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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슈 ] 박은경의 베이징 리포트

간호사가 ‘환자 돌보는 모습’ 인터넷 중계…빗나간 ‘왕훙’ 열풍

by경향신문

간호사가 ‘환자 돌보는 모습’ 인터넷

중국 장시(江西)성 완녠(萬年)현 인민병원의 한 여성 간호사가 환자를 돌보는 장면을 스마트폰으로 생중계(사진)해 논란이 됐다. 하얀 간호사복을 입은 그는 일하는 과정을 생중계하며 수시로 누리꾼들의 질문에도 답했다. 개인 인터넷방송 플랫폼을 통해 공개된 이 방송은 순식간에 화제가 됐다. 간호사라는 직업에 대한 호기심이 인기의 근간이다.

 

우려의 목소리도 높아졌다. 생명을 다루는 직업인데 방송에 정신이 팔려 환자에게 약을 잘못 주는 등 실수하면 어쩌냐, 책임감이 전혀 없다는 의견이다.

 

간호사복에 있는 병원 이름을 확인한 누리꾼들은 병원의 관리체계에 대해서도 비난했다. 병원장이 직접 나섰다. 원장은 “조사 결과 인터넷방송을 한 간호사는 실습생으로 아직 정식 간호사 자격을 취득하지 못했다”며 “그러나 실습생이 근무시간에 인터넷방송을 내보낸 것이 확인돼 징계 절차를 밟겠다”고 밝혔다. 이 실습생은 정식 간호사가 될 기회도 박탈당하게 됐다.

 

중국에서 가장 인기있는 직업 중 하나가 왕훙(網紅·인터넷 스타)이다. 모바일 시대의 사회 현상인 왕훙은 패션, 운동, 먹방(먹는 방송), 일방(일상 방송) 등 모든 것을 방송 소재로 만들어낸다. 샤오예(小野)라는 왕훙은 물통을 분리한 정수기로 훠궈(火鍋·중국식 샤부샤부)를 만들어 먹고, 컴퓨터 본체를 뜯어 만든 철판 위에 고기를 구워 먹는 요리 동영상으로 화제를 모았다. 광고 수입 등으로 그가 지난 한 해 거둔 수입은 5000만위안(약 81억원)에 달한다.

 

지난해 왕훙 경제 규모는 1000억위안(약 16조원)을 넘어섰다. 2014년에 1억명이었던 왕훙 팬들은 지난해 4억7000만명으로 증가했다. 왕훙들은 팬들이 보내는 사이버 선물, 광고 수입, 온라인 쇼핑몰과 연동한 관련 상품 판매 등으로 수익을 낸다. 인기를 끌게 되면 단숨에 돈과 인기를 얻는다. 유명 왕훙인 파피장(Papi醬)은 지난해 1600만위안(약 26억원)의 투자를 이끌어 냈다.

 

그러나 특급 왕훙이 되기는 쉽지 않다. 텅쉰연구소가 인터넷 개인방송을 하는 45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한 달에 1만위안(약 164만원) 이상 버는 사람은 5%에 불과했다. 70% 이상은 한 달 수입이 100위안(약 1만6400원)에도 못 미쳤다.

 

광고나 투자를 받기 전에는 팬들이 보내는 사이버 머니로 생활하기 때문에 외설적이거나 자극적인 행동도 꺼리지 않는다. 한 20대 여성 왕훙은 유명해지고 싶은 욕심에 집단 성관계 영상을 내보냈다. 4만명 넘는 팬들을 확보하고 7만5000위안(약 1225만원)을 벌었지만 구속돼 실형에 처해졌다. 패션 왕훙인 류페이는 지난해 우울증 등으로 자살했다. 몸매 관리 때문에 4년 넘게 하루 한 끼밖에 먹지 않았다고 한다.

 

모두 왕훙을 꿈꾸지만 인기를 얻기 위한 빗나간 경쟁이 극단적 선택으로 내몰고 있다.

 

왕훙 경제가 커지는 만큼 관리도 엄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국민 배우인 쑹단단(宋丹丹)도 지난해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에서 “이토록 많은 젊은이들이 왕훙을 꿈꾸지만 이들이 바르게 성장할 수 있도록 이끌어 주는 멘토가 없다는 점이 너무 걱정된다”고 우려했다.

 

<베이징 | 박은경 특파원 yama@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