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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슈 ] 정봉주 단독 인터뷰

“MB, 법의 심판대에 서면 더 끔찍한 비리들 드러날 것”

by경향신문

정치인 중 유일하게 사면

“MB, 법의 심판대에 서면 더 끔찍

“BBK 주가조작 등 이명박 전 대통령과 관련해 내가 제기한 의혹은 예나 지금이나 팩트다. 앞으로 그가 자신의 사사로운 부(富) 축적을 위해 저지른 비리가 현재 노출된 것보다 더 많이 드러날 것이다.”

 

문재인 정부 첫 특별사면 대상자가 발표된 지난달 29일, 정봉주 전 국회의원(58)은 한국에 없었다. 사면대상에 정치인으로 유일하게 자신이 포함된 줄 모른 채 오래전부터 예정된 가족여행을 떠났기 때문이다. 그의 사면·복권이 세간의 주목을 끄는 이유는 검찰이 최근 이명박 전 대통령을 겨냥한 수사를 본격화한 국면과 맞물려서다. 정 전 의원은 ‘MB 저격수’로 통한다. 2007년 17대 대선 당시 이명박 당시 한나라당 후보의 BBK 주가조작 사건 연루 의혹을 집중 제기했다가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유포 혐의로 기소됐다. 2011년 12월 대법원으로부터 징역 1년의 확정판결을 받고 2022년까지 10년 동안 피선거권을 박탈당했다. 이번 사면·복권으로 다시 현실정치로 돌아올 수 있게 됐다. 2일 새벽 귀국한 정 전 의원을 만났다.

 

- 사면·복권 축하한다. 예상했나.

 

“문재인 대통령이 나를 사면·복권시켜줄 것으로는 생각했다. 그러나 예상보다 빨랐다. 박근혜 정부 때 임명된 법무부 사면심사위원회 외부인사를 교체하는 데 시간이 걸리는 데다 정치인은 배제될 것이라고 했기에 연말 사면은 기대하지 못했다. 하지만 청와대 내 기류가 바뀐 것은 알고 있었다. 내가 정치인이어서 안된다는 기류가 최근 없어졌다고 청와대에서 비서관, 행정관으로 일하는 후배들이 전해줬기 때문이다. 정치인은 배제되지만 나의 경우엔 돈 문제에 연루된 게 아니어서 케이스가 특별한 것 아니냐는 게 청와대 내 일반적 분위기라고 했다. 빠르면 평창 평화올림픽 개최 기념으로 1월 말~2월 초, 늦으면 8월 사면되지 않을까 예상했다.”

 

- 검찰이 BBK, 다스를 다시 수사하고 있다. 어떻게 보나.

 

“BBK 주가조작 사건이 일어난 1999년의 팩트와 2007년 대선 당시 내가 주장한 팩트, 그리고 지금 밝혀지고 있는 팩트는 똑같다. 마치 ‘달’을 보는 것과 같다. 달은 그냥 존재하는 것인데 과거엔 달이 아니라면서 달이라고 하는 사람들을 처벌했다면 지금은 다수가 달이라고 얘기한다. ‘벌거벗은 임금님’과도 같다. 본인(MB)과 비호세력만 아니라고 부정한다. 2007년에도 MB는 벌거벗은 임금이었지만 당시는 칼과 대포로 무장하고 있기 때문에 아무도 벌거벗었다고 말하지 못했다. 하지만 지금은 진실을 밝히려는 사람들이 다수여서 밝히는 방향으로 가는 것이다.”

 

- 이명박 전 대통령이 법의 심판대에 서면 어떤 일이 벌어질 것 같은가.

 

“MB가 법의 심판대에 서면 BBK, 군 사이버댓글조작, 자원외교비리 등 지금 나온 얘기들보다 더 끔찍한 많은 일들이 드러날 것이다. BBK 주가조작사건은 1999년 한 유명인사가 자신의 명성을 이용해 저지른 비리였다. 하지만 MB가 서울시장이 된 2002년부터 대통령직에서 퇴임한 2013년까지는 공직자가 자신의 부(富)를 축적하기 위해 비리를 저지른 것이다. 내 촉은 ‘방산비리’에 꽂혀 있다. 방산비리의 몸통은 MB다.”

 

- 근거가 뭔가.

