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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푸드 ]

너~와 함께 먹고 싶다…여수 ‘밥’바다 ♩♪ [지극히 味적인 시장 (52)]

by경향신문

여수 수산시장·오일장

경향신문

여수 밤바다’와 ‘벚꽃엔딩’을 절로 흥얼거리게 하는 여수의 봄밤 풍경. 서시장, 교동시장, 중앙선어시장 등이 즐비한 여수는 날짜만 잘 맞추면 시장 구경을 원없이 할 수 있는 곳이다.

작년 2월에 여수에 갔었다. 코로나19가 올해까지 있을 거라 생각지 못하던 때였다. 조금 있으면 가겠지 했는데 여전히 우리 주변을 맴돌고 있다. 1년 지나 다시 여수를 찾았다. 우리 삶처럼 계절 또한 참으로 혼란스러웠다. 동백이 지면 목련이 핀다. 목련이 꽃잎을 떨굴 즈음 기다렸다는 듯이 벚꽃이 피었다. 지금까지 알고 있던 순서였다. 순서가 뒤죽박죽이다. 올해에는 목련과 벚꽃이 같이 피는 이상한 봄이 왔다. 여수 간 김에 돌산 송월마을의 벚꽃길까지 찾았지만 이틀 정도 일렀다. 성급한 녀석들만 먼저 꽃을 피우고 있었다. 겨울은 짧아지고 봄은 길어지기에 찰나처럼 지나는 봄이 더는 없다.


경향신문

가수 장범준

값 싸고 신선한 해산물

볼거리 한가득 어시장

지갑 열려도 기분 좋아


여수 서시장이 목적지였다. 서시장 길 건너가 교동시장이다. 교동시장 옆에 수산물 시장이 있다. 세 개의 시장과 조금 떨어진 곳에 중앙시장과 중앙선어시장이 따로 있다. 4와 9가 있는 날이면 서시장 주변으로 오일장까지 선다. 날만 잘 맞추면 시장 구경 원 없이 할 수 있는 곳이 여수다. 여수 오일장은 서시장 공영주차장 옆 대로변에 길게 장이 선다. 상설시장 주변을 에워싸듯 장이 서는 다른 지역 오일장 모습과 사뭇 달랐다.


오일장을 한 달에 두 번 다닌다. 몇 번 다니다 보면 이내 계절이 바뀐다. 어느 날 갑자기는 아니지만 채소의 구성이 조금씩 조금씩 달라진다. 2월에는 시금치, 봄동이 자주 눈에 띄었다. 봄동은 특별한 배추는 아니다. 겨울철에 파종해 이른 봄에 수확하는 배추다. 속이 꽉 찬 배추처럼 통통한 모습이 아닌 잎사귀가 펼쳐진 모습이 다를 뿐이다. 사실 모습만 다른 게 아니라 추운 겨울을 노지에서 보낸 까닭에 아삭한 식감과 시원한 단맛이 여름과 가을의 속 찬 배추보다 낫다. 3월의 여수 장터는 나물이 대세다. 쑥과 냉이는 이미 억세졌고, 머위며 참나물이 한창 나온다. 성급한 두릅도 보이고 있지만 철이 일러 가격이 셌다. 농산물이나 수산물이나 첫물이 가장 비싸면서 맛도 없다. 반가움은 있어도 ‘가성비’가 가장 안 좋은 것이 첫물이다.


여수 오일장에는 어물전이 없다. 오일장 옆으로 커다란 수산시장이 있기에 한두 개 좌판만 있다. 시장 구경하며 말린 바지락 좌판을 찾았다. 작년에는 둑 쪽에서 봤는데 이번에는 대로변에 계셨다. ‘취재 다 하고 나서 사야지’ 하고는 잊어버렸던 탓에 사지 못했다. 이번에도 취재 끝나고 사야지 하고는 또 잊었다가 다시 찾아나선 끝에 샀다. 작고 알찬 바지락 살을 하루 말린 것으로 간장과 참기름으로 볶으면 ‘밥도둑’이다. 다양한 수산물이 나는 여수에서 수산물 시장을 지나친다면 손해다. 여행을 가치로 환산하면 반으로 준다. 오일장에서 서시장으로, 건너 교동시장으로, 수산시장으로 걷다 보면 여객터미널이다. 터미널 지나 이순신광장까지 가면 선어종합시장이 있다. 수산시장보다 규모가 작지만 다양한 수산물이 있다. 따로 호객도 없다. 생선 상자나 크기가 큰 생선에는 여지없이 35, 50 같은 숫자가 적혀 있다. 3만5000원, 5만원 가격이다. 선도를 확인한 다음 가격을 보면 지갑은 자동으로 열린다. 30~40m 시장을 걸으며 지갑을 두 번 열었다. 한 번은 6㎏ 크기의 횟감용 삼치, 나머지는 현지에서는 다루마새우 혹은 달마새우라 부르는 대롱수염새우 한 상자를 샀다. 삼치회 맛이야 두말하면 입만 아프지만 집에 와서 맥주 넣고 찐 대롱수염새우의 달곰한 맛도 일품이었다. 가격을 따져보니 자연산 새우가 한 마리에 500원 정도였다. 돈은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기분이 달라진다. 기분 좋은 소비가 있는 곳이 여수 중앙선어시장이다.


