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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컬처 ]

사람은 변한다, 나아진다, 성장한다···전효성도 그렇다

by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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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룹 시크릿 출신의 만능 엔터테이너 전효성은 지난해 11월 선보인 R&B 싱글 ‘스타라이트’을 통해 가수·프로듀서로서의 역량을 드러내는 한편, 지난 4월 종영한 tvN 드라마 <메모리스트> 에서는 방송기자 강지은 역을 맡아 한층 깊어진 연기로 호평 받았다. JHS엔터테인먼트 제공       

사람은 변한다. 나아지며 성장한다. 전효성(31)도 그렇다. 2009년 그룹 시크릿으로 데뷔 후 11년, 솔로 가수·연기자·유튜버·라디오 DJ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약해온 그는 ‘변화의 아이콘’으로 불린다. 카멜레온과 같은 변화무쌍함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본인의 실수 혹은 세간의 오해와 편견이 붙인 ‘꼬리표’ 너머, 끊임없이 자신을 갱신하며 변화된 모습을 보여온 그의 부단한 노력에 대한 찬사다.


사람들은 누구나 자신만의 궤도를 그리며 성장하지만, 그의 변화가 ‘아이콘’의 지위를 누리는 까닭은 따로 있다. 타인을 쉽게 단정하고 폄훼하는 대중의 시선에 갇힐 수밖에 없는 연예인으로서, 그 성장을 인정받기까지 쏟아부은 남다른 노력의 깊이를 알기 때문이다.


여자 연예인에게 향하는 시선은 특히 가혹하다. 사소한 실수는 끝없이 ‘끌올(끌어올림)’돼 지적받고, 실수를 넘어선 성장은 제대로 이해받지 못한다. 이 매서운 세상에서도 전효성은 조용히 변해왔다. 무엇을 증명하거나 반박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저 자기 자신과 사랑하는 사람들의 행복을 위해.


“내일은 오늘보다 더 행복할 거예요.” MBC 라디오 채널 FM4U <꿈꾸는 라디오> 최초의 여성 DJ가 된 그는 매일 밤 방송을 마치며 이렇게 말한다. 더 나은 내일에 대한 기대와 믿음이, 전효성을 통해 세상으로 전파되는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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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효성은지난 달 MBC 라디오 채널 FM4U <꿈꾸는 라디오> 최초의 여성 DJ로 발탁됐다. JHS 엔터테인먼트 제공

‘일베’와 ‘개념’ 사이

“스스로도 용서가 안 됐던 것 같다. 그래서 한국사 공부를 시작했다.”(2019년 병영매거진 HIM)


2013년 5월, 전효성은 한 라디오 방송에서 ‘민주화’란 단어를 잘못 사용해 온라인 커뮤니티 일간베스트 이용자가 아니냐는 의혹에 직면했다. 몇 차례 해명과 사과를 했지만 ‘일베’ 딱지는 좀처럼 떨어지지 않았다. 전효성은 곧바로 실수를 깨닫고 역사 공부에 돌입했다. 논란 3개월 만에 한국사능력검정시험에 응시해 3급 자격증을 땄다. 그 사실은 2017년에서야 알려졌다. 그는 “남들에게 보여주기보단 스스로에게 떳떳하려고” 역사에 관심을 갖게 됐다고 했다.


오명은 서서히 지워졌다. 그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5·18민주화운동의 의미를 되새기는 글을 꾸준히 게시했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공개적으로 지지하고, 관련 단체와 모금 활동에 기부를 지속했다. 현충일에는 6·25 참전용사를, 4월16일에는 세월호 참사 희생자를 추모하는 글을 잊지 않았다. 역사를 만들었지만 역사 속에 스러져 간 약자들 곁에 기꺼이 서는 행보가 계속되자, 언론과 대중은 뒤늦게 그를 ‘개념 연예인’이라 치켜세웠다.


‘일베’란 낙인과 ‘개념’이란 칭찬. 세상이 그에게 붙인 이름표를 허겁지겁 교체하는 사이, 전효성은 천천히 자신에게 다가가고 있었다. “스스로 해냈을 때의 성취감은 결과에 상관없이 계속 성장해나갈 수 있는 기반이 된다.” 지난해 MBC 특별기획 <1919-2019, 기억록>에 출연한 그는 여성해방운동가 차미리사가 강조한 여성의 ‘자립’을 이렇게 읽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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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효성은 지난 1월 자신의 유튜브 채널 ‘블링달링전효성’을 통해 2014년 발표한 솔로 데뷔곡 ‘굿나잇 키스’를 포함해 ‘반해’ ‘나를 찾아줘’ 등 과거 활동곡들의 새 안무를 공개했다. 성적인 어필보다는 강렬하고 역동적인 동작을 앞세운 안무에 누리꾼들은 열광했다. 유튜브 캡처

