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화같은 꽃의 정원, 싱가포르 가든스 바이 더 베이

[여행]by 클룩 KLOOK

“싱가포르 여행 어때?”

라는 질문에 따라붙는 대답은 대부분 비슷하다.

 

“한국이랑 비슷해. 유럽이랑 아시아랑 짬뽕된 느낌?”

“물가가 비싸지. 호텔비도 만만찮고.”

“아! 가족이랑 갔을 땐 센토사 섬 추천.”

“칠리크랩? 페퍼 크랩? 그건 그저 그렇더라. 카야토스트? 한국에도 많잖아.”

“클락키랑 MBS(마리나 베이 샌즈) 빼면 뭐 없었어.”

“연인 여행보단 가족여행으로 더 좋지 않을까.”

 

대단히 만족스럽지도 않았지만 그렇다고 실망하는 일도 없는 나라. 동남아이긴 하지만 다른 동남아 여행처럼 저렴하게 다녀오긴 힘든 나라. 여행경비만 넉넉하다면 마음껏 즐길 수 있는 나라. 뭐 이런 말들이 여행지로서의 싱가포르에 붙는 수식어가 아닐까 싶다. 필자의 소감 역시 비슷했다. MBS의 인피니티 풀, 지하의 카지노, 딤섬 맛집, 오차드로드의 백화점과 클락키 로드의 술집들, 재래시장과 호커센터의 풍경, 어느 것 하나 좋지 않았던 건 없었지만 그렇다고 누군가에게 대단히 추천하기엔 2프로 부족한 그런 감흥... 그런데, 친한 동생 한 명이 이런 나의 소감을 전면으로 부정했다.

 

- 유명하다는 곳만 가고 제대로 안 돌아봐서 그런 거겠지. 난 되게 좋았었는데.

- (약간 빠 직해선) 안 유명한 곳도 다 돌아다녀봤거든. 넌 어디가 제일 좋았는데?

- 그럼 가든스 바이 더 베이 가봤어?”

 

응? 가든스 바이 더 베이라니. 마리나 베이 말고 가든스 바이 더 베이? 처음 듣는 곳이었다. 동생은 당황해하는 나의 표정을 즐기며 그럼 그렇지 하는 득의양양 한 미소를 지었다. 가든? 갈비 집도 아니고... 뭐 그런 야외 음식점인가. 가든스 바이 더 베이가대체 뭐람. 그렇게 해서 찾아본 가든스 바이 더 베이의 정체는 말 그대로 정원이었다. 꽃들이 만발하고 푸르른 초목이 우거진 바로 그 정원. 우리가 흔히 상상하는 식물원이나 수목원과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화려한, 다양한 어트랙션이 있는 싱가포르의 랜드마크!

동화같은 꽃의 정원, 싱가포르 가든스

여길 들렀다고 해서 내 여행 소감이 크게 달라졌겠어?라고 동생에게 큰소리치긴 했지만, 실은 반대였다. 그랬을지도 모르겠단 생각이 문득 들었다. 가든 스바이 더 베이는 단순히 꽃과 나무를 모아놓은 정원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첨단 기술과 자연이 융합된, 하나의 체험관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가든스 바이 더 베이의 내부는 크게 두 영역으로 나눌 수 있다. 플라워 돔과 클라우드 포레스트라는 두 개의 돔이 있는 실내, 그리고 슈퍼트리 그로브 및 OCBC스카이웨이가 있는 야외다. 야외의 슈퍼트리는 무료로 구경할 수 있지만, 실내의 시설 및 OCBC스카이웨이는 유료다. 입장료 및 셔틀버스 등 각각의 시설을 이용하기 위한 티켓은 패키지로 묶어 구매하는 게 더 좋다. 한국에서 미리 예매를 해서 가면 저렴한 가격에 즐길 수 있으니 잘 활용하길 추천한다.

동화같은 꽃의 정원, 싱가포르 가든스

플라워 돔은 커다란 돔 형식의 식물원이다. 정원이라고 하면 으레 떠올리게 되는 그런, 꽃들이 만발한 곳이다. 개인적으론 꽃들을 보면 꽃말 등의 정보를 반드시 함께 찾아보길 즐긴다. 동물은 움직이는 걸 보고 장난도 칠 수 있지만, 식물은 움직이지 않기에 그럴 수가 없다. 그래서 그저 ‘예쁘네.’ 하는 감상만 남기고선 그곳을 스쳐 지나가는 게 아쉬울 때가 많다. 가만히 서서 관상만 하는 게 심심할 때도 있다. 그럴 때 그 꽃의 이름과 꽃말, 피는 계절과 장소를 열심히 머릿속에 집어 놓고 있노라면 그 꽃에게 끊임없이 말을 건네고 있는 기분이 든다. 동물원에서 말이 통하지 않는 동물들에게 끊임없이 먹이를 던져주며 장난을 치는 기분이랄까. 우리나라에서 보기 힘든 꽃들의 종류가 상당히 다양하므로 천천히 둘러보며 사진으로 기록을 남겨보면 좋을 듯싶다.

