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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행 ]

강원 삼척
- 탄광 내리막길, 관광으로 꽃길 열다

by경향신문

강원 삼척 - 탄광 내리막길, 관광으

삼척항은 강원도의 대표적인 항구다. 1980년대 포구 모습을 간직한 삼척항 나릿골은 집과 마당 구분이 없는 달동네. 명태와 오징어 등 어족자원이 풍부할 때는 온종일 생선을 씻고 말려 동네에 비린내가 진동했다고 한다.

강원도 최남단에 있는 삼척은 두타산 등 백두대간의 힘찬 산맥과 깎아지른 듯한 절벽이 빚어낸 자그마한 포구를 안고 있는 도시다. 탄광과 시멘트산업이 번성하고 어족자원이 풍부할 때는 강원도에서 가장 땅이 넓었고 사람도 많이 살았다.

 

쇠락의 길을 걷던 삼척이 다시 일어선 것은 전국 최대 규모의 동굴과 해양 관광을 앞세우면서다. 검푸른 바다와 맑은 바람을 안고 뚝심으로 사는 사람들이 삼척에 있다.

옛 항구 모습 간직한 삼척

“삼척의 대표 항구를 꼽으라면 삼척항인데 마을 사람들은 정라항이라고 불러요. 삼척에서는 나릿골부터 찾아야 합니다. 나루터가 있어 나릿골이라고 불렀다고 해요.”

 

나릿골은 시계를 30년 전으로 돌려놓은 듯했다. 가파른 언덕에 울긋불긋한 지붕들이 줄지어 있고, 집과 마당 구분 없이 경사가 30도는 족히 돼 보이는 달동네였다. 나릿골에는 현재 320여가구 540여명이 살고 있다.

 

삼척항은 1930년대 일제강점기 묵호항이 개발되기 전까지 강원도에서 가장 큰 자연 항구였다. 수심이 깊고 계절에 따라 한·난류가 교류해 명태, 오징어, 이면수, 도루묵 등 어족자원이 풍부했다. 남자는 동이 트기 전 먼바다로 나가 명태 등 고기를 잡았고 여자는 해질녘까지 생선이 상하지 않도록 내장을 발라내고 잘 씻어 말렸다. 골목 골목이 질퍽거렸고 비린내가 진동했다. 1980년대까지는 잘나갔다.

 

“명태가 엄청 많이 잡혔어요. 한 사람이 손질한 명태가 하루 70~80두름(1400~1600마리)이나 됐습니다.” 삼척항에서 대게집을 운영하는 전동진 사장은 “1990년대 들어 생선 공장에 일감을 빼앗기면서 마을 사람 대다수가 외지로 떠났다”며 “요즘은 오징어도 잘 잡히지 않는다”고 말했다.

 

너른 바다를 등지고 언덕으로 향했다. 시멘트를 살짝 덧바른 담벼락을 따라 한참 오르니 짙푸른 바다가 드넓게 펼쳐졌다. 마을 뒷산 꼭대기에서 내려다본 삼척항은 소박했고 해안 절벽은 벽돌을 쌓아올린 듯 정교했다. 골목에서 만난 70대 할아버지가 카메라를 보더니 밝은 미소로 인사를 건넸다. “얼마 전부터 나릿골 지붕을 오렌지색으로 바꾸려고 하잖소. 허브 텃밭과 커피점도 들어선다고 해요. 감성마을이라나 뭐라나, 기대가 커요.”

 

삼척의 남다른 아픔이 서려 있는 갈남항으로 향했다. 1968년 울진·삼척 무장공비 사건 이후 군사정권은 일부 마을 주민을 고정간첩으로 몰았다. 간첩마을로 불리면서 주민들은 고립됐다. 다행히 갈남항 주민들은 최근 억울한 누명을 벗었다고 한다.

