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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컬처 ] 콜플 무대 뒷얘기

콜드플레이 ‘두번째 내한’
기대해도 될까?

by경향신문

콜드플레이 ‘두번째 내한’ 기대해도

“늦은 걸 알긴 아는구나” / 콜드플레이 내한 공연 예고 영상 캡쳐

‘너무 늦어서 미안’

 

지난 15일부터 16일까지 양일간 열린 콜드플레이(Coldplay) 내한 공연의 티저 영상 문구였다.

 

서정적이고 감성적인 멜로디가 돋보이는 음악세계를 선보여 온 결성 19년차 4인조 영국 밴드 콜드플레이는 지금까지 단 한번도 단독 내한 공연은 커녕, 페스티벌의 라인업으로 참가한 적조차 없다. 그들과 결성시기가 비슷한 세계적인 브릿팝 그룹 라디오헤드, 뮤즈 등이 그간 한번이라도 한국을 거쳐간 것과 대조적이다. 앨범 발매 기념 투어 때도 옆 나라 일본만 들렀다 갈 정도였으니 한국 팬들의 그간 설움은 미뤄 짐작할만하다.

 

참고로 2017년 현재까지 오는 19일 일본 투어를 합하면 콜드플레이는 일본에 총 10번 갔고, 우리나라는 이번이 처음이다.

 

그런 콜드플레이가 드디어 지난 13일 “너무 늦어서 미안”이라고 말하며 처음으로 한국 땅을 밟았다. 코끼리 인형 탈을 쓰고 온 공항까지 이들을 마중하러 나온 팬들을 보며 멤버들은 SNS 인증샷을 찍어 올리기도 했다.

콜드플레이 ‘두번째 내한’ 기대해도

왼쪽부터 윌 챔피언(드럼), 크리스 마틴(보컬&피아노), 가이 베리맨(베이스), 존 버클랜드(기타) / 현대카드 제공

지난 15일 오후 8시 서울 잠실종합운동장 올림픽주경기장에서의 첫 내한 공연 전, 리허설이 끝난 후 오후 5시쯤 막간을 이용해 무대 뒤에서 만난 콜드플레이의 멤버 윌 챔피언(드럼), 가이 베리맨(베이스)은 ‘왜 이리 늦었냐’는 기자의 질문에 “20년간 한국에 오기 위해 리허설을 해왔다”며 멋쩍은 농담을 던졌다.

 

같은 시각 다른 방에서 인터뷰를 진행하던 크리스 마틴(보컬,피아노)과 존 버클랜드(기타) 역시 같은 질문에 같은 답을 한 것을 보면 아마도 이들은 한국 팬들의 ‘원성’에 대한 나름의 답변을 사전에 준비한 듯 보였다. 기분이 과히 나쁘지만은 않은 ‘립서비스’다.

 

무대에선 전면에 드러날 일이 상대적으로 적은 윌 챔피언이지만 인터뷰에서는 조근조근 조리있게 말을 풀어냈다. 잠깐의 만남이었지만, 평소 자기 생각을 전달하는 일에 익숙한 사람이란 인상이었다. ‘훈남 베이시스트’로 유명한 가이 베리맨은 보는 순간 ‘역시 별칭이 허투루 붙여진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만 깎아놓은 듯한 외모와는 달리 표정이나 몸짓에서 풍겨오는 인상은 소박하고 따스한 느낌을 주는 사람이었다.

 

사실, 이날 4명 공동 인터뷰 형식이 아닌, 두명씩 조를 나눠 인터뷰가 진행된 데는 숨겨진 이유가 있었다.

 

콜드플레이 측은 일찍이 공연 주최측인 현대카드를 통해 “4명 공동 인터뷰가 아닌 2명씩 나눈 인터뷰 형식으로만 진행하겠다”고 강력하게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내한 공연 인터뷰 외에 다른 국가에서의 인터뷰도 대체로 마찬가지라고 한다. 이유는 “4명 공동 인터뷰(간담회) 형식으로 하면 상대적으로 보컬인 크리스 마틴에게 질문이 몰리기 때문에, 다른 멤버들이 소외감을 느낄 수 있어서”라고 한다. 그렇게 인터뷰조는 크리스 마틴-존 버클랜드(1조), 윌 챔피언-가이 베리맨(2조)으로 나뉘었다. 각 매체들이 어떤 조 인터뷰에 들어갈지는 ‘공평하게’ 인터뷰 전 로또 번호를 뽑듯 탁구공에 적힌 숫자대로 결정됐다.

 

다들 비교적 덤덤한 표정으로 박스에 손을 넣어 숫자공을 뽑았지만, 사실 ‘1조’를 뽑은 사람들의 얼굴에 미소가 번지는 것을 막을 순 없었다. 경향신문을 비롯해 ‘2조’를 뽑은 사람들은 보컬이 없는 락밴드 인터뷰라면 ‘비욘세 없는 데스티니차일드’ ‘장기하 없는 장기하와 얼굴들’아니냐며 내심 자못 난감한 표정이 됐다. ‘같은 말’을 해도 기자 입장에선 세계적인 밴드의 메인보컬이자 기네스 펠트로의 전 남편이 한 말과 그 밴드의 드러머가 한 말의 기사 가치는 아주 다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콜드플레이 ‘두번째 내한’ 기대해도

‘장기하’ 없는 ‘장기하와 얼굴들’ 인터뷰?

