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깊이보기]영국 총선, '브렉시트파' 압승…BBC "세계에서 우리 자리 사라져"

[이슈]by 경향신문

영국 보수당이 12일(현지시간) 치러진 조기 총선에서 과반을 훌쩍 넘는 의석을 확보하며 압승한 것으로 보인다. 사면초가에 빠졌던 보리스 존슨 총리는 기사회생을 하게 됐다. 브렉시트가 예정대로 이뤄질 것으로 보이자 유럽연합(EU)은 “불확실성이 줄었다”며 안도하고 있다.


BBC와 스카이뉴스, ITV 등 방송 3사가 이날 오후 10시 투표 마감 직후 발표한 공동 출구조사에 따르면 보수당은 하원 650석 중 과반인 326석을 훌쩍 넘기는 368석을 확보한 것으로 나타났다. 보수당이 2년 전 총선 때보다 50석을 더 차지한 것과 반대로, 노동당은 이번에 191석을 얻어 71석이나 줄었다.


보수당 압승…브렉시트파의 승리


보수당과 함께 승리를 거둔 것은 스코틀랜드국민당(SNP)이다. 이전보다 20석 늘어난 55석을 확보해 제3당 자리를 굳혔다. 반면 브렉시트에 반대해온 자유민주당은 1석 늘어난 13석을 얻는 데에 그쳤다. 보수당이 출구조사대로 368석을 확보하면 다른 야당을 모두 합한 것보다 86석이 더 많게 된다. 브렉시트에 부정적이었던 BBC방송은 출구조사 결과가 나오자 “세계에서 영국의 자리가 줄어드는 역사적 변화를 겪게 됐다”고 했다. 하지만 이번 선거는 브렉시트를 둘러싼 3년 넘는 논란 속에서 여론은 ‘탈 EU’로 기울어졌음을 보여줬다.


‘브렉시트 총선’이라 불린 이번 선거의 개표 결과가 출구조사대로 나타난다면 보수당은 단독 정부를 구성해 브렉시트 합의안을 통과시킬 수 있다. 어느 당도 과반을 차지하지 못하는 ‘헝(hung) 의회’를 피할 수 있게 됨으로써, 브렉시트 일정을 가속화할 수 있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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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은 2016년 6월 국민투표에서 52%의 찬성으로 EU 탈퇴를 결정했지만 48%는 반대했다. 찬반 양론이 팽팽하게 맞붙은 국민투표의 표심은 이후 정국에도 그대로 이어져 정치적 혼란이 계속돼왔다. 국민투표 뒤 보수당을 이끌었던 테리사 메이 총리는 지난해 11월 EU와 탈퇴안에 합의했으나 그 자신은 잔류론자였었고 브렉시트에 적극적이지 않았다. 합의안은 의회에서 부결됐고 메이는 총리직에서 물러났다. 지난해 7월말 취임한 존슨 총리가 EU와 재협상안에 합의했으나 역시 의회에서 부결됐다.


선택받지 않은 총리’ 꼬리표 뗀 존슨


‘안전장치’를 없애는 대신 북아일랜드를 사실상 EU 단일시장 속에 남겨두는 협상안을 다시 만들어 EU와 합의했으나 이마저 하원에서 가로막혔다. 그러자 존슨은 의회를 해산하고, 2022년 실시될 예정이던 선거를 2년 반 앞당겨 조기총선을 실시하는 승부수를 던졌다. ‘보수당 주도 의회’로 만들어 합의안을 통과시키려는 의도였고, 선거 결과는 존슨의 기대를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당초 보수당 압승이 예상됐다가 선거 막바지에 ‘헝 의회 가능성’이 거론됐으나, 과반이 훨씬 넘는 의석을 확보하는 데에 성공했기 때문이다.


존슨 총리는 메이 총리가 사퇴한 뒤 보수당 내 경선으로 총리직을 물려받았기 때문에 ‘국민의 선택을 받지 않은 총리’라는 꼬리표가 따라다녔다. 또한 거친 말과 과격한 행동, 여러 추문 등으로 궁지에 몰려 있었는데, 이번 선거로 정치적 동력을 확보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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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당과 자유민주당, 그리고 보수당과 연립정부를 이뤘던 북아일랜드 민주연합당(DUP)은 모두 이번 총선의 패자가 됐다. 브렉시트 합의안에 반대해온 정당들이 줄줄이 심판을 받은 것이기 때문이다. 특히 제러미 코빈 노동당 대표는 보수당으로부터 정권을 넘겨받을 기회로 보고 존슨 총리의 조기총선안에 응했다가 철퇴를 맞은 셈이 됐다. 코빈 대표는 브렉시트 ‘제2 국민투표’를 약속했으나 유권자들은 노동당에게 집권 기회를 주지 않았다. SNP도 브렉시트에는 반대해왔으나, EU 탈퇴에 반대하는 스코틀랜드 민심을 얻고 정치적으론 승리를 거뒀다.


내년 말까지 ‘전환기간’, 이후 협상이 관건


존슨 총리는 크리스마스 이전에 합의안을 새 의회에서 통과시킨 뒤 예정대로 내년 1월말 EU 탈퇴를 단행하려 할 것으로 보인다. 내년 말까지의 ‘전환 기간’ 동안 EU와 무역협정 등 미래관계 협상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존슨 총리는 합의안 표결에서 자신에 반대한 보수당 의원 21명을 내쫓는 등 강경책을 펼쳤고, 이후 보수당 출마자 전원에게서 자신의 브렉시트 합의안을 지지한다는 서명을 받았다. 따라서 의회 내 장애물은 모두 사라진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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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는 영국 총선 결과에 일단 환호했다고 로이터통신 등이 보도했다. 불확실성이 사라지게 됐기 때문이다. 브렉시트가 존슨 총리의 일정대로 진행되더라도 영국과 EU의 관계에 당장 큰 변화는 없다. 내년 말까지의 전환기간 동안 영국은 지금처럼 단일시장과 관세동맹 혜택을 누릴 수 있고, 주민들의 자유로운 역내 이동도 보장된다. 영국이 EU에 내는 분담금도 계속 내야 한다. 영국 정부가 내년 7월 1일까지 EU에 요청해 동의를 얻어내면 전환기간을 1~2년 더 연장할 수도 있다.


문제는 미래관계 협상이다. EU 여러 회원국들의 입장이 제각각 다르고 영국에 대해 반감이 큰 상황에서, 무역 등을 비롯한 미래관계 협상은 EU 탈퇴협정보다 더 복잡하게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미래관계 협상에서 합의를 보지 못하고 전환기간도 연장되지 않으면 내년 말 다시 ‘노딜 브렉시트’ 소동이 벌어질 수 있다.


구정은 선임기자 ttalgi21@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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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2.13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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