 

“저기 월미(越美)도를 보세요. 아름다움을 뛰어넘는 아름다움이 있다고 해서 그렇게 부릅니다. 옛날엔 월미도에 가려면 낫으로 미역을 베어 가면서 건너야 했어요.” 마을 주민 이옥분씨는 “예전에는 명태잡이 목선들이 하도 많아 밧줄을 풀어놓을 수가 없을 정도였다”고 말했다. 묵직하고 단단한 기암괴석에 부딪히는 월미도의 너울은 장관이었다. 양쪽에서 파도가 달려오다가 하트 모양을 그리더니 분수처럼 솟아올랐다. 차갑고 검푸른 바다가 거친 파도를 밀어 올렸다.

뚝심으로 다시 일어선 도시

동해안의 관문으로 불리던 삼척은 동해시와 정선군·태백시, 경북 울진군·봉화군과 접한 도시다. 태백산맥의 분수령인 청옥산(1404m)과 두타산(1353m) 등 연봉이 남북으로 솟아 있고 긴 해안선을 따라 10여개 항구가 늘어서 있다. 탄광과 시멘트 산업이 번성했던 1980년대에는 국내 5대 공업도시로까지 불렸다. 1980년 삼척군 북평읍이 동해시로 편입되고 1981년 장성읍과 황지읍이 태백시로 독립했다. 1989년 석탄산업합리화 조치로 탄광이 줄줄이 문을 닫으면서 침체의 늪에 빠졌다. 한때 8만6000여명이던 인구는 7만명까지 줄었다.

 

삼척은 관광산업에 주목했다. 국내 최대 규모인 82개 동굴이 있는 만큼 동굴관광의 메카로 키웠다. 1997년과 2007년 환선굴과 대금굴을 공개했다. 2017년 10월 현재 누적 관람객이 각각 1120만여명, 187만여명이다. 2000년대 들어서는 해양관광을 특화했다. 2010년 레일바이크가 대박나면서 도시에 청신호가 켜졌다.

강원 삼척 - 탄광 내리막길, 관광으

최근 개통된 삼척 해양케이블카에서 내려다본 장호항. 투명 카누로 유명한 관광지다.

“궁촌역에서 ‘마라토너 황영조공원’을 지나 용화역까지 5.4㎞ 구간을 바다를 끼고 달리는데 짙푸른 소나무 숲이 절경입니다. 레일바이크라면 전국에서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고 있지요.” 삼척시 문화해설사 심명자씨는 “두 달 전 레일바이크에 이어 용화역에서 장호역까지 해상케이블카 874m 구간이 개통됐다”면서 “바닷속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투명 카누를 타고 나면 왜 삼척이 유명한 해양관광도시인지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강원 삼척 - 탄광 내리막길, 관광으

6개월 전 폐교에서 마을기업으로 거듭난 미로정원.

삼척이 요즘 신명난 데는 또 다른 이유가 있다. 말 그대로 ‘늙지 않는’ 미로면(未老面) 어르신들이 마을기업 ‘미로정원’의 문을 6개월 전 연 것이다. 아담하고 예쁜 미로정원에서는 투명 카누를 타는 것은 물론 두부 만들기와 공방체험도 할 수 있다. “불린 콩을 맷돌로 갈아 두부를 만드는데 한번 해보시겠수?” 미로정원 박재진 사무국장은 “운동장 한가운데서 투명 카누를 탈 수 있는데 겨울에는 눈썰매장으로 활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동막리로 들어설 때는 사막처럼 황량한 산등성이를 보고 깜짝 놀랐다. 삼척은 1998년 마을 주민 반대로 원자력발전소 건설계획을 16년 만에 백지화시켰지만 2010년 또다시 원전 유치 계획으로 몸살을 앓았다. 아름다운 산세가 돌산으로 변하자 마을 주민들은 3년 전부터 원전이 아닌 신재생에너지를 집중 육성하기로 뜻을 모았다. 돌산에서는 영화촬영이 한창이었고 사람 손길이 닿지 않은 하천을 따라 ‘원전 반대’ 리본들이 나부꼈다.