이런저런 ‘업무적인’ 걱정을 안고 인터뷰에 임했지만, 그들의 이야기를 직접 듣는 순간 고민은 눈 녹듯 사라졌다.

 

‘윌 챔피언과 가이 베리맨에게 ‘콜드플레이가 19년차 밴드이자 세계 최정상급의 밴드 치곤, 드물게 그간 멤버 교체가 거의 없었던 비결’을 물었다.

 

윌 챔피언은 그 질문을 듣곤 차분하고 진지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우리는 밴드 결성 아주 초창기 때부터 멤버들 간의 케미스트리(관계)가 중요하다고 생각해왔다. 함께 음악을 만들고 공연 작업을 하는 것만큼이나 멤버들 간의 원활한 소통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왔다. (좋은 음악적 성과 만큼이나) 모든 멤버들이 행복한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모두가 우리의 길, 음악에 대해 공감하기 위해 노력하고, 서로 모든 파트가 같은 존재감을 내고 이런 문제에 대해 끊임없이 멤버들 간에 얘길 하는 편이다. 이건 우리가 처음부터 신성시할만큼 중요하게 생각해온 부분이다”

 

일단은, 그의 말을 듣고 나니 인터뷰를 두명씩 두조로 잡아놓은 콜드플레이 측의 선택이 확실히 이해가 됐다.

 

그리고 이어 밴드의 대중적 이미지가 ‘보컬=밴드’로 박힌 수많은 원맨 밴드(원맨 밴드가 나쁘다는 뜻은 아니다)들과 콜드플레이는 확실히 다르다고 생각했다. 전 세계적인 인기를 누려온 가운데서도 10년 넘는 세월 동안 4명의 멤버가 긴밀한 멤버십으로 연결돼 그 안에서 ‘함께, 행복’을 추구하고 있다는 사실은 듣기에 신선하고 고무적이었다.

 

이날 공연의 셋리스트 중 가장 호응이 좋을 것 같은 곡을 꼽아달란 질문엔 역시 ‘Viva la vida’란 답이 나왔다. ‘오오오’란 친숙한 멜로디가 여러번 반복되는 ‘Viva la vida’는, 가사를 잘 몰라도 큰 소리로 흥얼거릴 수 있다는 점에서 세계 어딜 가든 단골 떼창 곡이다. 최근 탄핵 국면과 절묘하게 맞아든 가사와 프랑스혁명의 장엄함을 느낄 수 있는 곡조 덕분에 우리나라에서 ‘Viva la vida’가 갖는 의미는 한층 각별하긴 했다.

 

가이 베리맨은 “한국에서 Viva la vida가 친숙하고, 한국 사람들이 많이 이 노래를 불렀다고 들어서 반응이 제일 뜨겁게 해줄 것 같다”며, 여기에 윌 챔피언이 “그 외에도 (지난 2월 발표한 싱글) ‘Something just like this’에 대한 반응도 기대가 된다”고 덧붙였다.

 

미국 뉴욕의 EDM 그룹인 체인스모커스와 콜라보 작업 끝에 탄생한 ‘Something just like this’는 몽환적인 전자음에 콜드플레이의 천진한 멜로디가 섞여, 해당 곡의 유튜브 영상이 업로드 2개월이 채 안돼 2억뷰를 넘을만큼 뜨거운 반응을 얻은 바 있다.

 

마지막 쯤 ‘첫번째 내한도 이렇게(19년) 오래걸렸는데, 다음을 기약할 수 있겠냐’는 마지막 질문엔, 의외로 스스럼 없이 ‘OK’란 답변이 돌아왔다. 윌 챔피언은 “이번에 한국에 처음으로 와보니 우리가 진작 조금 더 일찍 한국에 오지 않은 이유를 알 수 없다”며 “음악적으로 즐길 줄 아는 이들이 많고, 에너지가 넘치는 한국에 빠른 시일 내에 꼭 다시 오고 싶다”고 말했다.

콜드플레이 ‘두번째 내한’ 기대해도

콜드플레이. 당신들은 ‘퍽킹 어썸 더 지니어스 매드맥스 슈퍼파워 킹갓엠페러 뮤직 갱스터’야. /출처: 콜드플레이 공식 인스타그램

윌 챔피언의 마지막 발언 만큼은 부디 20여년간 콜드플레이의 음악 활동을 ‘20년간의 리허설’로 치환해버리는 ‘립서비스’가 아니길 빈다. 그리고 이 생각은 15일 내한 첫날 공연을 보고 온지 하루가 지난 지금, 조금 더 간절해졌다.

 

김지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