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극곰 죽음이 쏘아올린 '에코투어리즘' 논쟁

[트렌드]by 경향신문

지난달 28일(현지시간) 노르웨이령 스발바르 제도에서 야생 북극곰 한마리가 독일계 크루즈 여행사 직원을 공격하다가 사살되는 사건이 벌어졌다. 목에 피를 흘린 채 쓰러져있는 북극곰의 사진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타고 대중의 분노를 자아냈다. 비난의 화살은 이제 해당 업체뿐 아니라 북극 관광 전반으로 향한다. ‘관광 산업 성장’과 ‘환경 보호’는 함께 갈 수 없는 목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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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극곰 사살은 정당방위일까

문제가 된 여행사 하팍로이드는 29일 “책임을 통감한다”면서도 사살 자체는 “정당방위”였다는 입장문을 냈다. 4명의 안전 요원들이 승객들이 하선하기 전 북극곰 출몰 여부를 먼저 확인하는데, 이 과정에서 미처 북극곰을 발견하지 못한 직원이 예상치 못한 공격을 당했으며, 사살 외엔 다른 방법이 없었다고 설명했다. 북극곰이 보이면 육지에 내리지 않는 것이 원칙이며 하선도 매우 제한적인 구역에서만 이루어진다고도 했다.


업체의 해명에도 비판은 잦아들지 않았다. 북극곰 서식지에 진입해 공격의 빌미를 제공한 것 자체가 문제였다는 지적이다. 지난 3일 온라인 청원사이트 케어2에는 “북극곰을 위험에 빠뜨리는 해당 여행사의 영업을 중단시켜달라”는 청원이 올라왔고, 현재까지 9만1000명 이상이 서명했다. 생물학자 다니엘 슈나이더는 트위터에 사살된 북극곰의 사진을 올리며 “곰을 먼발치에서 바라만 보고 가만히 내버려두면 안되겠나”며 북극곰 서식지에 하선하는 행위 자체를 멈춰야한다고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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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발바르 제도는 북극곰 3000마리의 서식지이자 인구 2500명의 삶의 터전이다. 인간의 손때가 묻지 않은 북극의 풍경을 즐기려는 크루즈 여행객들의 인기 여행지다. 스발바르 제도 당국의 최근 통계에 따르면, 이 지역 크루즈 관광객은 2006년 3만5000명에서 2016년 4만8000명으로 늘었다. 북극 관광이 활성화되면서 4000명이 수용 가능한 초대형 여객선도 등장했다. 빙하가 녹으면서 배가 항해할 수 있는 범위는 늘어난 반면 여행자들의 비용 부담은 점점 줄어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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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코투어리즘 성공사례” 반론도

일각에서는 북극곰의 죽음이 북극 관광 전체에 대한 비판으로 흘러서는 안된다고 주장한다. 영국의 해양 생물학자이자 유명 다큐멘터리 진행자 몬티 홀스는 지난 2일 텔레그래프 기고에서 북극 관광은 환경 파괴를 최소화하면서 훼손되지 않은 자연을 체험하는 ‘에코 투어리즘’의 한 사례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잘만 운영된다면 야생동물 생태나 기후변화에 대한 대중의 이해를 넓히고, 이 지역 공동체에 재정적 도움도 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쟁점은 북극 관광 전체가 아니라 해당 업체가 안전 규정을 준수했는지 여부가 되어야 한다고도 했다.


스발바르 제도 당국도 비슷한 입장이다. 스발바르 제도 환경보호 책임자 모르텐 웨지는 미국 ABC뉴스 인터뷰에서 “관광객 증가 자체보다는 (당국의 규제가 닿기 어려운) 개인 사업자가 늘어나는 것이 문제”라고 말했다. 전문성을 갖추고 가이드라인을 잘 준수한다면 안전하면서도 환경친화적인 관광도 충분히 가능하다는 주장이다.


실제 스발바르 크루즈 여행사의 대다수는 북극탐험크루즈여행사협회(AECO)나 비짓스발바르(VisitSvalbard) 등의 상부 단체에 가입되어있으며 당국의 엄격한 관리 감독을 받는다. 당국도 최근의 관광 수요 증가에 대응해 여러 환경 규제들을 내놓고 있다. 주요 자연보호 구역에 200인 이상 크루즈의 입항을 제한하는 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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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코투어리즘 고민깊어지는 각국

그러나 관광 산업 성장과 환경 보존의 균형을 맞출 수 있냐는 회의론은 여전히 남아있다. 스발바르 당국은 야생동물을 자극할 수 있는 행동을 삼가라고 말하면서도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한 화기 착용을 권고한다. 기후 변화로 서식지가 줄어드는 탓에 북극곰이 먹이를 찾아 민가로 넘어오는 일도 늘고 있다. 이번 북극곰 사살 사태가 재현될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있다는 뜻이다. 크루즈 여객선이 환경 오염을 야기할 가능성 역시 문제로 지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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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코투어리즘으로 고민하는 곳은 북극 뿐만이 아니다. 온라인매체 쿼츠에 따르면, 생태관광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인도 반디푸어 국립공원에서는 동물이 인간을 공격하고 인간이 이에 대응 공격을 하는 사례가 자주 보고되고 있다. ‘에코 투어리즘’을 지역 경제 활성화 전략으로 삼는 코스타리카도 속앓이를 하고 있다. 온라인매체 바이스뉴스는 코스타리카관광협회 설문을 인용해 코스타리카를 찾은 여행객의 66%가 스스로를 ‘에코 투어리스트’라고 규정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관광 인프라를 확충하는 과정에서 재규어나 나무늘보와 같은 야생동물들의 서식지는 계속 감소하고 있다.

2018.08.07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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