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욕에 굶주림에 금기를 깬 인간…‘인간이 아니었다’

[컬처]by 경향신문

리뷰 - 25일 공개하는 넷플릭스 드라마 ‘킹덤’ 시즌1


권세가들과 배고픈 백성들

그 불평등 사이 탄생한 괴물

칼·화살뿐인 시대 좀비 출현


‘나약한 인간’ 더 선명해져

“천것들이 양반을 공격한다”

양반의 허영심엔 실소 터져

권력욕에 굶주림에 금기를 깬 인간…‘

넷플릭스 제공

권력욕에 굶주림에 금기를 깬 인간…‘

넷플릭스 제공

이것은 ‘배고픔’에 대한 얘기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느끼는 허기. 이 허기에서 모든 이야기가 출발한다. 식욕을 포함한 기본 욕구가 모두 충족돼 오로지 권력에 대한 욕망에 집중할 수 있으며, 이마저도 만족할 수 없어 허기를 느끼는 권세가들. 반면 가진 것이 없어 기본 욕구 중에서도 가장 기본이라는 식욕조차 채울 수 없는 굶주린 백성들. 그 불평등 사이에서 탄생한 괴물들의 이야기가 바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킹덤>이다.


수차례 전란을 겪어 피폐해진 조선. 죽었던 왕이 되살아나고, 역모죄로 몰린 왕세자 이창(주지훈)은 궁에서 가장 먼 곳인 ‘조선의 끝’ 동래로 향한다. 누명을 벗고 왕의 병에 대한 진실을 파헤치기 위해 다다른 곳에서 이창은 역병으로 인해 괴물로 변해버린 백성들의 충격적인 모습을 목격한다. 그는 궁궐에서의 삶을 ‘지옥’으로 표현했지만, 민가에서 마주한 백성들의 삶은 궁에서의 삶과 비교할 수 없는 ‘생지옥’이었다.


<킹덤>을 관통하는 또 다른 키워드가 있다. 바로 ‘금기’다. 배고픔은 인간이 인간으로서 지켜야 할 ‘선’을 넘게 한다. 그게 권력욕에 의한 굶주림이든, 진짜 허기에 의한 굶주림이든 마찬가지다. 금기를 깬 인간에겐 대가가 따른다. “사람이 어떻게 사람을”이라는 말로 묘사되는 금기에 대한 이야기는 인간의 바닥을 드러내는 장치가 됐다. 김은희 작가의 말처럼 “모든 욕망이 거세당하고 식욕만 남은 존재”인 괴물, 즉 좀비가 탄생한 이유도 금기를 넘은 대가로 짐작할 수 있다.

권력욕에 굶주림에 금기를 깬 인간…‘

넷플릭스 제공

극의 중반부로 향할수록 좀비물이란 장르적 특성은 짙어진다. 걷잡을 수 없이 늘어나는 괴물의 수와 엄청난 괴력. 이러한 좀비의 특징은 조선이라는 시대적 배경을 만나 한층 더 ‘산 사람’을 무력하게 보이도록 한다. 이동수단도 고작해야 말뿐이고, 무기도 칼이나 화살이 전부인 시대에 좀비의 출몰은 인간이 얼마나 나약한 존재인지 보여주는 거울과 같았다.


좀비의 습격이 주는 공포와 별개로 양반들의 무능과 허영심에 실소가 터지는 순간도 있었다. 좀비에게 쫓기면서도 “천것들이 양반을 공격한다”고 외치는 양반의 모습은 저잣거리 풍자극의 한 대목을 연상케 했다. 난리통에도 서로 밀어주고 돕는 것은 결국 살아남기 위해 애쓰는 백성들뿐이었다. 이창 역시 선공개된 1~2회에선 저 혼자 살기 위해 벽을 넘는 ‘나약한 권세가’에 불과했다. 백성을 구하기 위해 치료법을 백방으로 찾아다니는 이는 오히려 ‘생지옥’에서 살아남은 의녀 서비(배두나)였다.

권력욕에 굶주림에 금기를 깬 인간…‘

넷플릭스 제공

<킹덤>은 연출의 금기도 깼다. 그동안 지상파나 케이블 방송에서 ‘한국적 정서’를 이유로 금기시했던 소재를 거름망 없이 노출했다. “사람이 어떻게 사람을”이라며 외면했던 인간의 잔혹함과 잔인성에 대한 전시를 넷플릭스는 허용했다.


잔인함에 대한 지적은 지난해 11월 싱가포르에서 열린 넷플릭스 행사에서도 나왔다. 이에 대해 김은희 작가는 “잔인함은 개연성에 대한 문제였다”며 “누구나 익히 아는 좀비에 대한 설정이 TV물·드라마라는 이유로 생략된다면 공감대가 깨질 것이라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김성훈 감독은 “리얼리티를 위해 필요할 때 애써 피하지 않겠다는 생각이었을 뿐 잔혹함이나 끔찍함을 과시할 생각은 없었다”고 했다.

권력욕에 굶주림에 금기를 깬 인간…‘

넷플릭스 제공

지난해 싱가포르에서 외신 기자들과, 지난 22일 한국에서 일반 관객들과 총 두 번의 시사회를 거치면서 흥미로웠던 점은 관객의 ‘웃음’이 터지는 타이밍이 달랐다는 점이다. 우리가 당연시 여기는 한국적 클리셰에 해외 관객은 신선함을 느끼는 듯했다. 이 때문에 시청 소감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세계 여러 나라 시청자들과 나누는 재미도 쏠쏠할 듯하다. 총 6부작으로 제작된 <킹덤> 시즌 1은 오는 25일 오후 5시(한국 기준) 넷플릭스를 통해 190여개 국가에서 동시에 공개된다. 청소년 관람 불가.


이유진 기자 yjleee@kyunghyang.com

2019.01.25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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