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년 기다렸어… 그동안 너희들도 성장했구나

[컬처]by 경향신문

영화 ‘토이스토리4’ 20일 개봉

주인공은 장난감 운명 거부한 보핍…우디와 새 친구들 함께 모험 떠나

1편 후 24년 지났지만 감동은 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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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 주인의 행복이 우선이었던 카우보이 인형 우디는 새로운 친구들과 모험을 하면서 자신의 삶을 고민하기 시작한다.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제공

2010년 개봉한 <토이스토리3>의 마지막 장면은 이별이었다. 대학생이 되어 집을 떠나는 앤디는 장난감 상자를 다락방에 넣는 대신, 이웃에 사는 보니에게 준다. 앤디와 오랜 시간을 보낸 카우보이 인형 우디는 보니네 집 현관계단에 앉아 떠나가는 차 뒤로 마지막 인사를 전한다. “잘 가, 파트너.”


1995년 처음 선을 보인 토이스토리 시리즈는 2010년 3편이 마지막 이야기인 것처럼 보였다. 어른이 된 앤디는 성숙하게 이별을 고했고, 새 주인을 맞이한 장난감들도 운명을 받아들였다.


디즈니사가 <토이스토리4>를 만든다는 소식을 발표했을 때 일부 팬들은 반가움과 함께 우려를 내놓았다. 이름값에 걸맞지 않은 속편으로 시리즈 전체의 명성에 흠집을 낸 경우가 비일비재했기 때문이다. 20일 한국에서 개봉하는 <토이스토리4>는 이런 우려를 단번에 환호로 바꾼다. 감동은 여전하고, 이야기는 새로워졌다. 앞선 시리즈에서는 큰 주목을 받지 못했던 여성 캐릭터 ‘보핍’을 전면에 내세운 것은 사회의 변화를 세밀하게 읽어낸 결과다. 영화는 우디가 새로운 주인 보니와 새 삶을 사는 이야기로 시작한다. 우디는 앤디와 살 때와 마찬가지로 항상 주인의 행복이 우선이다. 어린이집까지 몰래 따라가 보니를 보살피려 한다. ‘만들기 시간’에 쓸 재료를 준비하지 못한 보니가 홀로 앉아 있자 쓰레기통에서 이것저것 가져다가 책상에 올려주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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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니는 우디가 주워온 플라스틱 포크숟가락 등으로 인형 ‘포키’(사진)를 만든다. 포키는 보니가 가장 좋아하는 장난감이 된다. 그러나 문제가 있다. 포키는 자신이 ‘쓰레기’라고 생각해 기회만 되면 쓰레기통으로 돌아가려 한다. 우디는 포키를 찾아나선 길에 옛 친구 보핍을 만난다. 보핍은 1편과 2편에서 우디와 ‘썸을 타던’ 양치기 아가씨다. 3편에는 등장하지 않아 궁금증을 자아냈던 보핍은 완전히 달라진 모습으로 나타난다. 거추장스러운 치마는 벗어던졌고, 팔에는 붕대를 감았다. 4편의 주인공은 우디도 포키도 아닌 바로 보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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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이스토리4> 의 주인공은 전편에서는 역할이 크지 않았던 양치기 아가씨 ‘보핍’이다. 보핍은 독립적인 여성이 되어 우디 앞에 나타난다.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제공

보핍의 변신이 난데없는 설정은 아니다. 1편과 2편에서도 보핍은 적극적인 성격이었다. 소심한 우디에게 먼저 다가가는 것도 보핍이었고, 우디나 버즈가 없을 때 리더십을 발휘하기도 했다. 4편에 추가된 ‘9년 전 회상’ 장면은 보핍이 얼마나 결단력 있고, 추진력 있는 성격이었는지 다시 한번 환기시켜준다.


보핍 덕분에 우디는 새로운 세계를 만난다. 보핍은 일찌감치 장난감의 운명(시간이 지나면 버려질 수밖에 없는 처지)을 거부하고 독립적으로 살아가고 있었다. 우디는 누구보다 주인을 생각하고 친구들을 아끼지만 자신의 삶과 미래에 대해서 고민하기 시작한다.


보핍의 재조명과 함께 새로운 장난감들이 대거 등장한다. 포키는 ‘핸드메이드 장난감’과 ‘쓰레기’ 사이에서 정체성 혼란을 겪고, ‘개비개비’는 선택받지 못한 인형의 슬픔을 대변한다. 카니발 인형뽑기 부스에서 오랜 시간을 보낸 솜인형 콤비 ‘더키와 버니’는 중간중간 기발한 웃음을 선사한다. 배우 키아누 리브스가 목소리 연기를 맡은 ‘허세충만 라이더’ 듀크 카붐, 보핍과 늘 함께하는 미니어처 장난감 기글도 존재감이 적지 않다. 1995년 개봉한 <토이스토리1>은 최초의 ‘3D 애니메이션’이었다. 이후 20여년이 흘렀고 기술은 크게 발전했다. 앞서 개봉한 디즈니 영화 <알라딘>이나 다음달 개봉을 앞두고 있는 <라이온킹>이 보여주듯이 실사와 컴퓨터그래픽의 경계는 거의 사라졌다. 토이스토리 시리즈는 기술의 진화와 함께 이야기도 더 깊어졌다. 우정과 이별을 이야기하던 영화 속 장난감들은 이제 스스로의 정체성을 고민한다. 감독 조시 쿨리는 2015년 애니메이션 <인사이드 아웃>의 각본을 맡아 호평을 받았다. <토이스토리4>는 그가 연출을 맡은 첫번째 장편 애니메이션이다.


홍진수 기자 soo43@kyunghyang.com

2019.06.20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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