 

“노승일 전 K스포츠재단 부장에 따르면 정유라는 ‘아빠(정윤회)가 형님이라고 하는 사람은 김관진밖에 없다’고 말했다. 정윤회와 김관진이 친하다면, 이 둘의 연결은 방산비리라고 자연스럽게 추정된다. 나는 그 뿌리가 이명박 정권이라고 본다. 김관진 전 국방부 장관이 MB 취임과 동시에 국방장관으로 임명된 후 박근혜 정부까지 했고, 국가안보실장까지 했다. 그 기간이 9년이다. 보수정권의 특성상 하나의 이해관계로 관통이 안되면 설명이 안된다. 김관진 전 장관이 쥐고 있는 뭔가 핵심이 있다고 본다. 방산비리의 시작은 MB 정부다. 록히드와 보잉, 양사의 무기를 동시에 쓰다가 MB 시절부터 록히드마틴사로 확 넘어갔다. 그래서 MB의 비리를 파고들어가면 국민들이 생각한 것보다 더 끔찍한 많은 일이 나올 것이라는 게 내 관점이다.”

 

- MB와 관련한 검찰 수사 결과를 어떻게 예측하나.

 

“MB 구속은 피할 수 없는 일이다. 항간엔 박근혜 전 대통령도 구속됐는데, MB까지 구속하는 건 부담된다는 얘기가 돌고 있다. 박 전 대통령 구속은 현 정부와 무관하다. 범법자를 구속하는 데 두 명의 전직 대통령 구속이 왜 장애가 되는지 묻고 싶다. 역대 MB만큼 많은 비리에 휩싸인 대통령도 없을 것이다. 정호영 전 특검은 2008년 수사 과정에서 다스와 관련된 120억원의 존재를 파악했지만 MB가 다스의 실질적 소유자라는 증거는 찾을 수 없었고 다만 수사 과정에서 다스의 직원이 횡령한 사실은 드러났다고 최근 뒤늦게 입장을 밝혔다. 이는 그가 직무유기했다는 것을 10년이 지난 지금에야 자백한 것이다. 그는 진상을 밝히라고 공권력이라는 준엄한 칼을 쥐여준 국민을 기만했다.”

 

이번 사면·복권과 관련해 정 전 의원에게 쏟아지는 관심은 그가 올 6·13 지방선거와 함께 치러지는 서울 노원병 보궐선거에 출마하느냐다. 이와 관련해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의 발언도 눈길을 끌었다. 그는 정부의 특별사면 발표 후 정 전 의원이 대상에 포함된 것에 대해 “국민들이 납득할 충분한 설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발언 기저엔 정 전 의원이 노원병 보궐선거에 출마해 국회의원으로 당선될 경우 오는 2020년 제21대 총선에서 안 대표와 맞대결을 하게 될 것을 우려하는 것이라는 관측도 있었다.

“MB, 법의 심판대에 서면 더 끔찍

- 서울 노원병 보궐선거에 출마하나.

 

“노원병에도, 송파을에도 출마하지 않겠다. 지금 당장 국회에 돌아가서 내가 잘하는 일을 계속할 수 있는지 회의가 들기 때문이다. 또 정치인은 도의가 필요하다. 권력만 주면 개나 소나 다 뛰어드는 것은 보기 좋지 않다. 노회찬 의원이 ‘떡검(떡값을 받아먹은 검찰)’ 명단을 발표했다가 사문화된 법을 적용해 2013년 국회의원직을 상실했다. 난 당시 항의의 표시로 우리 당(민주당)에서 노원병 보궐선거에 출마시키지 말라고 했다. 노원병에는 그동안 갈고닦은 정치 신인들이 적지 않다. 내가 그들을 제치고 국회에 간다고 해서 더 잘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물론 그렇다고 앞으로 계속 국회의원을 안 하겠다는 얘기는 아니다.”

 

- 당장 현실정치에 복귀하지 않는다는 뜻인가.

 

“서울시장은 가능성을 가늠해보고 있다. 사면·복권 이후 정치컨설팅을 해주는 후배들이 내게 서울시장 도전을 권했다. 나도 사면되자마자 국회의원으로 돌아가 당내에서 이전투구하면서 이미지 망가뜨리기보다는 당과 거리를 좀 두고서 정치행정직인 서울시장을 하는 게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

 

- 여론조사 결과 박원순 현 서울시장의 지지율이 압도적으로 높다. 도전하려면 박 시장과 당내 경선을 치러야 하는데.

