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혀질 권리’ 송명빈 “넌 죽을 때까지 맞아야 돼” 직원 둔기로 구타

[트렌드]by 경향신문

‘디지털 소멸’ 업체 대표…3년간 직원 폭행 동영상·녹음파일 나와

“가족 청부살해” 수차례 폭언·협박도…경찰, 피해자 고소인 조사

“넌 죽을 때까지 맞아야” 둔기·주변 물건 잡히는 대로 때려

직원 ‘바지 사장’에 앉히고 행정·운전 등 수족처럼 부려

업무 처리·행동 등 맘에 안 든다며 거의 매일 상습 폭행

변호인 “반복 폭행 학습된 ‘염전노예’처럼 못 빠져나와”


‘잊혀질 권리’ 송명빈 “넌 죽을 때

인터넷에서 ‘잊혀질 권리’를 주창한 디지털 분야 권위자인 송명빈 마커그룹 대표(49·사진)가 직원 양모씨(33)를 수년에 걸쳐 폭행한 것으로 확인됐다. 송 대표는 양씨에게 욕설과 협박을 일삼고 도망가지 못하도록 여권과 신분증을 빼앗기도 했다.


경향신문이 입수한 동영상(1개)과 녹음파일(21개)을 확인한 결과 송 대표는 2016년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3년에 걸쳐 서울 강서구 마커그룹 사무실에서 거의 매일 양씨를 폭행하고 협박했다. 양씨는 2013년 9월부터 마커그룹에서 일하며 개발을 제외한 모든 업무를 맡아왔다.


송 대표는 자신의 손발과 여러 둔기로 양씨를 폭행했다. 양씨가 울부짖으며 빌어도 폭행을 멈추지 않은 상황이 녹음파일에서 확인됐다. 송 대표가 “청부살인으로 너와 네 가족을 해치겠다” 등 수십차례 협박한 사실도 드러났다. 송 대표는 자신이 편하게 폭행할 수 있도록 양씨에게 둔기를 갖고 다니게 하기도 했다. 이 업체 최모 부사장(47)도 폭행과 협박에 가담했다.

양씨는 지난 6월 해외로 도피했다고 전했다. 양씨는 27일 경향신문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보복이 두려워 지인 집을 떠돌다 여권을 새로 발급받아 나갔다”고 했다. 그는 “저에겐 잃어버린 6년이고 지옥 같은 시간이었다. 지금도 송 대표가 가족을 해칠까 두렵다”고 했다.


양씨 변호인 측은 송 대표를 상습폭행·상습공갈·근로기준법 위반 등 8개 혐의로 지난달 8일 서울남부지검에 고소했다. 범죄에 가담한 최 부사장에 대해서도 8개 혐의로 고소했다. 검찰은 지난 6일 서울 강서경찰서에 사건을 보냈다. 경찰 관계자는 “고소인 양씨에 대한 조사를 1차례 진행했다. 일단 증거자료를 분석한 뒤 참고인 조사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송 대표는 이날 경향신문과 만나 “양씨는 회사에서 배임·횡령을 저지르고 해외로 도주한 인물”이라며 “한 번도 때리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양씨가 먼저 저를 폭행하고 폭언하는 등 폭력을 유도했다. 신분증 등은 스스로 내놓은 것이고 즉시 돌려줬다. 영상과 녹음파일은 조작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송 대표는 세계 최초의 디지털 소멸 원천 특허인 ‘디지털 에이징 시스템(DAS)’을 보유한 인물이다. 2015년 <잊혀질 권리, 나를 잊어주세요>란 책으로 널리 알려졌다. 현직 성균관대 겸임교수로 방송통신위원회 상생협의회 위원을 지냈다. 박근혜 정부 시절 미래창조과학부의 창조경제타운 우수멘토로 활동했다. 문재인 대선캠프에서는 집단지성센터의 디지털소멸소비자주권강화위원회 위원장을 지냈다.

‘잊혀질 권리’ 송명빈 “넌 죽을 때

경향신문이 입수한 동영상을 보면 지난 5월21일 서울 강서구 마커그룹 사무실에서 송명빈 대표가 직원 양모씨의 뒤통수를 때리고 있다. 2013년 9월부터 마커그룹에서 근무해온 양씨는 2016년 3월부터 송 대표에게 지속적으로 폭행과 협박을 당했다. 양씨 변호인 제공 동영상 캡처

송명빈 마커그룹 대표(49)는 지난 2월16일 서울 강서구 마커그룹 사무실에서 불리한 계약서를 작성했다는 이유로 직원 양모씨(33)를 수십차례 폭행했다. 송 대표는 이날 양씨에게 “어떻게 너라는 XX는 질문이 없냐. 너는 너 말고 아무것도 관심이 없지. 내가 오더(지시)하면 아무것도 생각 안 하고 바로바로 막 전화하고 그러잖아”라며 때렸다. “너는 X나게 맞아야 돼. 죽을 때까지 맞아야 돼!”라고 했다. 양씨가 ‘아악!’ 하고 비명을 지르고 울면서 “죄송합니다”라고 말하지만 송 대표는 “어디 소리를 지르냐”며 오히려 더 폭행했다. 송 대표는 “너는 왜 맞을까?”라고 수십번 질문하며 “잘못했습니다”라고 울부짖는 양씨에게 폭행을 이어갔다. 경향신문이 입수한 녹음파일에서 확인한 내용이다. 지난 5월21일 사무실에서 송 대표가 양씨의 뒤통수와 등을 주먹으로 여러 차례 폭행하는 모습이 담긴 동영상도 확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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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취재 결과 지식재산권 전문업체 마커그룹에서 2013년 9월부터 근무하던 양씨는 송 대표에게 주먹 및 각종 둔기로 약 3년에 걸쳐 상습적으로 폭행당했다.