동화같은 꽃의 정원, 싱가포르 가든스 동화같은 꽃의 정원, 싱가포르 가든스

꽃을 봤으니 이번엔 나무를 봐야 할 차례. 녹음이 우거진 클라우드 포레스트관에 들어서면 TheFall이라는 폭포가 관광객들을 반긴다. 시원하게 떨어지는 물줄기의 청량함과 함께 나무들을 구경하다 보면, 곳곳에 위치한 구름다리들을 볼 수 있다. 당연히, 구름다리를 오가며 나무를 관찰할 수 있다.

 

아래에서 위를 올려다보며 나무의 웅장함을 느껴보는 것도 좋지만, 이 기회에 나무의 정상을 내 눈높이에서 확인하는 재밌는 경험을 하는 것도 좋을 거다. 아무래도 플라워 돔에 비해선 더 생소한 식물들이 많을 거다. 나무들이 많다 보니 다소 습도가 높을 수 있기에, 습기를 적당히 유지하기 위해 수증기를 내뿜는 장치도 곳곳에 마련돼 있다. 꽃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플라워 돔이 단연 만족도가 높을 테지만, 우거진 밀림이나 나무들의 신비한 분위기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클라우드 포레스트에서 머무르는 시간이 더 많게 될 거다.

동화같은 꽃의 정원, 싱가포르 가든스

시간이 넉넉하지 않다면도 곳 중 하나만 선택해서 구경해도 좋다. 하지만! 남아있는 야외의 슈퍼트리 및 가든 랩소디 쇼(매일 밤 슈퍼트리 그로브를 배경으로 빛과 조명, 음악이 어우러져 펼쳐지는 야외 쇼)는 반드시 봐야 한다. 이곳이야 말로 가든스 바이 더 베이의 하이라이트기 때문이다. 슈퍼트리는 약 25미터 높이(건물의 16층 정도)의 콘크리트 구조물 위에 16만 2900포기 이상 200종 이상의 식물이 가득 덮여 있는 인공 나무다. 각각의 슈퍼트리가 더욱 놀라운 건, 친환경적 기능도 갖춘 최첨단 시설이라는 점이다. 지류 시설 및 태양광 전지가 설치된 슈퍼트리는, 태양열에너지를 비축할 수 있음은 물론 바다로 유실되는 빗물을 모으는 역할도 하고 있다. 이곳에서 모인 전기와 물을 이용해 돔 내부에 들어가는 전력 및 가든 랩소디 쇼에 재활용한다고 하니 이 곳을 기획하고 설계한 사람들이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저 꽃과 나무를 구경하는 눈요기용이 아닌, 자연과 인공이 결합된 미래지향적 랜드마크의 역할을 톡톡히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동화같은 꽃의 정원, 싱가포르 가든스

가든 랩소디 쇼(Garden Rhapsody Show)는 매일 19:45분과 20:45분 두 번에 걸쳐 상영된다. 쇼를 보는 방법은 두 가지가 있다. 싱가포르의 야경과 함께 멋진 쇼를 보고 싶다면 OCBC스카이웨이에서 보는 걸 추천한다. OCBC스카이웨이란 2개의 슈퍼트리를 공중에서 연결한 구조물이다. 지상 22m 높이에 건설된 길이 128m의 스카이웨이에선, 멀리 MBS를 배경으로 하는 정말로 멋진 싱가포르 야경을 볼 수 있다. 야경은 다른 곳에서 충분히 봐서 딱히 끌리지 않는다면, 아래에서 편안히 누워 쇼를 감상하는 것도 좋다. 만약 내게 선택권을 준다면 난 아래에서 쇼를 보고 싶다. 세상에서 가장 편안한 자세로 쇼를 구경하다 보면, 음악과 빛과 꽃과 나무와 하나가 되는 그런 경험을 꼭 해보고 싶으니까.

 

가든스 바이 더 베이를가기 위해선 MRT를 타고 Bayfront 역에서 하차 후 10분 정도 이정표를 따라 걸어가면 된다. 결국 마리나 베이 샌즈호텔 근처란 말인데, 왜 난 이 곳을 갈 생각을 안 했던 건지 아쉬움이 남는다. 싱가포르는 그냥 가볼만한 여행지라고 하면서 이 곳은 꼭 가봐야 할 곳이라고 얘기하는 건 역설이니, 싱가포르 여행에 대한 소감을 고쳐야겠단 생각이 문득 든다.

필자 김정훈

연애만 한 여행이 있으리. 연애 & 여행 칼럼니스트 tvN 드라마 <미생>, OCN <동네의 영웅> 보조작가, 책 <요즘 남자, 요즘 연애>, <연애전과>의 저자

2018.02.26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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