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DI 연구원 백혈병으로 사망

[이슈]by 경향신문

반도체 화학물질 개발 업무

반올림 “다수 발암물질 노출”


삼성SDI에서 반도체용 화학물질을 개발하던 노동자가 또다시 사망했다.


31일 시민단체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 반올림’에 따르면, 삼성SDI 선임연구원 황모씨(32)가 지난 29일 서울성모병원에서 사망했다.


황씨는 2014년 5월부터 삼성SDI 수원사업장에서 반도체용 화학물질을 개발하는 업무를 담당했으며, 2017년 12월 급성골수성백혈병 진단을 받고 투병해왔다.


반올림 측은 고인이 일할 당시 백혈병을 일으키는 벤젠과 포름알데히드 등 다수의 발암물질에 노출됐다고 지적했다. 반올림 이종란 노무사는 “황씨의 연구환경은 너무도 열악했다”며 “발암물질을 다루면서도 아무런 보호장치도 없었고, 수동 방식으로 일하면서도 약액이 튀고 환기도 안돼 코를 찌르는 냄새에도 보호구가 지급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황씨는 서울성모병원에서 항암치료와 골수 이식을 받았다. 그는 이듬해 3월 근로복지공단에 산업재해 요양급여 신청을 했으나, 공단 측은 아직까지 역학조사 여부조차 알려주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황씨는 지난 19일 골수이식에 대한 숙주반응(수혈된 림프구가 면역 기능이 저하된 환자의 몸을 공격하는 이상 현상)으로 중환자실로 옮겨졌으며, 결국 열흘 뒤인 29일 오후 8시쯤 사망했다.


삼성은 지난해 11월 백혈병 피해자들에게 사과하고 보상에 나서겠다고 밝혔지만, 삼성전자를 제외한 삼성전기나 삼성SDS, 삼성SDI 등 다른 계열사에서 보고된 피해들은 포함하지 않았다. 황씨처럼 이들 계열사에서도 유해 물질을 사용하다가 병든 노동자들이 있지만, 보상 절차가 원활하게 이뤄질지 알 수 없는 상태다.


그간 삼성 계열사에서 반올림에 제보해 온 사례만 104명이며 이 중 60명이 사망한 것으로 나타났다. 생산직뿐 아니라 황씨와 같은 연구직도 피해를 볼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삼성 등 대기업들은 여전히 사용하는 화학물질을 영업비밀이라며 공개하지 않고 있다. 반올림은 “노동자들이 안전하게 일할 수 있도록 독성물질에 대한 규제를 해야 하고, 연구 노동자들의 열악한 업무환경도 시급히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용하 기자 yong14h@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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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2.01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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