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00년전 신라왕실이 먹은 초호화 음식 확인됐다…돌고래와 남생이, 복어, 성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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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포유류인 돌고래와 파충류인 남생이는 물론 독을 제거하지 않으면 먹을 수 없는 복어와 성게까지…. 1500년전 신라 왕족이 이와같은 호화로운 음식을 먹고, 제사에 사용했다는 사실이 처음 밝혀졌다.


국립중앙박물관은 일제강점기인 1926년과 29년 발굴했던 경주 서봉총을 2016~2017년 사이 재발굴한 성과를 담은 보고서를 발간하면서 이와같은 조사성과를 7일 발표했다.


서봉총은 사적 제512호 경주 대릉원 일원에 있는 신라 왕족의 무덤 중 하나로 서기 500년 무렵에 만들어졌다. 남분과 북분이 맞닿은 형태인 쌍분이다.


재발굴결과 무덤 둘레돌(호석·護石)에 큰항아리를 이용해 무덤 주인공에게 음식을 바친 제사 흔적이 고스란히 발견됐다. 당시 신라에서 무덤 주인공을 위해 귀한 음식을 여러 개의 큰항아리에 담아 무덤 둘레돌 주변에 놓고 제사지내는 전통이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러한 제사는 일제강점기 조사에서도 확인하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삼국사기>와 <삼국유사>같은 역사기록에도 나오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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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남분의 둘레돌에서 조사된 큰 항아리 안에서는 다양한 동물유체들이 쏟아져나왔다. 동물 유체는 발굴에서 출토되는 뼈, 이빨, 뿔, 조가비 등 동물의 흔적을 뜻한다. 고분의 둘레돌에서 제사를 지냈다는 의미이며, 확인된 동물유체들은 곧 제사음식이었음을 알려준다. 큰 항아리 안에서 종(種)과 부위를 알 수 있는 동물 유체 총 7700점이 확인됐다. 이 중 조개류(貝類) 1883점, 물고기류 5700점이 대다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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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중 특이하게 바다포유류인 돌고래와 파충류인 남생이와 함께 성게류가 확인됐다. 또 신경 독을 제거하지 않으면 먹기 어려운 복어도 발견됐다. 조개는 산란기 때 독소가 있어 식용하지 않는 점, 또 많이 확인된 청어와 방어의 회유시기 등을 고려할 때 이들은 대부분 가을철에 포획된 것으로 추정된다.


이와함께 큰청홍따개비와 거북손 등도 나왔다. 김대환 중앙박물관 연구사는 “동물 유체에서 연상되는 복어 요리, 성게, 고래 고기 등을 미루어봤을 때 당시 신라 왕족들이 아주 호화로운 식생활을 즐겼다는 사실을 생생하게 증거해준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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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환 연구사는 “이 제사가 무덤 축조 직후에 실시된 점을 고려하면, 서봉총의 남분은 가을에 완성되었을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이는 향후 서봉총 북분과 남분의 주인공을 연구하는 데에 중요한 실마리를 제공한다.


서봉총은 먼저 만들어진 북분에 남분이 나란히 붙어 있다. 북분은 1926년에, 남분은 1929년에 각각 발굴됐다. 무덤 이름은 당시 스웨덴(한자로 서전·瑞典) 황태자가 조사에 참여한 것과 봉황(鳳凰) 장식 금관이 출토된 것을 기념해 서봉총(瑞鳳塚)으로 붙여졌다. 이중 북분은 최근 황남동 120-2호분에서 확인된 것 같은 굵은 귀고리와 은장도 등이 출토된 것으로 보아 왕족 여성 무덤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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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중앙박물관의 재발굴은 일제가 밝히지 못한 무덤의 규모와 구조를 정확하게 확인하는 성과를 거뒀다. 일제는 북분의 직경을 36.3m로 판단했으나 재발굴 결과 46.7m로 밝혀져 당시 조사가 잘못되었음이 드러났다. 또 서봉총의 무덤 구조인 돌무지덧널무넘(積石木槨墓)의 돌무지는 금관총과 황남대총처럼 나무기둥으로 만든 비계 틀(木造架構)을 먼저 세우고 쌓아올렸음이 최초로 확인되었다.


김대환 연구사는 “일제강점기 발굴조사가 워낙 잘못되어서 황남대총이나 서봉총 등 무덤 주변에 늘어서있던 항아리 등을 간과하고 넘어갔다”면서 “이번에 재확인을 통해 그 잘못을 보완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서봉총은 금관을 비롯해 다수의 황금 장신구와 부장품이 출토되는 등 학술적 가치가 빼어난 무덤임에도 불구하고 당시 일제는 발굴보고서를 간행하지 못했다. 이에 국립중앙박물관은 2014년 서봉총 출토품 보고서를 간행하고, 2016부터 2017년까지 서봉총을 재발굴한 후 이번에 그 성과를 담은 유적 보고서를 발간했다.


이기환 선임기자 lkh@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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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9.07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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