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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행 ]

마음의 비타민을 채워라…
오감만족 제주 하례리 생태여행

by경향신문

마음의 비타민을 채워라… 오감만족 제

물이 넘치는 하례리 효돈천. 사진|하례리생태관광마을협의체 제공

“여행은 모든 세대를 통틀어 가장 잘 알려진 예방약이자 치료제이며 동시에 회복제”라고 했다. 운동이 몸에 비타민을 주는 행동이라면 여행은 마음에 비타민을 주는 과정이다. 따라서 여행의 진정한 의미는 ‘새로운 풍경’을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눈’을 가지는 데 있다.

 

그런 의미에서 새삼 주목받는 여행이 ‘생태관광’이다. 생태관광이란 자연에 좀 더 가까이 다가가면서 그곳에 있는 주민들과 함께하는 여행이다. 상업화된 대중관광보다는 자연 속에서 생태의 의미를 좀 더 찾고 여행의 목적도 한층 높여 보려는 과정이다.

 

기존의 관광지는 대규모 인원을 수용하는 데 맞춰져 개발됐다. 일정 규모 이상의 각종 시설 확충에 치중하다 보니 환경에 맞지 않는 무분별한 개발이 이루어지곤 했다. 지역 주민은 소외되고, 지역 자연과 전통문화는 쇠퇴했다. 반면 정체성 없는 ‘다국적 관광지’들이 계속 생겨나고 있다. 생태관광은 이러한 흐름에 반기를 들고 보전과 조화를 추구하는 환경적·사회적·경제적 목표를 갖고 있다.

마음의 비타민을 채워라… 오감만족 제

하례리 효돈천 풍광. 사진|하례리생태관광마을협의체 제공

또 최근 들어 항공산업의 발달은 전 세계적으로 관광의 대중화를 가져왔다. 이른바 ‘관광의 세계화’가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전 세계가 하나’가 되는 세계화 정책에 반기를 든 것이 생태관광이라고 할 수 있다. 반세계화는 지역화다. 낯선 곳에서 이색적인 것을 느끼고 싶어하는 생태관광객은 다름의 다양성과 그 가치를 존중한다.

 

사람들은 행복하기 위해 여행을 떠난다. 여행은 맛있는 음식, 대화, 여유있는 산책, 자아성찰 등 행복을 추구한다. 행복하기 위한 여행의 유형은 다양하다. 그런 의미에서 올봄에는 나도 행복하고 나의 방문이 의미가 있는 생태관광을 떠나보면 어떨까? 그중 유네스코(유엔교육과학문화기구)가 인정할 정도로 생태계가 안정돼 있는 곳, 그리고 그 자연을 현명하게 보전하고 있는 사람들이 있는 곳, 환경부 지정 생태관광지인 제주도 서귀포시 하례리의 효돈천을 ‘강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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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례리에서 볼 수 있는 희귀식물 흰가시광대버섯. 사진|하례리생태관광마을협의체 제공

하례리는 제주도 서귀포시 남원읍에 있으며, 마을 서쪽에 효돈천을 끼고 있다. 해변에서부터 한라산 산간에 이르기까지 마을이 세로로 길쭉하게 놓여 있고, 지형이 마치 이탈리아 반도를 연상케 한다. 지형적인 요인으로 바다·하천·오름·숲을 두루 갖추고 있는, 그야말로 생태관광 자원이 넘쳐나는 곳이다.

 

하례리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따뜻한 곳이다. 하례리 주민들은 “감귤꽃이 가장 빨리 피어나는 마을”이라고 말한다. 특히 한라산 백록담 밑에서 바다로 이어지는 효돈천이 흘러 하천 가까이에 있는 감귤밭은 기온차가 커서 유독 새콤달콤한 감귤을 만들어 낸다고 자랑한다. 감귤이 주생업인 하례리는 지난 2014년 ‘제주도 생물권보전지역 생태관광지 만들기 사업’ ‘환경부 생태관광지’로 지정되기도 했다.