“가슴이 아니라 가수”

‘일베’와 ‘개념’을 떠나, 그는 줄곧 ‘섹시 퀸’ 혹은 ‘베이글녀’였다. 2015년 tvN 예능 프로그램 <SNL 코리아6> 전효성 편은 그의 성적 매력만을 노골적으로 소비하던 시대의 풍경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해당 편에서 다뤄진 전효성의 ‘가슴 실종 사건’ 콩트가 대표적이다. 그의 가슴 실종을 두고 “국가적 재난 상태”라며 호들갑을 떠는 사람들에게 전효성은 “더 이상 얘들(가슴)의 그늘 속에 살고 싶지 않았다”며 “저는 가슴이 아니라 가수”라고 말한다. 물론 진심이 아닌 유머로 나온 표현이지만, 성적 대상으로서의 신체를 내세워야만 했던 그의 입지를 드러내는 대목이다.


“섹시 이미지가 싫은 것은 아니다. 다만 나도 음악적으로 욕심이 많다.” 지난해 오랜 가수 활동의 공백기를 깨고 MBC <복면가왕>에 출연한 전효성의 말이다. 최근 그의 행보는 ‘섹시 이미지’ 너머, 자신의 다양한 재능과 면모를 펼쳐보이는 데 집중돼 있다. 굳이 과거를 부인하거나 지우는 대신, 전에는 빛을 보지 못했던 다채로운 모습을 보여주는 방법을 택했다.


지난 1월 자신의 유튜브 채널 ‘블링달링전효성’을 통해 2014년 발표한 솔로 데뷔곡 ‘굿나잇 키스’를 포함해 ‘반해’ ‘나를 찾아줘’ 등 과거 활동곡들의 새 안무를 공개했다. 성적인 어필보다는 강렬하고 역동적인 동작을 앞세운 안무에 누리꾼들은 열광했다.


최근 화제가 된 비의 ‘깡’ 안무를 커버한 영상에는 “이렇게 춤을 잘 추는 줄 몰랐다”는 댓글이 쇄도했다. 최근 R&B 장르에 관심이 생겨 작사·작곡을 시도하고 있다는 그는 지난해 11월 3년6개월 만에 선보인 싱글 ‘스타라이트(STARLIGHT)’에선 퍼포먼스 없이 정제된 목소리로만 진심을 전하는 데 몰두했다. 모두 ‘섹시 퀸’ 시절엔 만나보지 못한 전효성의 모습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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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효성은 지난해 6월부터 유튜브 채널 ‘블링달링전효성’을 통해 고양이 블링, 달링과 함께 하는 소소한 일상을 전하고 있다. JHS 엔터테인먼트 제공

오늘보다 내일이 더 행복한

“이젠 저를 위해 욕심을 부려요. 남이 원하는 모습에 맞추는 게 아니라 저의 즐거움이 일의 기준이 됐어요.”(지난 4월 샘터) “제가 하는 일에 대해서 책임감 있게 행동해야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어린아이들은 (대중매체에) 비쳐지는 모습을 보고 무작정 보고 따라 하는데 무의식중에 머릿속에 자리 잡을 수 있어서 아무거나 무책임하게 해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을 한다.”(2019년 엠케이웨이브) 부단하게 일군 ‘변화의 동력’을 짐작해볼 수 있는 그의 말들이다. 남 아닌 자신을 위해 살아가는 즐거움을 위해, 그리고 이 즐거움을 더 많은 사람에게 전하기 위해 전효성은 오늘도 한 뼘 더 새로워진다.


전 소속사와의 분쟁으로 보낸 오랜 공백기 끝에 전효성은 지난해부터 본격적인 활동에 나섰다. 나날이 새롭지만, 예전처럼 밝고 유쾌한 전효성이 돌아왔다. 배송비를 아끼려 인터넷 쇼핑몰 장바구니를 가득 채우고, 시리얼바는 좋아하지만 민트초코칩맛 아이스크림을 싫어하며, 다양한 립 컬러와 효과적인 다이어트 방법을 공유하고 싶은 행복하고 평범한 전효성이다. 뷰티 조언을 아끼지 않으면서도 “자기 스스로 만족할 수 있는 몸과 마음을 가지셨으면 좋겠다”는 말을 잊지 않는, 이토록 사려 깊은 전효성의 ‘더 행복한’ 내일이 기다려진다.


김지혜 기자 kimg@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