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 가기

[ 컬처 ]

손녀가 올린 영상 덕에 ‘벼락스타’…근데 왜 날 좋아한대요? 하하하

by경향신문

지식·정보·재미·감동, 없는 게 없다…블루오션 ‘유튜브 세상’

[71세 박막례 할머니] 예측불허 애드리브에 구독자 열광

손녀가 올린 영상 덕에 ‘벼락스타’…

유튜브에 영상을 올린 손녀 덕분에 출세했다고 말하는 71세의 크리에이터 박막례 할머니가 카메라 앞에서 재밌는 포즈를 취하고 있다. “오래오래 사세요”라는 젊은 팬들의 응원에 유쾌한 할머니는 더욱 흥이 난다. 용인 | 김기남 기자 kknphoto@kyunghyang.com

한때 유행하던 세대 차이 테스트를 해보자. 궁금한 것이 있을 때, 어디에 도움을 청할까? 포털사이트 검색창을 떠올리는 당신은 이미 구세대. 요즘 세대는 유튜브를 검색한다. 유튜브에는 요리, 운동, 메이크업, 인테리어, DIY 등 없는 분야가 없고, 전문가부터 일반인까지 전 세계 사람들이 올리는 다양한 레벨의 풍부한 콘텐츠가 넘쳐난다. 유튜브 대중화의 첨병은 1980년대 초~2000년대 후반에 출생한 이른바 밀레니엄 세대다. 그들을 아울러 일컫는 ‘M세대’는 곧 모바일 세대를 뜻하기도 한다. 2015년 미국 버라이어티지가 선정한 ‘10대에게 영향력 있는 스타’ 10명 중 8명이 유튜브 스타였다. 팝스타 브루노 마스를 제치고 2위를 차지한 퓨디파이는 5400만 구독자를 가진 스웨덴 출신의 게임 전문 유튜버로 지난 한 해 1500만달러(약 175억원)를 벌어들였다.

 

얼마 전 71세의 벼락스타가 탄생했다. ‘박막례 할머니의 염병할 호주여행’ 편으로 유튜브 등판 열흘 만에 지상파 뉴스에 ‘SNS 핫스타’로 소개된 박막례 할머니(71)가 그 주인공. 구수한 전라도 사투리를 구사하는 할머니가 계모임 갈 때 하는 메이크업을 알려주고, 화제의 TV 프로그램 장면을 패러디한다. 예측불허 애드리브에는 웃음을 주체할 수 없지만, 할머니가 생전 처음 스파게티를 먹어본다는 장면에서는 코끝이 찡해진다. 3분여 짧은 영상이 사람을 웃겼다 울리는 동안 누적 조회 수는 470만을 넘어섰다. 지난달 21일 인기 크리에이터 박막례 할머니가 운영하는 경기 용인의 쌈밥집을 찾았다.

손녀가 올린 영상 덕에 ‘벼락스타’…

“내 친구들은 휴대폰 문자도 못해서 유튜브 볼 줄 몰라. 고향 친구 중 하나가 허리가 아파서 속상해했더니 걔 아들이 ‘요즘 일흔 넘은 할머니가 엄청 떴는데 엄마도 기운 내라’며 영상을 보여주는데, 그게 바로 나더랴! 하하하.”

 

유튜브 속 영상과 다르지 않은 화려한 패션과 시원한 웃음으로 할머니가 기자를 맞았다. 7남매의 막내인 박 할머니는 언니 셋과 유난히 우애가 좋았다. 그중 셋째 언니가 얼마 전 치매 판정을 받았다. 평소 두통약을 달고 사는 박 할머니는 ‘다음은 내 차례가 아닐까’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장손녀 김유라씨(28)는 할머니가 즐거운 시간을 보내면서 치매 걱정을 떨쳤으면 하는 마음에 호주여행을 계획했다. 휴가를 내주지 않는 직장에 사표를 던지고 할머니와 떠난 이 여행이 이들의 인생을 바꿨다.

 

재미 삼아 페이스북에 올린 호주여행 동영상의 조회 수가 100만건을 돌파한 것이다. 여행 1주일 전부터 짐싸기에 돌입한 할머니는 아끼는 가죽잠바를 챙겨들었다가 호주는 지금 여름이란 소리에 “거긴 우리랑 틀랴? 이런 염병하고 있네”라고 구수한 욕을 퍼붓는다. 칠십 평생 처음 스노클링에 도전했다가 물을 잔뜩 먹고 풀 죽어 있던 것도 잠시, 넘치는 흥을 주체하지 못하고 호텔 복도에서 엉덩이춤을 추는 할머니의 모습을 보면서 사람들은 열광했다.