 

환경보전과 주민들의 공공복지를 실현하기 위한 도구로 ‘생태관광’을 선택하면서부터는 ‘유네스코의 보물 하례리’ ‘세계인이 사랑하는 생태관광지 하례리’ 등으로 이미지가 변했다. 주민들이 생태관광을 마을의 비전을 실현하는 주요한 전략으로 받아들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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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례리 효돈천의 예기소. 사진|하례리생태관광마을협의체 제공

2002년 유네스코가 ‘생물권보전지역의 핵심지역’으로 선정한 효돈천의 첫 번째 매력은 ‘종의 다양성’에 있다. 멸종위기 식물을 비롯해 많은 희귀 동식물이 효돈천 주변에서 숨을 이어간다. 효돈천 계곡 주변에는 난대식물대, 활엽수림대, 관목림대, 고산림대 등 한라산의 모든 식물군이 자리 잡고 있다. 특히 법적으로 보호받고 있는 한란, 돌매화나무, 솔잎란, 고란초, 으름난초 등이 자생한다. 이 때문에 정부에서도 효돈천을 천연보호구역으로 지정해 보호하고 있다.

 

효돈천의 두 번째 매력은 빼어난 절경에 있다. 효돈천을 채우고 있는 바위들은 대부분 회백색이다. 또한 거친 물살에 깎여 만들어진 바위의 질감이 매끄럽다. 처음 찾는 이들은 화산섬 제주에서 만나는 우윳빛 바위에 놀라고 기암괴석들의 모양에서 자연의 경외로움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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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례리 생태관광지도

제주는 화산 지질 특성으로 대부분의 하천에 물이 흐르지 않는다. 하지만 매끈한 암석으로 채워진 효돈천 곳곳에서는 크고 작은 ‘소’를 만날 수 있다. 물이 고여 있는 이들 소에는 저마다 전설이 전해져 내려온다. 제주도에서 제일 크다는 ‘남내소’에는 양반집 규수와 머슴의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이야기가, 우렁찬 절벽으로 에워싸여 있는 ‘예기소’에는 기예를 뽐내다 가엾게 죽음을 맞이한 관기의 전설이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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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돈천의 세 번째 매력은 요망진 하례리 사람들이다. ‘요망진’은 제주어로 영리하고 똑똑하다는 뜻이다. 하례리에는 감귤 농사를 짓는 젊은 농부가 많아 활기가 넘친다. 요망진 젊은 주민들이 감귤농업에 생태관광을 덧입혀 마을의 보물인 효돈천을 가꿔 가고 있다. 효돈천의 자연생태를 익혀 마을학교의 환경교사로 활동하고, 자원보전을 위한 환경정화 활동도 벌인다. 어릴 적 놀이터였던 효돈천의 절경에 클라이밍 체험장을 결합해 아주 특별한 트레킹 공간을 만들었다. 자연을 훼손하지 않고 온 몸으로 느끼고 걷는 ‘효돈천 트레킹’은 이색체험을 원하는 사람들에게 각광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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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레킹 체험단으로 활동 중인 하례리 농부 양동철씨는 농학과 출신이다. 아버지의 농장을 이어받아 농사를 짓다 하례리 생태관광협의회 일원으로 열심히 참여하고 있다. 농학 전공을 살려 하례리 생태계를 공부하고 여행자들에게 생태 해설을 한다. 그의 해설에는 자신이 어려서 경험한 원시자연 효돈천의 매력과 추억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효돈천 추억 속으로 들어가는 여행자들은 그의 해설 덕에 효돈천 자연과 소통한다. 단순한 돌바위가 여름철 깨복쟁이 아이들의 웃음이 있던 공간으로, 덩그러니 놓여 있던 나무들이 과실이 주렁주렁 매달리는 간식바구니로 변한다. 하례리와 효돈천은 의미 있는 생태여행지다.

 

엄민용 기자 margeul@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