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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컬처 ]

남들 따라 볼래?
취향 따라 볼래?

by경향신문

블록버스터 대작 홍수에 맞서는 ‘거장의 묵직한 영화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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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 자무시 '패터슨'

감독 이름만으로 관객 기대감을 높이는 영화들이 극장을 찾아왔다. 미국과 프랑스를 대표하는 작가주의 감독 짐 자무시와 프랑수아 오종은 그들이 기존 영화에서 보여주던 결을 유지하면서도 또 다른 영화적 감동을 선사한다. 최근 가족을 주로 작업해 온 고레에다 히로카즈는 법정으로 시선을 옮겼다. 초기작에서 보여준 삶에 대한 서늘한 시선은 이어진다. 대만 뉴웨이브 영화의 거장 허우 샤오시엔은 제작자로 관객을 만날 예정이다.

 

겨울 성수기 블록버스터 대작들이 스크린의 대부분을 차지한 상황에서 이들 영화는 관객을 불러들일 채비를 하고 있다. 배급사들이 기대하는 건 입소문이다.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짐 자무시·프랑수아 오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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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수아 오종 '두 개의 사랑'

미국 독립영화계 대표 감독 짐 자무시는 미국 뉴저지주 소도시 ‘패터슨’에 사는 버스 운전사 ‘패터슨’의 잔잔한 일상을 그린다. 시인을 소망하는 패터슨은 매일 아침 6시30분 언저리 알람도 없이 잠에서 깬다. 아침으로 시리얼을 먹은 뒤 점심 도시락을 싸 출근한다. 패터슨이 운전하며 지나는 패터슨시의 모습은 특별한 것이 없다. 그는 어제 본 모퉁이를 오늘도 돌아 나간다. 내일도 그럴 것이다.

 

관객은 패터슨이 지루한 일상에 지쳐 있다고 걱정할지 모른다. 그러나 그의 잔잔한 일상에는 ‘시’가 있다. 모든 것이 똑같이 반복되는 일상에서도 빛과 공기는 매일 각기 다른 감정을 만들어낸다. ‘우리 집엔 성냥이 많다’로 시작되는 시를 써 내려가는 그의 표정은 일상의 건조함에 질린 사람의 그것이라고만 할 수 없다. 일상에서 반짝이는 무엇인가를 발견하려는 시인의 독특한 감각처럼 보인다.

 

일상의 작은 순간에서 삶의 빛나는 지점과 아이러니를 잡아내는 자무시의 특기는 이번 영화에서도 빛난다. <스타워즈: 라스트제다이>에서 악역 ‘카일로 렌’으로 분했던 배우 애덤 드라이버가 주인공 패터슨을 맡았다. 두 영화에서 그의 상반된 연기를 보는 것도 매력이다.

 

파격적 작품으로 관객을 도발해 온 프랑수아 오종 감독은 이번에도 흥미로운 이야기로 찾아왔다. <두 개의 사랑>은 쌍둥이 형제를 오가며 사랑과 섹스를 나누는 아름다운 여성 ‘클로에’를 중심으로 전개된다. 영화는 인간의 열등감과 콤플렉스에 관한 생각거리를 던진다. 클로에 역 마린 백트는 강렬하면서도 불안한 눈빛으로 관객을 압도한다. 남녀 신체에 대한 관능적인 묘사는 이번 작품에서도 두드러진다. 108분에 이르는 상영 시간의 상당 부분이 누드신으로 이뤄졌다.

변신 혹은 초심…고레에다 히로카즈·허우 샤오시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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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레에다 히로카즈 '세 번째 살인'

<태풍이 지나가고> <바닷마을 다이어리> 등으로 한국에서도 마니아층을 만든 감독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신작 <세 번째 살인>은 지난 14일 개봉했다. 큰 홍보 없이도 개봉 3일 만에 1만 관객(17일 기준 1만3598명)을 돌파했다.

 

영화는 승리밖에 모르는 변호사 ‘시게모리’가 살인범 ‘미스미’를 변호하며 겪게 되는 변화를 그린다. 사건을 파헤쳐 가는 법정 스릴러 같아 보이지만 명쾌하게 끝나지 않는다. 진실의 실체는 영화가 끝난 후에도 모호할 뿐이다. 여운이 남는 가족 드라마를 보여준 감독의 최근작과는 결을 달리하는 듯하다. 초기작 <환상의 빛> <아무도 모른다> 등을 떠올려보면 감독의 시선이 크게 변하지 않았음을 짐작할 수 있다. <세 번째 살인>도 타인을 이해하는 일의 어려움, 사건 표면에 가려진 진실을 파악하는 것이 얼마나 힘든지를 고민한다. 그 속에서 따뜻함을 발견하려는 시도 역시 이어진다. 이는 고레에다 히로카즈가 오래전부터 고심한 지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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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우 샤오시엔 '군중낙원'

대만 뉴웨이브의 기수 허우 샤오시엔은 제작자로 변신해 관객을 찾아온다. <군중낙원>은 1969년 중국 본토와 대치 중인 대만의 금문도에 입소한 신병 ‘파오’가 군중낙원이라 불리는 군영 공창에서 생활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토대로 한다.

 

파오와 공창 ‘831부대’의 여인 ‘니니’가 나누는 애틋한 우정을 통해 시대의 아픔을 견뎌야 하는 인물들의 모습을 들여다본다. 영화는 2014년 제19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으로 국내 관객과 만나기도 했다.

 

고희진 기자 gojin@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