동복을 사는 사람은 옷을 입는 아이가 아닌 부모나 삼촌·이모 등 성인이기 때문입니다. 물론 ‘성인 흉내내기 놀이’를 하면서 자라는 아이들이 자신이 입고 싶은 옷을 부모에게 사달라고 요구하는 경우도 있습니다만, 구매 결정권은 어디까지나 성인에게 있습니다.

 

따라서 ‘성인을 따라하는 아동복 모델과 아동복’ 문제는 허투루 넘길 수 있는 문제가 아닙니다. 김은희 녹색당 공동정책위원장의 말을 들어보겠습니다. “아동복이라는 상품을 어떤 방식으로 소비하고, 그 상품을 입은 아이의 모습이 문화적으로 어떻게 해석 될 수 있는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아이가 입을 옷을 사는 어른들은 눈에 보이는 ‘예쁨’이나 즐거움을 고려 했을 것이다. 또 아이의 옷을 선택하는 데 유행이나 부모와의 일체감 형성 등을 고려했을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그 소비와 해석 방식이 성적이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성적인 방식의 소비와 해석은 이미 여성들에게 집중돼 있으며, 그 대상이 성인 여성과 여아 가릴 것 없이 무차별적으로 적용되고 있다”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예뻐 보여서'

/아동복 쇼핑몰 화면 갈무리

성인 모델과 다를 바 없는 아동 모델의 모습이 엄연한 ‘성적 착취’라는 주장이 나옵니다. 이나영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의 말입니다. “아동들을 아직 온전한 주체로 볼 수 없다. 주체란 협상을 할 능력이 있는 존재다. 따라서 아동을 보호해야 한다는 것은 우리 사회가 기본적으로 합의한 명제다. 자신의 모습이 어떻게 보일지 판단할 수 없는 아이에게 성인의 관점에서 옷을 입히는 것은 아이들의 성적인 이미지를 착취하는 것이다. 여아들에게 여성이라는 존재를 확인시키는 방법이 ‘성적 대상화’여서는 안된다”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예뻐 보여서'

아이돌 그룹의 앨범 표지

아동복 논란을 이야기 하기 전에, 우리 사회가 여성을 어떻게 바라보는지부터 살펴야한다고 전문가들은 공통되게 말합니다.손희정 연세대 젠더문제연구소 연구원의 말입니다. “한국 사회가 아동의 성을 바라보기 전에 여성의 성을 바라보는 문제부터 짚어야 한다. 한국 사회가 여성을 보는 관점 중 하나는 ‘다루기 쉬우면서, 애교를 떠는 존재’라는 식이다. 이 같은 여성관은 아동에게 화장을 시키고, 성인과 유사한 옷을 입히는 것과 맞닿아 있다. 성인의 몸에 아이스러운 코드를 입힌 ‘아이돌’과 아이들에게 성적인 코드를 입힌 것들이 혼재되어 나타나고 있다. 아이들에겐 선택지가 없다. 아이는 성적인 이미지가 자신이 더 많은 사랑을 받을 수 있는 방식이라고 인식하면, 그 같은 사고를 더 확대하게 된다. 여성을 성적 기호로 소비하도록 하는 모습은 규탄의 대상이 돼야 한다”

 

다시 아동복 문제로 돌아가죠. 그럼 우리는 어떻게 해야할까요. 아이들에게 ‘보호받을 권리’와 ‘자기 의사를 표현할 권리’를 동시에 보장하는 것이 양육자의 역할이라는 사실을 상기하는 게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박이은실 여/성이론 편집주간의 말입니다. “아이들은 어른을 모방하는 놀이를 하면서 사회적 존재로 성장한다. 따라서 아이가 어떤 옷을 사달라고 양육자에게 요구할 수 있다. 이와는 반대로 양육자가 아이가 입을 옷을 강요할 수도 있다. 양극단이어서는 안된다. 중간 지점을 찾아야 한다. 중간 지점을 찾는 방법은 ‘아이는 보호 받아야하는 존재이면서, 동시에 자신의 생각을 양육자에게 요구할 권리가 있는 존재’라는 점을 잊지 않는 것이다. 가령 아이가 어떤 옷 때문에 불편함을 느끼거나 다른 사람으로부터 불필요한 관심의 대상이 되는 것을 싫어할 경우 부모가 해당 옷을 강요해선 안된다. 아이를 보호하면서 동시에 아이의 의사를 존중하는 자세가 아이의 옷을 선택할 때 기준점이 될 수 있다”

 

곽희양 기자 huiyang@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