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라멘의 시작은 중국집이라고?

[푸드]by 클룩 KLOOK

하코다테에서 만난 인생 라멘집, 세이류켄

하코다테 인생 라멘맛집, 사이류켄

일본 하면 떠오르는 요리 중 하나는 라멘(ラーメン,ramen)이다. 돼지나 닭의 뼈를 오랜 시간 푹 끓여 만든 국물, 적당히 오동통해 씹는 맛이 있는 면발, 반숙과 완숙의 중간 어디쯤으로삶아낸 온천계란과, 짭짤하고 부드러운 차슈. 정성스레 만들어낸 라멘 한 그릇을 먹고 나면, 이건 그저 ‘음식’이 아닌, 분명한 ‘요리’라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이 일본라멘의기원이 중화요리라는 걸 아는지. 일본라멘의 모태가 된 음식은 중국의'란저우라몐(蘭州拉麵)' 이다. 일본 내의 중화요리 집에서 파는 중화소바가 현지 식으로 맞게 계량된 것이 우리가 지금 먹는 일본라멘이다. 때문에 일본 내 유명한 라멘 맛집 중 몇 곳은 중국집인 경우가 많다. 오늘 소개하려고 하는 나의 인생 라멘집, 하코다테의 세이류켄(星龍軒) 역시 마찬가지다.

일본 라멘의 시작은 중국집이라고?

일본엔 각 지역별로 그지역을 대표하는 라멘이 있다. 홋카이도의 경우엔 삿포로는 미소라멘(된장베이스 국물), 아사히카와는 소유라멘(간장 베이스 국물), 그리고 하코다테는 시오라멘(소금 베이스 국물)이다. 세이류켄은 당연히(?) 시오라멘으로유명한 맛 집이다. 대중적으로 가장 많이 소비되는 일본라멘인 돈코츠라멘과는 확연히 다른 맛 이다. 돈코츠라멘이 돼지 육수를 베이스로 한 묵직하고 걸쭉한 라멘이라면, 시오라멘은닭 육수를 베이스로 소금으로 간을 한 깔끔한 라멘이다. 그래서 일본 라멘 특유의 느끼함을 싫어하는 사람이라해도시오라멘 정도는 충분히 도전해 봐도 좋을 것 같다.

일본 라멘의 시작은 중국집이라고?

사진 출처: http://www.seiryuken.com/

세이류켄은 트립어드바이저에서 하코다테 음식점 1위의 영광을 차지하기도 한 곳 이다. 하코다테역에서 5분 거리에 있는 작은 중화요리 집인데, 항구 냄새가물씬 풍기는 도로를 조금 걷다보면 나오는 한산한 골목에 위치하고 있다. 멀리서부터 하얀 외벽에 붉은색간판이 맛집의 포스를 풍기고 있으니 찾기는 어렵지 않다. 식사시간에 가면 거의 무조건 긴 줄이 늘어서있으므로 그냥 지나칠 일은 없을 거다. 역에서 가깝다는 좋은 접근성도 인기에 한 몫 하지 않을까 하는생각이 문득 든다.

 

줄이 길다 해도 조금만기다리면 된다. 라멘집은 다행히 회전율이 빠르니까. 내부는카운터 석 몇 개와 테이블석이 몇 개가 전부다. 외부에서 예상되는 것과는 다르게 생각보다 내부가 넓지않다.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이 있긴 하지만 그 곳 까지 활용하고 있는지는 알 수 없었다. 내부의 인상을 한 마디로 얘기하자면 ‘깔끔’ 이다. 건물의 하얀 외벽만큼이나 상당히 깔끔하다. 흔히 일본라멘집이나 중국집을상상하면 연상되는 꼬릿한 육수의 냄새, 어딘지 모르게 미끌미끌 할 것 같은 바닥이 없다.

일본 라멘의 시작은 중국집이라고?