 

돌아오는 길에 해안도로를 달렸다. 먼바다에 점점이 떠 있는 어선들의 모습이 정겨웠다. 삼척은 뚝심으로 다시 일어서는 도시였다.

탁 쪼개면 톡 터지는 대게살

강원 삼척 - 탄광 내리막길, 관광으

‘대게홍게’(033-574-6727)는 삼척항에 있는 40년 된 대게 전문점이다. 아버지가 바다에 나가 잡아온 생선을 아들이 요리해낸다. 대게는 살이 튼실하게 차 있어 달고 맛있다. 게 껍데기 국물에 갓 지은 쌀밥을 비벼주는데 진미가 따로 없다. 방어와 참치 등 직접 잡은 제철 회를 반찬으로 내주기도 한다. 얼음이 동동 떠 있는 새콤달콤한 물회 맛도 끝내준다. 대게찜 ㎏당 5만~6만원.

 

‘동해바다’(033-574-0987)는 토박이들이 즐겨 찾는 맛집이다. 메인 요리는 이름도 생소한 장치(바닷물고기 벌레문치)찜. 적당히 말린 장치를 매콤하게 볶아 주는데 쫄깃하면서도 야들야들 씹히는 맛이 일품이다. 삼척의 밥도둑이다. 장치찜 2만원.

 

‘일품 해물탕’(033-574-1412)은 문어 해물탕 전문점이다. 직접 잡은 참문어 한 마리를 통째로 넣어 준다. 해물탕 4만원.

 

‘문화추어탕’(033-572-9558)은 간판만 보면 추어탕집인 것 같지만 민물참게탕 전문점이다. 참게를 통째로 갈아 체에 걸러 끓여 내는데 영양만점 보양식으로 인기 만점이다. 구수한 참게탕에 쫄깃한 손수제비를 익혀 먹는 재미도 있다. 반찬도 정갈하다. 민물참게탕 2만5000원.

 

‘다리’(033-573-5391)는 국수 전문점. 삼척 중앙시장 공영주차장 앞에 있으며 단골들이 즐겨 찾는다. 동치미 국수가 일품인데 국물이 깔끔하고 시원하다. 겨울에는 얼큰한 장칼국수가 잘 나간다. 매번 줄을 서서 기다려야 한다. 동치미국수·장칼국수 각 5000원.

 

‘만남의 식당’(033-574-1645)은 곰치가 유명하다. 겨울에 먹어야 제맛인데 애주가들에게 특히 인기다. 곰칫국 1만5000원.

 

‘동막골’(033-573-9225)은 삼척의 대표 관광지인 해양레일바이크 인근에 있는 맛집이다. 주인이 직접 만든 촌순두부 전문점. 식감이 살아있는 두부 맛으로 소문나 있다. 촌순두부 6000원, 두부김치 7000원.

 

‘곤드레’(033-574-7585)는 시골밥상으로 유명한 식당이다. 꽁치구이와 산나물 등 10가지가 넘는 밑반찬이 기본 상차림. 곤드레나물밥을 강된장에 비벼 먹는다. 곤드레정식 7000원.

 

‘삼삼숯불구이’(033-576-0422)는 돼지갈비 전문점이다. 100% 대나무로 만든 숯만 쓰며 ‘손님의 건강과 음식을 책임진다’는 표지판이 눈길을 끈다. 노릇노릇 구워 내는 돼지갈비맛은 말이 필요가 없다. 밑반찬으로 나오는 더덕고추장 무침과의 궁합도 환상적이다. 돼지갈비 280g 1만1000원.

 

‘덕산바다횟집’(033-572-8208)은 물회 전문점이다. 여름 피서철에는 빈 자리가 없을 정도. 새콤달콤하면서도 자극적이지 않아 토박이들이 즐겨 찾는다. 물회 1만5000원.

삼척 | 글·사진 정유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