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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컬처 ]

‘프로불편러’ 늘어야 좋은 세상온다…'까칠남녀' PD 인터뷰

by경향신문

‘프로불편러’ 늘어야 좋은 세상온다…

“체외사정도 피임법 아닌가요?” “여자가 겨털(겨드랑이 털) 있으면 안되나요?”

 

지난달 27일부터 방영을 시작한 EBS 1TV <까칠남녀>는 우리에게 ‘친숙’하지만 ‘불편’한 주제들을 정면으로 찔러들어간다.

‘프로불편러’ 늘어야 좋은 세상온다…

남성 패널은 서민, 봉만대, 정영진이고 여성 패널로는 은하선, 서유리, 박미선이 출연한다. 여기에 그날 그날 주제에 맞춰 게스트를 부르기도 하지만, 기본적으론 남성패널 3: 여성패널 3 구도에서 토크가 진행된다.

 

‘전문가’라기보단 ‘일반인’에 가까운 패널 구성은 시청자들에게 친숙하게 다가가기 위한 전략이다.

 

요새 흔히 유행하는 교양 토크 프로그램들처럼 그 분야의 학식 있는 ‘전문가’(유시민이나 설민석, 최진기처럼)가 가려운 부분을 속 시원하게 긁어주는 형식이 아니라는 점이 혹자에겐 ‘아쉬운 점’일 수도 있다.

 

이와 정 반대로 <까칠남녀>는 ‘프로불편러(일상 속 사소한 것들에 문제제기하는 사람을 조롱으로 이르는 말)’를 자처하며 가려운 부분을 더 들쑤신다. 가끔은 시원해지기도 하지만, 프로그램을 보고나면 더 답답해지기도 하고 가려운 부위는 그대로 남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젠더 감수성은 사람에 따라 천차만별로 다르기 때문에 재단해서 (무엇이 옳고 그른지) 제시할 수 없다”는 김민지 PD의 말처럼, 외려 전문가가 없는 평등한 구성은 더 좋은 방향으로 토론의 물길을 낸다.

 

최근 인터넷 상의 ‘열렬한’ 남녀 혐오 논쟁은 오직 ‘소통’으로만 풀 수 있다고 말하는 <까칠남녀>의 두 젊은 PD - 김민지, 이대경 PD를 지난 11일 서울 강남구 EBS 사옥 1층 카페에서 만나봤다.

 

다음은 인터뷰 내용을 갈래별로 정리한 일문일답.

‘프로불편러’ 늘어야 좋은 세상온다…

EBS 1TV 토크쇼 '까칠남녀' 이대경(왼쪽), 김민지 PD 인터뷰 / 사진 이석우기자 foto0307@kyunghyang.com

‘프로불편러’의 토크쇼

어떻게 <까칠남녀>를 기획하게 됐나

 

김민지 PD(이하 김) = 작년도 2016년 강남역 살인사건 이후 남녀 혐오 논쟁이 심각해지기 시작했다. 다양한 성적인 희롱, 폭력 등 현실에서 일어나는 일들의 대부분이 상대에 대한 편견으로부터 비롯된다. 이런 문제에 대한 솔직하고 거침 없는 토크쇼가 필요하다고 생각해 해당 프로그램을 기획하게 됐다.

 

“EBS에서 이런 프로그램을?”이란 반응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나

 

= ‘어떻게 EBS에서 이런 얘기 하냐’고 귀에 딱지 앉도록 들어왔다. (EBS하면 떠올리는 이미지에는) 계몽적, 교육적이고 ‘재미는 없지만’ 숭고한 의미로 승화시킨다 등이 있을텐데, 30대 젊은 PD들로서 이런 부분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지가 가장 큰 고민이기도 했다.

 

EBS에서 이런거 어떻게 하냐고 말하면 “EBS니까 할수있다”고 대답한다. 외려 EBS이기 때문에 거침없고 파격적인 토크도 선정적, 자극적인 길으로 빠지지 않을 수 있다. 파격적이면서도 충분히 유익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

 

이대경 PD(이하 이) = 교육이라는 것에 대해 생각이 많이 다를 수 있다. 수업해서 지식을 일방적으로 전달하는것도 교육이지만. 문제에 대해 대양한 관점에서 얘기를 듣고 토론을 해보고 충돌도 해보고 하는 것도 충분히 훌륭한 교육이라고 생각한다.

