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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슈 ] 포항 강진 여파

땅속 모래 분출…국내 첫 ‘액상화’ 피해 키웠나

by경향신문

지질자원연·부산대 팀, 진앙 주변서 ‘모래화산’들 발견

빈 자리에 물 차오르면 지반 물러져 건물 주저앉기 쉬워

기상청 실태 조사…관련 피해 확인 땐 향후 대책 등 영향

땅속 모래 분출…국내 첫 ‘액상화’

규모 5.4를 기록한 포항 지진의 진앙지 주변에서 땅 아래의 물과 모래가 솟아오르는 ‘액상화’ 현상이 발견됐다. 국내에서 1978년 지진 관측 이래 액상화가 동반된 지진이 일어난 것은 처음이다. 기상청은 19일 액상화 현상의 실태 등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 한반도가 지진 안전지대가 아님이 확인된 가운데, 외국의 지진 때 많이 나타난 액상화까지 일어난 것이 사실이라면 지역의 불안감은 더 커질 수 있다. 건물의 지반 침하가 심각할 수 있어, 향후 피해 수습과 안전 대책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선창국 한국지질자원연구소 국토지질연구본부장은 19일 경향신문과의 통화에서 “포항 지진의 진앙 부근에서 ‘모래화산’ 여러 곳이 발견됐다”면서 “액상화로 판단했다”고 밝혔다. 선 본부장은 “현재는 진원지인 흥해읍 근처 논에서만 확인됐고, 액상화로 피해를 입은 건축물이 있는지는 추가 조사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손문 부산대 교수 연구팀도 진앙지 반경 2㎞ 지역에서 액상화 현상을 확인했다. 손 교수팀은 진앙지 부근에서 흙탕물이 분출된 흔적 100여곳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또 진앙지 주변 논과 밭에서 ‘물이 부글부글 끓으면서 솟았다’는 주민의 증언도 확보했다고 말했다. 기상청은 이르면 20일부터 10∼20m 깊이로 땅을 뚫고 토양 샘플을 채취할 예정이다.

땅속 모래 분출…국내 첫 ‘액상화’

액상화는 지진으로 땅속에 있던 모래와 물이 솟아올라 지표면이 물러지는 현상을 말한다. 주로 땅속에 점성이 없는 모래가 퇴적돼 있고 그 사이사이를 지하수가 메우는 지역에서 발생한다.

 

이런 조건에서 지진이 일어나면 모래 입자 사이의 물이 움직여 수압이 생기고, 압력이 세지면 물과 모래가 땅 위로 치솟는다. 그 과정에서 만들어지는 것이 샌드 볼케이노 혹은 머드 볼케이노라 불리는 모래화산이다. 이 과정에서 땅은 꺼지고 그 자리에 물이 차오르기 때문에, 액상화가 일어난 자리에 건축물이 있다면 “건물이 일시적으로 물 위에 떠 있는 상태”가 된다고 손 교수는 설명했다. 건물은 주저앉고 피해는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액상화로 인한 건물 침하의 대표적인 예는 1964년의 일본 니가타 지진이다. 규모 7.5였던 당시 지진은 니가타현 아와시마 남부 앞바다 40㎞ 부근에서 일어났는데, 땅이 물러지면서 아파트와 건물이 우르르 무너졌다. 액상화 연구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도 이 지진 때문이었다.

 

아직 포항 지진의 액상화 현상으로 인한 피해는 확인되지 않았으나, 손 교수팀은 진앙에서 가까운 흥해읍의 대성아파트가 기울어진 것이 액상화와 관련이 있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지질연과 기상청은 “대성아파트 1개 동이 기운 이유가 액상화 때문인지 아니면 다른 요인 때문인지는 조사를 더 해봐야 한다”고 밝혔다.

 

선 본부장은 “건축물을 짓기 전에 액상화가 일어날 가능성을 확인하고 그에 대비할 수 있을 정도의 내진설계를 의무화하고 있다”면서 “이번 진앙지 부근은 논, 밭이었기 때문에 액상화 여부를 진단하지 않았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액상화 가능성에 철저히 대비한 건축물이라면 피해를 받지 않았을 수 있다는 얘기다. 그러나 액상화로 인한 구체적 피해는 당국의 조사 이후에야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액상화 정도, 피해규모 등은 지질연과 기상청의 연구·분석을 토대로 행정안전부가 최종 발표한다.

 

기상청은 앞으로 지진이 났을 때 지표면의 반응이 지역별 토양 특성에 따라 어떻게 다른지에 대한 연구도 시작한다. 기상청 관계자는 “미국의 경우 지진 규모가 같더라도 토양 특성에 따라 지역별로 흔들리는 정도가 다르기 때문에 이 정보를 공개한다”면서 “우리도 그런 서비스를 할 수 있게끔 이번 지진부터 자료를 수집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송윤경 기자 kyung@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