 

“박원순 시장은 일을 잘한다. 하지만 서울시장은 행정도 중요하지만 문재인 정권의 버팀목이 돼야 한다. 당원으로서 당과 정부와 함께 가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하지만 박 시장은 당인(黨人)의 느낌이 거의 없다. 현 정부에 협공이 들어왔을 때 동지적 입장에서 같이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박 시장이 3선 하겠다는 것도 명분이 약하다. 교두보를 뺏기지 않고 다음 정권까지 이어가려는 느낌이다. 박 시장은 국민들이 3선 이후 대권 도전하려는 거 아니냐고 묻는데, 답변도 못하고 있지 않나.”

 

- 어떤 시장이 되고 싶은가.

 

“‘착한 이명박 전 서울시장(MB)’이 되겠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아이디어도 좀 있고, 그래서 국민들을 현혹시키는 일을 많이 했지만 그로 인해 얻어지는 이득은 자신의 사사로운 이익을 취하는데 사용했다. 하지만 나는 사업수완이나 정책기획면에서 MB보다 더 나은 데다 그 아이디어에서 얻은 이익은 모두 서울시민의 몫으로 돌아가도록 하겠다.”

 

- 노원병 불출마를 선언하면 안철수 대표가 좋아할 것 같다.

 

“안 대표가 나의 사면·복권과 관련해 견제구를 날렸는데 안 대표에게 되레 묻고 싶다. 내가 감옥에 간 이유를 납득할 수 있게 설명해달라고. 나는 2008년 선거운동 와중에 재판을 받았다. 그리고 항소심에서 부장판사가 배정 2주 만에 바뀌었다. MB 정부에서 내가 정상적인 일정으로 재판을 받고 구속된 후 만기 출소하면 대선에 영향을 줄 것으로 염려해 일정을 미뤘다고 생각한다. 또 무죄나 벌금형이 나올 사안인데 징역 1년 실형이 선고됐다. 어떻게 납득할 수 있겠는가. 그러니 안철수는 나 같은 사람에게 싸움을 걸지 마라. 안철수 한 트럭이 와도 나한테는 안된다. 나는 20대에 정치에 들어온 사람이고, 시대정신에 맞게 40년을 살아왔다. 안 대표의 삶을 부정하진 않지만 그는 입으로는 국민만 보고 가겠다고 하면서 행동은 청와대 입성을 목적으로 정치를 한다. 국민을 보고 정치하는 나와 안철수의 정치는 깊이가 다르다.”

 

- 지금 시대엔 어떤 정치가 필요하다고 보나.

 

“공감의 정치다. 정치인의 덕목은 용기와 희생이다. 소외된 이들의 아픔에 공감하면 용기가 생기고 희생도 할 수 있다. 정치인에겐 딱 두 가지 길이 있다. 본인의 권력을 좇느냐, 국민을 보느냐다. 국민을 위한 정치는 우리나라에서 상대적으로 쉽다. 요즘 국민들이 너무 아프다. 그 아픔을 함께 나누는 것만으로도 위로가 된다. 한데 정치에 몰입되면 눈앞의 싸움을 하느라 그게 잘 안된다. 밖에서 있던 시간이 그래서 좋았다. 감옥에서 풀려날 때 ‘정봉주가 정봉주에게’란 편지를 썼다. 공감의 정치를 다짐했다. 또 내려갈 때 좌절하지 말고 올라갈 때 오만하지 말자고 썼다.”

 

- 피선거권 박탈 후 6년이 지났다. 정치인에겐 긴 시간이다.

 

“석방 후 처음 든 생각은 이명박이 참 나쁜 사람이라는 것이었다. 본인의 정치적 목적을 위해 나를 정치적으로 묶어놓을 순 있다. 하지만 가족과의 분리는 상상도 못할 아픔이었다. 그는 나를 가두기 위해 정치검사들도 양산했다. MB는 정치인에게 필요한 공감능력도 없는 사람이다. 하지만 그런 현실을 받아들이는 것 자체가 내겐 큰 공부였다. 감옥생활을 통해 세상을 살아가는 성찰의 기회를 부여받았다.”

 

정 전 의원은 보통 새벽 4시까지 자료를 읽다가 잠들고 오전 5시50분에 깬다. 그 길로 체육관에 가서 2시간 동안 기구운동과 실내달리기를 한다. 하루 2개의 고정 방송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사흘은 각종 TV프로그램 녹화를 한다. 게다가 인터넷홈쇼핑, 김치사업 등 벌여놓은 또 다른 일도 많다. 그 이유를 “새로운 일에 도전하지 않으면 몸이 버티지 못하는 스타일이기 때문”이라고 그는 설명했다. 덕분에 ‘낮밤 불문’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 부족한 수면은 낮에 차를 타고 이동하는 시간에 채운다. 그래도 하루 수면시간은 3시간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 지상파 방송과 종편을 넘나들며 출연하고 있다. 팟캐스트 <정봉주 전국구>도 수년째 계속하고 있다. 왜 이렇게 다작을 하나.

