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물 전체가 불덩어리였는데' 울산 화재 사망자 ‘제로’…신속 대응·침착 대피 빛났다

[이슈]by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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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에서 지난 8일 밤 발생한 주상복합아파트 화재는 한때 33층짜리 건물 전체가 화염에 휩싸였을 정도로 불길이 엄청났다.


각종 사회관계망서비스에서 불길이 치솟는 화재 사진이나 영상을 보며 “저렇게 큰 건물 전체가 온통 불덩어리가 될수 있나”라고 의아한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울산시민들은 아파트 입주민이 127가구이고, 이들 중 49명이 건물 중간의 피난대피층과 옥상으로 올라가 애타게 구조를 기다린다는 소식을 접하면서 걱정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하지만 화재발생 11시간이 지난 9일 오전 10시 현재 화재에 의한 사망자는 단 한명도 나오지 않았다. 김모씨(59·여)와 4~6살 유아 등을 포함한 입주민 88명이 대피과정에서 다쳐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모두 단순 연기흡입이나 찰과상이고 생명에 지장이 있는 피해자는 없다고 소방당국은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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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오전 울산 남구 달동 삼환아르누보 주상복합건물 상층부에서 불길과 연기가 치솟고 있다.│울산소방본부 제공

소방당국의 신속 대응과 주민들의 차분한 대피가 대형 참사를 막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삼환아르누보 14층에 사는 한 50대 주민은 “최초 소방관들 8명 정도가 ‘타는 냄새가 난다’는 신고를 받고 와서 건물 13층부터 아래로 내려가면서 확인 작업을 했다”면서 “그러던 중에 갑자기 13층에서 불길이 치솟았다”고 설명했다.


소방당국은 ‘12층에서 연기가 발생한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해 현장을 확인하던 중이었다. 당시 강풍주의보가 발효돼 초속 15m 안팎의 강한 바람이 부는데다 건물 외벽의 알루미늄 복합패널을 타고 급속히 확산하는 불길을 잡는게 불가항력 처럼 보이기도 했다.


소방당국은 신속히 울산지역 5개 소방서의 모든 인력과 장비를 동원하는 ‘대응 2단계’ 발령을 했다. 소방당국은 화재진압과 인명구조를 동시에 진행했다. 강풍에 헬기 동원은 불가능했다.


현장에 먼저 도착한 소방대원들도 건물 내·외부의 상황을 파악하고, 건물 내부로 진입해 모든 가구들을 일일이 확인하고 남아있던 주민들을 안전한 대피로로 안내했다. 급한 마음에 주민 77명이 피난대피층인 15층과 28층, 건물옥상 등으로 대피하자 소방대원들은 이들에게 불길이 닿지 않도록 보호조치하면서 큰 피해 없이 비상계단을 통해 지상으로 내려왔다.


입주민들의 침착한 대응도 피해를 줄이는데 큰 역할을 했다. 화재 초기에 건물 밖으로 대피한 일부 주민들은 평소 학습한대로 연기를 흡입하지 않도록 물에 적신 수건을 입에 대고 자세를 낮춘 채 빠져나오는 등 화재 대피 매뉴얼을 지키려고 애썼다.


백승목 기자 smbae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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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0.09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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