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변엔 “차출됐다” 말하고…대구로 달려온 ‘백의의 전사들’

[이슈]by 경향신문

대구 코로나19 전담병원·선별진료소에 전국 민관 의료진 집결해 치료

지역 대형병원 120명, 각지서 101명 ‘자원’…의료기관들 ‘장비’ 지원도

열악한 근무환경에도 “응당 할 일”…시민들 “사태 극복 큰 힘” 고마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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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9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토론회에 코로나19 확진자가 참석한 것으로 뒤늦게 확인된 24일 오후 국회 본관 앞에서 방역업체 관계자들이 방역작업을 실시하고 있다. 국회 본관과 의원회관, 도서관, 의정관, 어린이집 건물은 이날 오후 6시부터 순차적으로 방역을 시작해 26일 오전 9시까지 폐쇄된다. 김영민 기자 viola@kyunghyang.com

코로나19 전국 확산 방지를 가를 1차 저지선은 ‘대구’다. 대구의 지역사회 확산을 막지 못하면 전국적 확산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큰 상황이다. 대구를 지켜야 한다는 각오로 의사, 간호사, 방사선사 등 전국의 의료인력들이 대구로 모이고 있다.


대구에 자원해 내려온 공중보건의 이모씨(28)도 그중 한 명이다. 그는 지난 22일 보건소 선별진료소와 방문 검체 채취 업무를 위해 공중보건의 75명, 간호사 10명과 함께 대구에 파견됐다. 이씨는 현재 대구의 한 보건소에서 레벨D 방호복을 입고 2시간마다 교대하며 근무하고 있다. 방호복을 입고 있어도 감염 위험은 언제든 존재한다.


그는 쉬는 날 없이 매일 50~60명 정도의 검체를 채취한다. 퇴근 후에도 도움이 필요할 경우 언제든 달려갈 수 있게 사실상 대기 상태다.


이씨에게 어떤 점이 가장 어려운지 묻자 “물품 부족으로 인해 보호장비 사이즈가 하나밖에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본인의 신체 사이즈보다 큰 마스크나 장갑을 껴야 해 가끔 헐거워 빠지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방호복 내에 입는 옷은 오염 방지를 위해 빨지 않고 버려야 하는데, 따로 안에 입는 옷을 주지 않아 매번 사비로 장만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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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이씨는 “국가적 비상사태이기 때문에 응당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해 자원해서 내려왔다”면서 “자원했다고 하면 걱정을 많이 해 그냥 차출돼 왔다고 말한다”고 했다.


코로나19 전담병원으로 지정된 대구의료원과 계명대 동산병원에도 전국의 의료진이 집결하고 있다. 지난 23일에는 각지에서 모인 의료진 101명(의사 38명, 간호사 59명, 방사선사 2명, 임상병리사 2명)이 전담병원 두 곳에 배치됐다.


지역 내 대형병원 의료진도 자발적으로 이곳에 힘을 보태고 있다. 경북대병원·영남대병원·대구가톨릭대병원·대구파티마병원·칠곡경북대병원 등 5곳의 대형병원이 각각 의사 4명과 간호사 20명 등 120명의 자원봉사 인력을 모아 동산병원에 파견했다.


치료장비를 지원하는 의료기관도 잇따르고 있다. 삼성서울병원은 이동형 음압기 20대를 대구의료원에 대여했고, 경남 김해보건소는 음압텐트 2개를 대구가톨릭대병원과 대구파티마병원에 각각 1대씩 설치했다.


전국의 누리꾼들도 사회관계망서비스의 대구시청 공식 계정에 ‘#힘내요 DAEGU’ 등 해시태그를 달며 재난 극복을 응원하고 있다. 대구시민 송미숙씨(48)는 “대부분의 시민들이 몸을 사리면서 의심자와의 접촉을 꺼리는 분위기인데, 스스로 자원한 의사와 간호사들이야말로 ‘백의의 천사’가 아닌가 생각한다”고 감사의 뜻을 밝혔다.


대구시 관계자는 “의료진이 모자라 심각한 상황인데, 코로나19 치료를 자원한 의료진의 희생정신이 코로나 사태를 극복하는 데 큰 힘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혜인·백승목 기자 hyein@kyunghyang.com

2020.02.25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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