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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슈 ]

오바마의 ‘폰’과 문재인의 ‘펜’…국정 스타일 닮았네

by경향신문

오바마의 ‘폰’과 문재인의 ‘펜’…국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왼쪽), 문재인 대통령

문재인 대통령이 참모들과 격의 없이 대화하고, 언론 브리핑에서 “혹시 질문 있습니까”라고 물어보는 등 활발한 소통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문 대통령 모습은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의 모습과 닮았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문 대통령과 오바마 전 대통령의 유사점은 단지 탈권위적 소통이라는 스타일에만 그치지 않는다. 여소야대 상황에서 국정을 운영하는 방식도 비슷하다.

 

문 대통령은 취임 초 국회 입법이 필요한 사안을 최소화하고, 업무지시와 정부 부처 차원의 규정 개정 등으로 초기 국정운영 동력을 만들어내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비정규직 고용보장 문제다.

 

문 대통령은 취임 후 첫 외부 일정으로 인천공항공사를 방문해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를 선언했고, 인천공항공사 측 비정규직 1만명의 안정적 고용을 보장하겠다는 발표를 끌어냈다. 그 후 공공기관뿐만 아니라 대기업들도 비정규직 문제 해소를 위한 방안 검토에 들어갔다. SK브로드밴드가 자회사 100% 지분투자를 통해 초고속인터넷·인터넷TV 설치와 AS 관련 위탁업무를 수행하는 직원 5000여명을 자회사 무기계약직으로 채용할 방침이다. 다른 통신 대기업들도 동참을 고민하고 있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임기 종료 2년을 앞둔 2014년 상·하원을 모두 공화당에 내주며 여소야대 정국을 맞았다. ‘식물 대통령’이 될 뻔했지만 기후변화, 최저임금 등 주요 이슈를 행정명령으로 돌파하며 국정 동력을 만들어갔다.

 

2015년 10월 재생에너지 사용을 늘리고 탄소 배출 축소를 주요 내용으로 하는 기후변화 대응 행정명령에 서명한 뒤 인텔, 코카콜라, 몬산토, 구글, 월마트 등 대기업들이 잇달아 동참을 선언했다.

 

또 대통령 스스로가 ‘연방정부 사장’으로서 연방정부 계약 직원들의 시간당 최저임금을 10.10달러로 올리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이 조치는 로스앤젤레스시 등 민주당 소속 지자체들, 대기업들이 동참하며 곳곳으로 확산됐다.

 

이는 행정명령에 서명(펜·pen)하고 지자체 정치인들과 기업가들에게 전화를 걸어 설득(폰·phone)해 동참을 이끌어냈다고 해서 ‘펜과 폰의 전략’으로도 불렸다.

 

오바마 전 대통령이 임기 말 높은 지지율을 얻은 요인이었다.

 

문 대통령과 차이가 있다면 오바마 전 대통령의 경우 의회 입법을 6년 가까이 시도한 뒤, 공화당 의회와 도저히 협력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끝에 궁여지책으로 이 방식을 썼다는 점이다.

 

입법을 거치지 않았기 때문에 효과는 제한적이었다. 공화당은 ‘제왕적 대통령’이라고 반발했다.

 

결과적으로 공화당에 정권을 내주게 돼 이 전략이 성공했다고 볼 수도 없다.

 

반면 문 대통령의 행정집행은 취임 초반 국정동력을 살리기 위한 전략이다.

 

임기가 5년 남아있는 문 대통령이기에 결국 평가는 얼마나 국회와의 협력을 통해 문제를 풀어나가느냐에 달렸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19일 문 대통령과 여야 원내대표 회동에서 이 부분에 대한 야당의 지적이 나왔다.

 

이에 전병헌 청와대 정무수석은 “당연히 국회 차원의 입법 사안이라든지 국회와 충분히 협의해야 될 사안이면 협의해 나갈 것”이라며 “현재까지는 대통령 권한 내에서 행정집행과 국정운영을 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손제민 기자 jeje17@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