봄 아니면 못먹는 ‘준치’

새콤한 회무침 먹은 후

밥 비벼야 진정한 미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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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를 대표하는 음식은 많지만, 이 무렵 잠깐 등장했다 사라지는 준치로 만든 회무침을 놓칠 수 없다.

지역마다 이름난 음식이 있다. 기장과 남해는 멸치회, 포항은 물회, 목포는 낙지와 민어 식으로 말이다. 돌게(민꽃게)장, 갓김치, 서대회, 장어탕은 여수를 대표하는 음식이다. 여수 여객선 터미널과 시장 그리고 이순신광장 주변으로 여수 대표 음식을 파는 곳이 모여 있다. 서울에서 출발하면서 서대회보다는 다른 것을 먼저 염두에 뒀다. 서대가 여수 대표 음식이 맞지만, 이 시기의 여수가 아니면 맛보기 힘든 생선이 있기에 그것을 우선 맛보기로 했다. ‘썩어도 준치’라는 속담의 준치가 여수에서 꼭 맛봤으면 한 생선이었다. 예전에 평택에서 준치 김치를 담그는 곳에 준치를 구해준 적이 있다. 그 덕에 준치 나오는 철을 기억하고 있었다. 봄, 제주도와 전라도 사이 바다에 잠깐 비치고 사라진다. 이 시기 아니면 냉동한 것을 먹어야 하기에 혹시나 하는 기대를 했다. 보통은 혹시 있나 하면 역시나 없다. 하지만 이번에는 운이 좋았다. 여수 특화거리를 걷다보니 ‘준치회 개시’ 푯말을 내건 곳이 있었다. 식당에 들어서면서 준치가 있는지 물으니 고개를 끄덕인다. 메뉴 고민 없이 준치회무침을 주문했다. 양태 말린 것과 몇 가지 반찬이 차려졌다. 젓가락은 양태 말린 것 외에는 안 갔다. 꾸덕꾸덕 양태 말린 것을 찌는 것만으로도 완성된 요리가 된다. 양태 몸통에서 가시를 피해 살 발라내 먹는 것이 조금 귀찮아도 참 맛있는 생선이다. 준치회무침을 맛봤다. 조금 센 듯한 새콤함이 훅 들어왔다가 이내 사라진다. 회무침에서 회만큼 중요한 것이 식초. 막걸리 식초인가 여쭈니 과일 식초와 섞어서 쓴다고 한다. 준치만 우선 맛봤다. 다시 준치만 골라내 따듯한 밥과 먹었다. 채소랑 준치를 밥과 함께 먹었다. 밥이 금세 사라졌기에 다시 주문했다. 그제야 밥을 무침과 비볐다. 회무침 먹을 때는 처음부터 비벼서는 안 된다. 무침을 반찬 삼아 밥과 먹어야 제대로 회무침 맛을 음미할 수 있다. 부드러운 살 속에 고소함이 꽉 찬 것이 준치 맛이다. 냉동 준치와는 다른 맛이다. 유명한 음식보다는 제철 음식을 먹는 것이 여행지에서의 제맛을 찾는 확실한 비법이다. 길손식당 (061)666-0046


전라도 치고 소박한 8첩 반상

생선이 없네? 아쉬움도 잠시

반찬 하나하나에 정갈한 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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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의 숫자보다 손맛으로 전라도 밥상의 진수를 보여준 낭도의 백반 상차림.

