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 오른 MWC 관전 포인트는 5G
SKT 전시관선 5G 영상통화 시연…KT는 드론 영상 실시간 합성 중계
5G 접목 자율주행차 앞다퉈 공개…AI 가전, VR·AR도 더 다양해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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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웬디야, 날씨 알려줘.” “오늘 바르셀로나 날씨는 흐립니다.”
인공지능(AI) 스피커가 진화한다면 이런 모습일까. 26일(현지시간)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개막한 세계 최대 모바일전시회 ‘MWC 2018’에서 걸그룹 레드벨벳 멤버 ‘웬디’를 닮은 캐릭터가 검은 원통 홀로그램인 ‘홀로박스’ 안에 나타났다. “웬디야”라고 부르자 캐릭터가 오른손을 귀 옆에 가져다 대고 귀 기울이는 동작을 지었다. 잘 모르겠다고 할 때는 고개를 좌우로 흔든다.
옆 홀로박스에는 또 다른 가상 캐릭터 ‘릴리’가 모습을 드러냈다. 릴리를 부를 때는 SK텔레콤 AI ‘누구’를 호출할 때처럼 “아리아”라고 부르면 된다. “아리아, 관광지 정보 찾아줘.” “네, 가우디가 설계한 건축물을 소개하고 싶어요. 파밀리아 대성당은….” 스마트홈도 연동돼 있다. “아리아, 책상 스탠드 꺼줘”라는 명령어에 옆에 놓인 전등이 바로 꺼졌다.
기존 음성인식만 하는 AI 스피커와는 다르다. ‘가상 캐릭터’가 구현돼 있어 더 친근하고 생동감 있었다. 검은색 원통 속에 살고 있는 캐릭터가 집에 돌아온 나를 맞이하는 기분이 든다. 집 밖에 나갔을 때도 스마트폰의 증강현실(AR) 기술을 통해 ‘웬디’를 불러낼 수 있다. 홀로그램 속 가상 캐릭터는 미래를 그리는 영화 스토리처럼 어디에 있든 나와 같이하는 존재로 발전할까. 가상 캐릭터지만 인간의 속내를 드러낼 수 있는 대상으로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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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텔레콤은 프로젝터 광학기술을 통해 ‘유사 홀로그램’을 구현했다. 아직 진정한 홀로그램이라고 볼 수는 없다. 현재 홀로그램 1㏄를 구현하려면 1Gbps의 데이터양이 필요하다. 5세대(G) 통신기술이 더 발전하면 가능해진다. 5G 시대에는 지금처럼 3차원(D) 동영상을 보는 정도가 아니라 웬디와 같은 홀로그램도 구현할 수 있다.
■ 5G, 어디까지 왔을까
올해 MWC의 최대 관전 포인트는 5G였다. 삼성전자가 별도 공개행사는 열었지만 스마트폰 쪽은 오히려 조용했다. 한동안 MWC가 스마트폰 소개장이 됐던 것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다. 통신사와 통신장비 제조업체들이 5G 관련 장비와 서비스를 대거 선보였다. 한국이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세계 최초로 ‘5G 시범서비스’를 선보이면서 2020년 이후를 상용화 시점으로 잡았던 주요국들도 이를 단축하려고 경쟁하며 MWC를 달구고 있다.
국내 통신 3사 가운데에서는 SK텔레콤이 유일하게 단독 전시관을 마련했다. 삼성전자와 함께 전시장에 5G 기지국을 설치해 360도 5G 영상통화를 시연했다. 5G 기술의 핵심은 ‘초고용량’ ‘초저지연’이다. 5G에서는 종단 간 1밀리세컨드(msec) 수준의 초저지연을 목표로 한다.
두 개의 부스에 놓인 태블릿PC로 360도 가상현실(VR) 영상통화를 시험해봤다. 기자가 손을 흔들자 옆 부스의 여성이 같이 손을 흔들어준다. 관람객은 서로 상대방의 주변 환경을 입체적으로 보면서 영상통화를 체험할 수 있다.
KT는 이노베이션시티에 마련된 공동 전시관에서 여러 대의 드론이 촬영한 영상을 실시간으로 합성해 송출하는 5G 방송 중계를 시연한다. 최근 퀄컴, 삼성전자와 함께한 5G 국제표준 기반의 데이터 전송을 소개한다.
■ 플랫폼이 되는 ‘자동차’ 그리고 AI
자동차는 이제 운송수단이 아니라 플랫폼이 되어가고 있다. SK텔레콤은 5G를 접목한 자율주행 기술을 선보인다. BMW가 무인 자율주행차를 시연하고, 중국의 전기차 브랜드 바이튼은 새로운 커넥티드카를 선보일 예정이다. 자동차 경주대회 포뮬러1(원)은 처음으로 전시공간을 마련해 디지털 플랫폼이 만들 자동차 스포츠의 변화상을 보여준다.
AI가 얼마나 고도화된 모습을 보여줄지도 관전 포인트다.
구글은 AI 비서 구글 어시스턴트의 최신 버전을 공개하고 이미지 인식 기능인 구글 렌즈 등을 체험할 수 있게 해놨다. LG전자 전시관에서는 ‘V30S 씽큐’를 통해 세탁실, 주방, 거실에서 AI 가전제품을 제어하는 것을 볼 수 있다.
VR·AR은 더 다양해졌다. SK텔레콤이 선보일 ‘옥수수 소셜VR’은 가상공간에서 다른 참여자들과 함께 엑소, 레드벨벳 등 K팝 스타의 공연을 즐길 수 있다. KT는 무선 VR 전송기술인 ‘워크스루’을 통해 현실과 결합한 체험형 게임을 시연한다.
<바르셀로나 | 임아영 기자 layknt@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