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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슈 ]

첫 재판중이던 시각,
또 페이스북 올린 이명박

by경향신문

이명박 전 대통령(77)이 23일 페이스북에 자신의 입장문을 올렸다. 법원에서 한창 첫 재판이 진행중이던 바로 그 시각이다.

 

1년 가량 1심 재판이 진행되는 동안 지난해 10월16일 재판 거부 선언 때를 제외하고는 한마디도 말을 하지 않았던 박근혜 전 대통령(66)과는 상반되는 모습으로, 법정에서 진실을 밝히겠다던 이 전 대통령이 법정 밖 여론전을 펼친다는 분석이 나온다.

 

23일 오후 5시51분 이 전 대통령 페이스북 계정에는 이 전 대통령이 약 3시간 전 법정에서 낭독한 입장문이 그대로 올라왔다. 이 전 대통령이 자필로 쓴 입장문 원본 사진과 입장문 내용이 함께 게재됐다. 이 때는 이 전 대통령 사건을 심리하는 서울중앙지법 형사27부(재판장 정계선 부장판사)가 막 휴정을 마치고 재판을 다시 재개한 시각이었다.

 

이 전 대통령은 이날 법정에서는 “이번 재판의 절차와 결과가 대한민국 사법의 공정성을 국민과 국제 사회에 보여주는 기회가 되었으면 한다. 공정한 판결이 내려지는 국가라는 평가를 받게 되길 바란다”며 재판부가 검찰의 무리한 기소에 대해 제대로 판단해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페이스북을 통해 적극적으로 자신의 입장을 알리고 있는 것이다.

첫 재판중이던 시각, 또 페이스북 올
첫 재판중이던 시각, 또 페이스북 올

이 전 대통령이 지난 3월22일 구속된 이후 페이스북에 글을 올린 것은 이번이 벌써 네 번째다. 당시 구속되면서는 “누굴 원망하기 보다는 이 모든 것은 내 탓이라는 심정이고 자책감을 느낀다”고 올렸다.

 

천안함 침몰 사건 8주기였던 지난 3월26일에는 이 전 대통령은 “통일되는 그날까지 매년 여러분을 찾겠다는 약속을 지킬수 없게 되어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제 대신 저와 함께 일한 참모들이 참배하는 것으로 저의 안타까운 마음을 전한다”고 올렸다.

 

4월9일 검찰이 이 전 대통령을 재판에 넘긴 당일에는 “검찰의 기소와 수사결과 발표는 본인들이 그려낸 가공의 시나리오를 만들어놓고 그에 따라 초법적인 신상털기와 짜맞추기 수사를 한 결과”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자신에게 우호적인 여론을 형성하는 한편, 이 전 대통령의 법정 발언을 보면 ‘아군 만들기’ 전략도 눈에 띈다.

 

이 전 대통령은 검찰에서의 측근들 진술을 증거로 사용하는 데 모두 동의하면서 그 이유로 “사실과 다르게 말했는지 모르겠지만 나름대로 피치 못한 사유가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주변 사람들을 감싸안겠다는 것이다. 이 전 대통령은 “그들을 법정에 불러 추궁하는 것은 혹여 본인이나 가족에게 불이익을 주는 일이 될 수 있다”며 “변호인은 재판에 불리할 수 있다고 강력히 만류했지만 저의 억울함을 객관적 자료와 법리로 풀어달라고 했다”고 밝혔다.

 

자신에 대해 검찰 조사에서 불리한 진술을 쏟아낸 ‘MB 집사’ 김백준 전 청와대 총무기획관에 대해서도 이 전 대통령은 “가능한 한 보호해주고 싶은 심정”이라며 “그 사람이 어떻게 그런 얘기를 했는지 궁금하지만 나는 보호하고 싶은 애정을 가지고 있다”고 했다.

 

일각에선 구치소에 수감돼 있고, 법정에서 재판을 받고 있는 도중에 피고인인 이 전 대통령이 페이스북 글을 올린 것에 대해 위법 소지가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앞서 최순실씨의 경우 “변호인이 건네준 휴대전화를 최씨가 작동했다”는 검찰의 이의제기로 재판장의 경고를 받은 적이 있다. 다만 이 전 대통령이 글의 내용을 변호인 등에게 전달하고 다른 사람이 대신 글을 게재한 것이라면 위법 소지는 없다는 게 법조계 의견이다. 실제로 23일 이 전 대통령 페이스북 계정에 올라온 글의 설명내용을 보면 “오늘 이명박 전대통령 첫 공판이 열렸습니다. 이 전대통령께서 친필로 작성하고 법정에서 읽은 모두진술 전문입니다”라고 돼 있다.

 

<이혜리 기자 lhr@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