 

= 기본적으로 교양 프로에서 하는 티비 토크쇼가 화법을 바꿔야된다고 생각한다. 전달 방식이 수직적인 경우가 많다. 이미 프로그램을 보고 자기 생각을 갖고 있고 그것을 댓글 등으로 표현하는 똑똑한 시청자들이 있다. 그들과 소통하는 방식이 ‘선생이 학생을 가르치듯’ 일방적으로 가르치는 것이어서는 안된다. ‘무겁지 않게 어떻게하면 잘 전달할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이 항상 있다.

 

<까칠남녀>는 작정하고 ‘프로불편러’ 컨셉인가

 

= ‘왜 이렇게 겨털갖고 난리야’ ‘피임갖고 난리야. 각자 알아서 하면 되지’ 이런 생각이 위험하다고 생각했다. 그런 불편한 얘기들이 세상 바꿔가지 않을까? 홍보 문구, 포스터에 ‘프로불편러’란 단어를 전면으로 내세웠던 것도 그렇게 불편해야지 바뀔수있으니까 (그렇게 했다)

 

= 심지어 가장 친밀하다는 연인 사이에서도 그런(젠더 관련) 얘기를 싸울까봐 안하니까. 작정하고 그런 이야기들을 해보자는 취지에서 만들었다.

‘까칠’한 패널들의 속 얘기?

봉만대 감독의 ‘체외사정’, 서유리씨의 ‘여자 군대’ 등 다소 수위가 센 발언들이 논란이 되기도 했다.

 

= 네티즌들이 그런 대사를 보고 ‘짜여진 각본’이란 얘길 많이하는데. 사전 인터뷰때도 그런 얘기 없었다. 재미나 선정성때문에 일부러 그런 얘기를 한 건 아니다. 중점이 되는 메시지를 얘기하는 과정에서 나온 발언이기 때문에 (딱 한 부분만 잘라서) 짤방으로 만들어지다보니 곡해의 가능성이 있다. 방송을 직접 보고 판단해야 되는 부분도 있다.

 

= 이런 아이템의 프로그램을 하면 어쩔수없이 따라오는 ‘세금’같은 것이라 생각한다.

 

‘솔직함’을 추구하는 토크쇼인데 더 ‘쎈’ 발언은 없었나. 프로그램을 보다 보면 “저 인원이 저기까지밖에 말을 안하나?”란 생각이 들기도 한다.

 

= 편집하고 나서 많이 점잖아진거다. 아무래도 심의도 있고 그러니까. 포기하면 편할텐데 아직 포기는 못했다 (웃음). 한 예로 은하선씨가 ‘페미돔(여성용 콘돔)’ 소개하면서 “어제 써봤는데 서걱서걱했다”란 발언을 했었는데 심의 때문에 잘렸다. 그 부분이 나갔으면 좀더 적나라하게 ‘콘돔을 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을텐데 그부분은 아쉽죠.

 

= (편집을 하다보면) ‘B컷’이 정말 많다. 방송에 내보내지 못한 부분중에 정말 재밌는 부분이 많은데, 그런 부분을 다 살리면 훨씬 더 재밌을 것 같다.

 

프로그램이 ‘여성 중심적’이란 지적도 있다.

 

= 사실 가부장제가 수천년동안 질서 유지돼왔고 이제 깨져가고 있는 상황에 있다고 생각한다. 사실 현실적으로 여전히 여성 임금차별, 성희롱 문제 가정에서 여성들이 전통적인 성역할때문에 고통받는다든지 등 산적한 문제가 있고. 이런 얘기 하기 위해선 어느정도 여성의 얘기가 중심적으로 될수 밖에 없다. 차별과 불평등에 대한 얘기기 때문이다. 그리고 가부장제 안에서도 남성도 희생을 당하고 있는 부분이 있다. 가장이 가정을 책임져서 먹여 살려야 한다는 ‘먹여살리즘’에 대한 얘기랄까. 그런 것들.

