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명빈 폭행 피해자 인터뷰 “잃어버린 6년, 앞날도 암울”

[트렌드]by 경향신문

송명빈 ‘직장 갑질’에 해외로 떠난 피해자 양모씨 인터뷰

“송 대표는 회사서 신적 존재…폭행 당하면서 기계적으로 출근

송씨, 정치에도 관심…보복 두려워 한국에 돌아가고 싶지 않아”

송명빈 폭행 피해자 인터뷰  “잃어버

양씨 변호인 제공 동영상 캡쳐

“잃어버린 6년이었어요. 앞으로도 쉬운 삶은 아닐 것 같아요.”


‘잊혀질 권리’를 주창한 송명빈 마커그룹 대표(49)에게 수년간 폭행·협박을 당한 양모씨(33)는 지난 9월 해외로 도피했다. 앞서 송 대표에게 여권을 빼앗긴 양씨는 새로 여권을 발급받아 나갔다. 경향신문은 27·28일 전화 인터뷰를 통해 폭행과 협박 상황, 심정을 들어봤다.

양씨는 2013년 9월 공익근무요원일 때 지인 소개로 송 대표를 처음 알게 됐다. 송 대표는 양씨에게 함께 일하자고 제안했다. 양씨는 “당신은 아날로그와 디지털을 함께 경험한 세대다. 사람도 늙는데 디지털도 늙어서 죽어야 하지 않겠냐”는 송 대표 말에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고 했다. 며칠을 고민한 끝에 양씨는 송 대표 일을 돕기로 했다. 양씨는 전역한 2014년 11월 곧바로 마커그룹에 정식 입사했다.


당시 송 대표는 KT스마트금융부에서 일했다. 마커그룹 명목상 대표이사는 송 대표의 어머니인 안모씨(75)였다. 2016년 8월부터는 송 대표 강요로 양씨가 대표이사를 맡았다. ‘바지사장’이 된 양씨는 행정부터 운전까지 마커그룹의 개발을 제외한 모든 업무를 도맡았다.


폭행은 2016년 3월부터 시작됐다고 양씨는 기억했다. 송 대표는 주먹에다 각종 둔기를 사용해 양씨를 폭행했다. 양씨는 당시 심정을 이렇게 말했다. “처음에는 저를 위해서 그러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폭력이 천천히 심해지면서 스스로 적응했던 것 같다. 두려움이 너무 커 기계적으로 회사에 나갔다. 새벽에 집에 와서 잠들 때면 ‘무슨 일이 생겨서 회사에 안 나갔으면 좋겠다’면서도 ‘안 나가면 안된다’고 생각했다. 회사 가면 맞는 거고, 맞고 일하면 된다고 생각했다.”


송 대표는 양씨의 업무 능력을 탓하고 폭행하면서도 해고하지는 않았다. 양씨는 “저 아니면 누가 그렇게 쳐맞으면서 일하겠나”라고 했다. “당시 저는 송 대표의 비리에 대해 외부에 절대 발설하지 않았다. 송 대표도 저에게 그런 신뢰감은 갖고 있었다. 필요하니까 해고하지 않고 옆에 뒀던 것”이라고 했다.


그는 “직원들이 송 대표의 말에 아무런 반박도 하지 못했다. (송 대표가) 말을 워낙 잘해서 진짜 빨려들어가게 하는 힘이 있었다. 그는 신적 존재였다”고 했다.


양씨는 지난 6월 송 대표와 연락을 끊고 잠적했다. 송 대표가 청부살인·폭행을 할까봐 밖에 나가지 못했다고 양씨는 전했다. 경향신문이 입수한 녹음파일을 들어보면, 송 대표는 지난 2월 양씨에게 “청부살인도 내가 고민할 거야. XXX야. 네 모가지 자르는 데 1억도 안 들어”라고 협박했다. 양씨는 “한국에 있으면 어딜 가도 밖에 있는 것 자체가 무서웠다”라고 했다.


양씨는 송 대표를 “본인에게 필요한 사람이 누군지 구별이 명확했다. 본인을 자극하거나 해가 되는 사람들에 대해서는 철저히 응징하는 타입이었다”라고 했다. 양씨는 송 대표가 정치에도 관심을 뒀다고 전했다. 양씨는 “송 대표가 ‘회사가 성장해 팔리면 정치 쪽 일을 하겠다’고 했다. 박근혜 정부 때는 새누리당과 사업을 했고 정권이 바뀌자 자연스럽게 문재인 정부에 합류했다. ‘이기는 편이 내 편’이라는 생각이 강했다”라고 했다.


양씨는 “송 대표의 보복이 두려워 다시 한국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다. 현실적으로 저는 한국의 어떤 직장에도 취업할 수 있는 여건이 안된다. 20대 후반과 30대 초반에 커리어를 만들고 싶어 일했지만 결과적으로는 신용불량자가 됐다”고 했다. 그는 이런 말로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부당한 일을 마주했을 때 제 자아가 너무 약했던 것은 아닌지…. 그 6년이 제 인생을 어렵게 만든 것 같아 아쉬운 생각이 듭니다.”


허진무 기자 imagine@kyunghyang.com

2021.02.15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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