전라도 백반은 차고 넘쳐야 한다. 다들 그렇게 생각하거나 그러기를 기대한다. 2000년부터 전라도를 다니며 백반을 먹었다. 나주에서 영암 가는 국도변에서 처음 먹었던 기사식당의 백반은 20년이 지난 지금도 생각이 난다. 나주와 영암의 경계인지라 반찬에 토하젓(나주시 세지면 특산물이었다)까지 있던 백반은 참으로 맛있었다. 어느 순간부터 전라도에서 백반을 먹지 않았다. 찬의 수는 비슷한데 젓가락 가는 찬이 점차로 줄어들었다. 맛있던 밥상은 사라지고 형태와 숫자만 비슷한 밥상만 남았다. 여수를 지나 섬이었던 낭도로 갔다. 여수와 이웃한 고흥으로 다리가 놓이면서 낭도는 이제 육지가 되었다. 작은 해변이 있는 낭도를 돌아보다 밥집을 찾아 들어갔다. 백반을 주문하고 반찬이 차려졌다. 오랜만에 전라도의 참맛을 봤다. 여수 시내에 있는 상다리 휘어지는 백반집 차림과 비교하면 소박하지만 1국 8찬. 사실 이 정도도 많다. 한 끼라도 집에서 이렇게 차려 먹기 힘들다. 보통은 바닷가면 생선이 있을 거라 생각했지만 고기가 대신했다. 그럴 거라 짐작하는 이는 여행객. 현지 사람들은 매일 보고 먹는 게 생선. 없는 생선을 아쉬워하며 밥을 먹기 시작했다. 아쉬움은 음식이 입에서 목으로 사라질 때 같이 사라졌다. 찬 하나하나 맛이 있었다. 무침이든 장아찌든 국이든 맛있었다. 밥을 먹다가 서대회무침을 따로 주문했다. 반찬 솜씨를 보니 무침도 맛있을 거 같아서 말이다. 예상은 맞았다. 이웃에 있는 100년 도가의 막걸리로 빚은 식초로 무친 서대회는 최고였다. 밥 먹는 사이 이장님도 손님과 주문을 하고 있었다. 맛집이 아닌 밥집에서 맛있는 밥을 먹었다. 낭도애식당 010-2997-3297


밤 바다 보며 닭구이 한 상

가슴살 구우니 고소함 가득

그 중 백미는 ‘껍질’이라네

경향신문

다시 여수를 간다면 고민 없이 선택할 메뉴, 토종닭 구이

여수 밤바다 혹은 벚꽃엔딩. 노래 덕에 여수 하면 생각나는 이미지다. 여수 하면 닭구이도 생각난다. 벚꽃 핀 언덕에서 밤바다를 바라보며 맛있는 닭구이를 먹었기 때문이다. 여수에서 소주 한잔의 파트너로 선택할 수 있는 안주는 차고 넘친다. 삼치회를 비롯한 회, 장어, 게장 등등 많지만 갈등 없이 바로 토종닭 구이를 선택했다. 구례, 순천, 홍천 오일장 편에서 지면을 통해 토종닭 구이를 소개했었다. 치킨이나 닭갈비와 다른 맛이 있거니와 주변에서 흔히 찾아 먹을 수 있는 메뉴가 아니기에, 있으면 첫 번째로 선택한다. 이웃한 순천, 구례는 토종닭을 구워서 내준다. 한 번에 구워서 주기에 시간이 지나면 맛이 반감된다. 여수는 돼지, 소고기 식당처럼 테이블에서 손님이 직접 구워 먹는 게 달랐다. 닭똥집, 날개, 가슴살, 다리 그리고 손질한 껍질을 알아서 구워 먹는다. 예전에는 똥집과 가슴살을 회로 냈다고 한다. 법이 바뀌면서 손질을 더 해 구이로 내는데 회보다 맛이 더 좋다. 얇게 저민 가슴살을 샤부샤부처럼 불판에 살짝 구워 먹는 맛이 일품이다. 몇 가지 부위 중에서 압권은 껍질. 칼로 속기름을 깔끔히 제거해 노릇하게 구우면 씹어 넘길 때까지 고소한 맛이 입안에 가득하다. 예전 오마이뉴스에 기고한 글에 이렇게 썼었다. “닭의 맛이 열 냥이면 껍질이 아홉 냥”이라고 말이다. 토종닭 구이에서 가장 맛있는 부위는 껍질이다. 나머지는 도긴개긴이다. 그렇다고 맛없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그만큼 껍질 맛이 뛰어나다. 다시 여수를 간다고 해도 고민 없이 선택할 메뉴다. 약수닭집 (061)642-8500


경향신문
김진영

제철 식재료를 찾아 매주 길 떠나다 보니 달린 거리가 60만㎞. 역마살 ‘만렙’의 26년차 식품 M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