 

“많은 사람들에게 정치는 이렇게 재미있다는 걸 알리고 싶었다. 방송도 내게는 정치의 일환이었다. 하지만 현실정치를 할 수 있는 기회가 있다면 당연히 본연의 삶으로 돌아갈 것이다. 나는 정치인의 DNA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 수면시간이 보통사람들에 비해 많이 부족하다. 그러면서도 건강을 유지하는 비결은 뭔가.

 

“감옥에 1년간 갇혀 있으면서 맨손체조로 몸을 만들었다. 두려움과 공포를 잊기 위해서였다. 지금도 매일 아침 2시간씩 운동한다. 운동은 한계를 극복하는 훈련이기 때문이다. 그게 내 건강 유지의 가장 큰 비결이다. 20년 동안 먹고 있는 발효식초와 일주일에 2~3회 맞는 벌침도 도움이 되는 것 같다. 또 스트레스를 쉽게 받지 않는 긍정적 성격도 영향이 있지 않을까?”

 

- 출소 직후 헬스 관련 책을 여러 권 냈다. 배에 식스팩이 새겨진 단단한 몸이 화제가 됐다. 얼마 전 사진을 보니 지금도 ‘흔적’이 남아 있더라. 58세인데 놀랍다.

 

“교도소에 수감돼 있던 2012년 교도소가 아웃소싱으로 1년에 한 번씩 하는 생체나이 측정을 한 적이 있다. 장기, 혈압 등 신체의 모든 부분을 망라해 재는데 나의 생체나이가 33세로 나왔다. 당시 내 나이가 만 52세였다(웃음).”

 

- 그럼 그로부터 6년이 지났으니까 지금 생체나이는?

 

“글쎄…모르겠다. 그때는 안 마셨던 술을 지금은 많이 먹는다. 대신 나이 들면서 독주는 피하고 있다.”

 

2011년 4월 시작된 팟캐스트 <나는 꼼수다>(나꼼수)는 18대 총선에서 낙선하고 3년 넘게 야인으로 지내던 정 전 의원에게 벼락같은 황금기를 맞게 했다. 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 주류 언론이 하지 못한 얘기를 게릴라언론인 <나꼼수>는 시원하게 폭로하면서 큰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호불호가 극명하게 갈린 것도 사실이다. 특히 정권이 바뀌고 KBS, MBC도 정상화를 향해 가고 있는 상황에서 김어준, 김용민 등 <나꼼수> 멤버들의 잦은 방송 출연에 대해 곱지 않은 시선도 있다.

 

- <나꼼수> 멤버 대다수가 지상파 방송사의 시사프로그램 진행을 맡고 있다. 우편향이건, 좌편향이건 편향성을 가진 사람들이 시사프로그램을 진행하는 것은 공정방송을 저해할 수 있다는 지적이 있다.

 

“충분히 비판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나꼼수> 같은 팟캐스트는 어차피 편향성을 전제로 하는 것이니 상관없지만 공중파는 무차별 노출이니까. 또 내 방송에 패널로 나오는 자유한국당 인사들이 출연 전 염려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우주에 중립은 없다. 하지만 나의 경향성을 감추고 중립을 지키도록 노력해왔고 판단은 시청자·청취자의 몫이다. 아마도 다른 멤버들도 그럴 것이다.”

 

- 문재인 대통령의 열성 지지자들, 이른바 ‘문빠’들에 대한 갑론을박이 거세다.

 

“그들이 겪은 역사를 이해하지 못해서가 아닐까. 그들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죽음을 봤다. 이른바 문빠 현상은 더는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게 해야 한다는 궐기, 일종의 신드롬이다. 그런 일이 없을 것이라는 확신과 약속이 없다면 문빠라는 폄훼는 공격수단일 뿐이다. 혹자는 그들을 중국공산당의 홍위병에 비유한다. 하지만 문 대통령의 열혈 지지자들은 그저 인터넷 글쓰기를 통해 지지를 표명하는 것이기 때문에 난폭하지도 않고 역사적 해악도 끼치지 않는다.”

 

<박주연 기자 jypark@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