 

손녀 김씨는 뜨거운 반응에 힘입어 할머니의 재밌는 일상을 소개하는 유튜브 채널을 만들었다. 콘텐츠 기획부터 촬영 및 편집은 김씨가 담당한다. 대본은 따로 없다. 카메라의 시간은 할머니 마음 가는 대로 흘러간다. 거실 벽에 색지를 붙이고 식탁 의자에 앉아 촬영한 ‘치과 들렀다 시장 갈 때 메이크업’ 편은 조회 수 130만을 넘겼다. 그 영상이 화제가 되면서 구독자 수가 1800명에서 16만명으로 순식간에 치솟았다. 그를 보기 위해 부산에서 올라온 어린 팬까지 생겨났다. “실물로 보면 실망할 텐데 뭐하러 왔냐면서 안아줬더니 좋아서 어쩔 줄 몰라해. 얼굴이 빨개져서는 ‘할머니, 앞으로도 재밌는 거 많이 해서 우리 계속 웃게 해주세요’ 그러는 거야.”

 

할머니는 돋보기에 의지해 댓글도 챙겨보고 젊은이들의 SNS라는 인스타그램도 운영한다. 팬들은 띄어쓰기도, 맞춤법도 엉망이지만 희한하게 뜻이 통하는 할머니의 글에 ‘막례체’라는 이름을 붙였다. “해보니까 재밌더라고요. 아, 이래서 손님들이 밥 나온 줄도 모르고 (인스타그램을) 했구나, 내가 느끼겠더라고.”

 

최근 할머니와 김씨는 CJ E&M의 MCN DIATV와 계약을 맺었다. 하루에도 수차례 오는 각종 섭외 및 광고 제안에, 할머니의 영상을 무단으로 재가공해 올리는 사례가 발생하면서 콘텐츠 보호에 대한 부담까지 커졌기 때문이다. 이제 밀려드는 섭외 전화에 “매니저와 얘기하세요”라고 말할 수 있는 위치가 됐지만 할머니의 본업은 바뀌지 않았다. 42년째 식당을 운영하며 3남매를 길러낸 할머니는 요즘도 오전 4시면 일어나 오후 9시까지 가게를 지킨다. 식당 문을 닫는 날은 설날과 추석 등 1년에 딱 3일뿐이다. 영상 촬영으로 가게를 비우더라도 반찬은 손수 만들어놓고 나가야 직성이 풀린다.

 

“지난번에 친구 칠순잔치에 간다고 매니큐어 칠했잖아요?(‘박막례 할머니의 파티 갈 때 네일아트’ 편) 내가 손톱 한번 해보고 싶어서 칠했다가 ‘오매, 이 손으로 장사하면 손님 다 떨어지겄네’ 싶어서 나중에 싹 닦아버렸어. 내가 하고 싶은 거 다 못해. 내 청춘을 식당에 다 바친 거여.”

 

손녀 김씨는 할머니가 살면서 못해본 경험을 함께해보기 위해 시작한 채널인 만큼 상업적으로 큰 욕심은 없다고 했다. 할머니의 채널에 광고가 더 많이 붙길 바라는 건 오히려 시청자들 쪽이다. “시청자들이 할머니가 광고도 찍고 돈도 벌어서 재밌는 거 더 많이 누리셨으면 좋겠다고 해요. 그래서 다른 유튜브 광고는 건너뛰기 하는데, 할머니 광고는 끝까지 본다고 하시더라고요. 진짜 고마워요.”

 

할머니는 친구들이 “야, 너는 손녀하고 같이 살면서 출세했는데, 우린 이제 뭘로 출세하냐”면서 부러워할 때마다 손녀가 고맙고 뿌듯하다. “내 친구들은 자식들이 결혼을 늦게 해서 손주들이 아직도 삐약삐약해. 그래서 ‘야, 느그는 인자 끝났어’ 그래부렀지. 근데 사람들이 왜 날 좋아하는지는 아직도 잘 모르겄어요. 왜 그런데요? 하하하.”

 

거리낌 없이 카메라 앞에 서는 할머니는 스스로를 ‘무대포’라고 말하지만 똑똑한 시청자들은 더 잘 안다. 여전히 호기심 가득한 얼굴로 호탕하게 웃는 할머니의 모습이 부끄러움 없이 잘 늙은 사람만이 보여줄 수 있는 얼굴이라는 걸.

 

장회정 기자 longcut@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