사진 출처 : https://www.flickr.com/photos/jseita

다른 여느 맛집과는 달리현지인 손님의 비율이 훨씬 많은 모습도 재밌다. 관광객들이 20, 현지인이 80 정도의 비율이랄까? 특히 한국인 관광객들은 거의 볼 수 없는데, 아마도 한국인들에겐 ‘아지사이’라는 라멘집이 더 알려져 있기 때문 인 것 같다. ‘아지사이’는 하코다테의 시오라멘이시작된, 80년이 넘는 역사를 갖고 있는 원조 격 라멘집이다. 그런데아지사이의 인기는 확실히 하향세다. 체인점 화 되고 인스턴트 라면까지 출시하며 규모가 커지긴 했지만맛집의 빛은 오히려 잃어버렸다. 물론 여전히 아지사이를 여전히 사랑하는 사람도 많지만, 개인적으로는 세이류켄의 시오라멘이 훨씬 만족스러웠다. 거기다 아지사이라멘은 하코다테가 아닌 홋카이도의 다른 지역에서도 맛 볼 수 있으니(물론 본점의 맛이 체인점과는 다르겠지만), 여행객들에게도 세이류켄을 더 추천하는 바이고.

일본 라멘의 시작은 중국집이라고?

사진 출처: http://www.seiryuken.com/, 메뉴 자세히 보기

세이류켄은 중화요리 집인만큼 메뉴가 정말 다양하다. 하지만 전부다 일본어로 적혀 있단 점은 아쉽다. 물론 그런 점이 더 맛집으로 보이게 하는 매력이긴 하지만, 영어정도라도 적혀 있다면 더 좋을 듯싶다. 가장 인기 있는 메뉴는 역시 시오라멘, 그리고 교자와 볶음밥이다. 소유라멘도 먹어봤는데 꽤 괜찮다. 라멘의 가격은 580엔 이다. 삿포로라멘 맛집의 700~900엔 가격대에 비하면 상당히 저렴하다. 세트메뉴도 있다. 라멘과 볶음밥 셋트가 830엔이니 양이 많은사람은 세트 메뉴를 시키는 것도 좋다. 솔직히 말해 교자와 볶음밥의 맛은 보통이다. 맛이 없지도 않고 탄성이 나오지도 않는, 그래도 일정 수준 이상에도달해 있는 그런 맛 이다. 가격이 저렴하므로 기대 없이 주문하면 만족감을 얻을 수 있겠지만.

 

주문이 들어가면 오픈된주방에서 쉴 틈 없이 일하는 요리사분들을 볼 수 있다. 얼마의 시간이 지나지 않아 마침내, 그 요리사 분들의 손에서 탄생된 맛있는 시오라멘이 서빙 된다. 촉촉한차슈에 신선한 멘마토핑, 생강파우더 맛이 약간 묻어난 담백한 닭육수 국물, 홋카이도의 여느 라멘집에서 볼 수 있는 오동통한 면발이 아닌 기본 생면 정도의 담백한 면발. 그 모든 것의 조화가 ‘심플’ 그 자체의 맛을 자아낸다. 더 이상의 맛을 묘사하는 건오히려 사족일 듯싶으니, 직접 방문해 보길 권한다.

일본 라멘의 시작은 중국집이라고?

세이류켄 예찬을 펼쳤으니아지사이와의 비교에 대해 한 번 더 얘기하고 끝을 맺어야 할 듯싶다. 간단히 얘기하자면, 세이류켄의 시오라멘이 덜 짜고 더 담백하다. 그러니 일본라멘 특유의느끼하고 짭짤한 국물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아지사이가 더 낫단 얘기를 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돈코츠라멘이‘풍부’함으로 승부를 건다면, 시오라멘의 매력은 ‘심플’이라고 생각한다. 가게 모양과 내부까지 심플함으로 무장한 세이류켄의시오라멘은, 적어도 내게 있어선 인생 최고의 시오라멘 이었다.

 

아, 월요일과 일요일은 휴무다. 화요일에서 토요일까지, 영업시간은 11시부터 17시까지다. 영업시간이 6시간 밖에 되지 않고 준비해놓은 국물이바닥나면 일찍 문을 닫는다고 하니 가능하면 일찍 방문하길 권한다.

필자 김정훈

연애만 한 여행이 있으리. 연애&여행 칼럼니스트, tvN 드라마 <미생>, OCN <동네의 영웅> 보조작가, 책 <요즘 남자, 요즘 연애>, <연애전과>의 저자

2018.11.24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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