 

= 일단 현실이 남성우위적인 측면이 분명히 있는 거니까 (이런 문제를 지적하다보면) 얼핏 시청자들은 너무 여성적이라고 느낄수도 있을 것같다. 제가 PD 작가 등 통틀어 <까칠남녀>의 ‘유이’한 남자스탭중 하난데, 초반에 아이템 조사하면서 느꼈던 지점은 젠더 관점에 있어서 여성들은 일반적으로 공부도 많이하고 많이 생각이 정리가 돼있는 편이다. 젠더와 관련해서 얘기할수 있는 이론의 층위도 다양하고 관련 지식 등이 갖춰져있는 편인데, 남성학은 최근에서야 시작되게 된 측면도 있고 아직 미흡한 부분이 다소 있다. 나중에 프로그램이 자리잡으면 그런 측면들도 다뤄보고 싶은 욕심은 있다. 제작진들이 딱히 ‘여자 이야기를 해야겠다’고 해서 일부러 여성중심적으로 가는 것은 아니다.

“부모님과 함께 보세요” 이상적인 성교육 프로그램

프로그램이 ‘15금’이다. 청소년들이 볼수있을까

 

= 청소년들이 꼭 봐야되는 프로라고 생각한다. 피임편보고 ‘맘카페’에서 우리 아이랑 같이 봐야겠다고 하는 엄마도 있었다. 우리 세대가 중고등학교 때 제대로된 성교육을 받아본 적이 없다. 성교육이라고 하면 학교에서 낙태 비디오 틀어주고, 난자 정자 이런 와닿지도 않는 생물학적인 이야기를 하는 게 다였다. 젠더 문제를 비롯한 온갖 성 관련 사건들이 발생하는 주요 원인 중 하나다.

 

우리 프로그램이 그냥 재밌는 예능 토크쇼로 봐도 좋지만, 기본적으로 이런 교육적 의미가 전달됐으면 한다.

 

= 청소년기는 남녀 자신, 이성에 대한 서로의 관점을 형성하는 시기인데 이런 이야기들 풍부하게 들어야된다고 생각한다. 섹슈얼한 무지로부터 시작되는 왜곡된 이성에 대한 관념들이 분명히 있다. 그런 부분에 있어서도 <까칠남녀>를 보다 보면 자신의 문제있는 관점들을 조금씩 깨닫게 되지 않을까.

 

저는 개인적으로 누나가 위로 세명이 있어서 어려서부터 이런 얘기를 많이 들었는데, 남자형제만 있는 친구들은 여자를 성적 대상으로만 생각하지, 정말 여자에 대해서 모르더라. 데이트 할 때도 “쟤는 왜 나랑 뽀뽀 안하지?”이런 생각만 하고. 그런 지점들을 우리 프로그램이 건드려줄수있다고 생각한다.

 

프로그램 1년 이후의 모습은 어떨까?

 

= 일단 지금 형태는 아닐거같다. 장치든 디테일이든 많이 바뀌어 있을 것같고. (그런 변화가) 피디둘의 머릿속에서 나온거라기보단 사회적으로 얘기, 시청자 피드백에 대해 바뀐것 아닐까 싶다. 우리가 하는 이야기가 그간 보통 TV에선 하지않아온 얘기이기 때문에 계속 끊임없이 탐구해야하는 프로그램 같다.

 

= 2회만에 소위 반응이 ‘빵’ 터졌는데, 이런 반응이 계속 이어졌으면 좋겠다는 욕심이 있다. 다만 (아이템적인 측면에선) 제작하면서도 하도 이런저런 일들이 많이 발생해서 당분간도 아이템 걱정은 없을것같다. (11일 인터뷰가 진행되기 며칠 전 여자친구 팬싸인회에서의 ‘몰카 안경’이 이슈가 됐다)

 

마지막으로 프로그램적으로나 현실적으로나 아쉬운 점이 있다면?

 

= 한 가지 아쉬운 점이라면, 정치 이슈는 세대를 아우르고 많은 사람들이 얘기를 해오고 많은 사람들이 관심 가지는 사안인데, 젠더 이슈는 뭔가 요새들어서 관심이 많아지긴 했는데 젠더문제가 막 인생을 위협하거나 하진 않으니까 큰 아젠다가 되지 못한거 같아서. 그부분이 아쉽다. (젠더 이슈가) ‘먹히는 사람’한테만 먹히고 파급력이 없지 않을까. 이런 걱정을 많이 했다.

 

우리가 주된 시청자 타겟을 2030으로잡고있긴 하지만, 현실을 바꾸고 정책적인 부분을 바꾸려면 우선 기성세대가 바뀌어야 되는 것이기 때문에 결국은 지변을 넓혀가려는 고민을 꾸준히 해야한다고 생각한다. 3화에 방송된 ‘졸혼’ 아이템도 그런 맥락에서 나왔던 것이다.

 

김지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