양씨는 공익근무요원이던 2013년 9월부터 송 대표를 돕다가 2014년 11월 마커그룹에 정식 입사했다. 2012년 4월 설립된 마커그룹은 당시 송 대표의 어머니 안모씨(75)가 명목상 대표이사였다. 당시 송 대표는 KT 스마트금융부에 재직 중이라 대표를 맡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송 대표는 마커그룹의 실질적 운영자로서 권력을 행사했다. 2016년 8월부터는 송 대표 강요로 양씨가 대표이사를 맡았다. ‘바지사장’이 된 양씨는 행정부터 운전까지 마커그룹의 개발을 제외한 모든 업무를 도맡았다. 송 대표는 2014년 9월부터 사내이사로 재직하다가 올해 6월 양씨가 도망치자 7월27일 대표이사로 취임했다.


양씨에 따르면 송 대표의 첫 폭행은 2016년 3월에 있었다. 당시 송 대표는 양씨가 운전 중 방향지시등을 제대로 표시하지 않는다며 주먹으로 양씨의 머리를 2차례 폭행했다. 이후 송 대표는 약 3년 동안 둔기와 주변 물건을 사용해 상습적으로 양씨를 폭행했다. 양씨 측은 엉덩이와 팔, 허벅지에 심한 피멍이 든 사진을 제공했다.

‘잊혀질 권리’ 송명빈 “넌 죽을 때

녹음파일 21개에는 지난 2월부터 6월까지 송 대표가 양씨에게 욕설·폭행하는 상황이 담겼다. 양씨는 마커그룹 사무실에서 거의 매일 송 대표가 폭행했다고 전했다. 2월14일 송 대표는 양씨에게 “어휴, XX. 이리 와. XX. 똑바로 서! 차렷!”이라고 다그치며 폭행했다. 2월17일 송 대표는 양씨에게 “한쪽은 ○○(흉기)고, 한쪽은 ○○○(둔기)던데 ○○○를 확 찍어버릴까!”라고 위협했다. 욕설 도중 청소노동자가 사무실로 들어오자 송 대표는 노동자를 내보낸 뒤 “청소하는 아줌마가 비밀번호 따고 들어와? 뒈지고 싶냐! 개념이 있는 XX야, 없는 XX야!”라며 구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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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 대표가 양씨에게 살해 협박한 녹음파일도 확인됐다. 2월20일 송 대표는 자신 소유의 강원 춘천시 ‘주식회사 달’ 사무실에서 양씨에게 “회사 폐업이든 M&A(인수·합병)든 법적 대표이사로서 이용만 해주고 신용불량자가 되면 안되니까 부채만 대신 갚아준다”고 했다. 이날 송 대표는 “네가 자신 있으면 경찰 고발하든 상관없다”며 “청부살인도 내가 고민할 거야. XXX야. 네 모가지 자르는 데 1억도 안 들어”라고 했다. 겁에 질린 양씨는 “정신 차렸습니다. 더 차리겠습니다. 제대로 차리겠습니다”라고 답했다. 2월22일에도 송 대표는 마커그룹 사무실에서 양씨에게 “정말 청부살인도 할 수 있어”라고 했다. 이날 최모 부사장(47)도 양씨를 폭행하며 “너는 법적으로 대표지만 난 너를 대표 취급 안 해. 회사는 곧 송명빈 박사님이야. 송 박사님 몸에 이상이 생기거나 하면 X돼. 너로부터 교수님(송 대표)을 보호하기 위해 힘든 걸 내가 맡았어”라고 했다.


송 대표가 자신의 정신과 치료를 언급하며 협박한 사실도 드러났다. 송 대표는 “너를 살인하더라도 나는 징역을 오래 안 살아. 정신과 치료를 받았으니까. 우리는 면죄부 받은 사람이야”(6월18일)라고 했다.


지난 6월27일 작성된 양씨의 상해진단서를 보면 그달 25일 발생한 구타로 경추의 염좌 및 긴장, 어깨 및 위팔의 타박상, 대퇴의 타박상, 아랫다리의 기타 및 상세불명 부분의 타박상, 턱의 표재성 손상과 타박상 등이 생겨 2주(14일)의 치료기간이 필요하다고 기재돼 있다.


양씨 변호인은 “신안군 염전노예 사례에서 보듯, 피해자(양씨)도 매일 반복되는 폭행으로 무기력이 학습되어 자신의 힘만으로 올무에서 빠져나올 수 없었다”고 말했다.


송 대표는 27일 경향신문을 찾아와 “동영상은 양씨가 저를 먼저 폭행하고 폭언해 그런 상황을 유도한 것이며 녹음은 조작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해명했다. 그는 “양씨가 자신의 배임·횡령에 대해 직접 작성하고 인감도장까지 찍은 자술서가 있다. 강압적인 분위기는 없었다. 양씨의 피멍은 자신이 구한 둔기로 자해한 것이다. 양씨는 회사의 기술을 빼돌려 해외로 도망가려는 계획을 세우고 있었다”고 했다.

[단독영상]‘잊혀질 권리’ 송명빈, 직원 얼굴 주먹으로 퍽!퍽!퍽! ···상습 폭행 장면

허진무 기자 imagine@kyunghyang.com

2019.01.08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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