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 북돋아 주며 자라는 ‘숲의 여왕’

[여행]by 걷기여행길
서로 북돋아 주며 자라는 ‘숲의 여왕

자작나무는 추운 나라에서 잘 자라는 ‘숲의 여왕’이다. 푹푹 빠지는 눈밭에서 ‘눈의 여왕’처럼 고고한 모습은 이국적 정취를 물씬 풍긴다. 그동안 우리나라에서는 드넓은 자작나무숲을 볼 수 없었다. 시베리아의 광활한 자작나무숲, 핀란드 산타마을의 자작나무숲, 백두산의 자작나무숲 등은 동경의 대상이었다. 그런데 우리나라에도 멋진 자작나무숲이 있다. 인제 원대리에는 산림청에서 수십 년 가꾼 자작나무가 가득하고, 그 숲을 천천히 거닐며 은은한 분위기를 만끽할 수 있다.

서로 북돋아 주며 자라는 ‘숲의 여왕

자작나무의 연초록 그늘이 드리워진 숲은 환상적인 분위기를 물씬 풍긴다.

산림청에서 20년 넘게 가꾼 자작나무숲

자작나무는 북위 45도 위쪽에서 잘 자란다. 백두산이 북위 42도쯤이니 우리 땅에서 자생하는 자작나무는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하지만 강원도 깊은 산골과 태백산 일대에는 자작나무가 제법 군락을 이룬다. 하지만 이를 제외한 자작나무는 대부분 사람들이 기른 것들이다. 대부분 군락을 이루며 자라는 것도, 사람의 발길이 닿기 어려운 급경사의 비탈면에 조성된 것도 이 때문이다.

 

인제 원대리와 수산리에 자작나무 군락지가 있다. 수산리 군락지는 접근이 불편하지만, 원대리는 상대적으로 교통이 편하고 숲 한가운데로 산책로 나 있어 좋다. 원대리 자작나무숲은 원래 인제국유림관리소가 산불 확산을 막기 위해 1974~95년까지 41만 평에 69만 그루를 심어 조성한 것이다. 그중 7만 5천 평을 일반인에게 개방했다. 개방 이후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고, 지금은 강원도 인제를 대표하는 명소 중 하나로 자리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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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도가 이어지는 출발점. 감시초소에서 방명록에 인적사항을 적고 들어간다.

인제 원대리는 수도권에서 의외로 가깝다. 서울춘천고속도로를 나와 44번 국도를 타고 가다가 소양강이 보이기 지점에서 원대리 이정표를 보고 우회전해 15분쯤 가면 나온다. 원대리에 도착하면 곧바로 자작나무숲이 펼쳐지는 건 아니다. 자작나무숲을 보려면 산림청이 운영하는 초소에서 자작나무숲까지 3.5㎞ 임도를 걸어야 한다.

 

초소에서 인적사항을 적었으면 출발이다. 초소에서 임도를 따라 100m쯤 오르면 갈림길이 나온다. 어느 곳을 선택해도 자작나무숲을 만나는데, 오른쪽 임도로 올랐다가 왼쪽 임도로 내려오는 것이 좋다. 흔히 오른쪽 올라가는 임도를 윗임도, 왼쪽 내려오는 임도를 아랫임도라고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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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시초소를 지나면 윗임도와 아랫임도 갈림길이 나온다. 윗임도로 올라 아랫임도로 내려오는 코스가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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윗임도길은 차도와 인도를 분리했다.

갈림길부터 구불구불 완만한 오르막이 이어진다. 임도의 곡선을 따라 서너 번 모퉁이를 돌면 드디어 산비탈에 도열한 자작나무가 나타난다. 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쭉쭉 뻗은 흰 나무들이 신비롭다. 자작나무를 만나면 기분이 좋아지고 발걸음에 힘이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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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도가 끝나면 길게 휘어진 길을 따라 자작나무숲으로 들어간다.

초소를 출발한 지 1시간쯤 지나면 드디어 자작나무숲을 만난다. 입구에 ‘속삭이는 자작나무숲’이라고 새겨진 나무 조각상이 서 있다. 숲에는 은은한 노란빛 단풍을 매단 미끈한 나무들이 도열해 있다. 자작나무숲으로 들어서면 제법 너른 광장이 나타난다. 광장의 자작나무 의자에 앉아 잠시 쉬는 시간을 갖자. 이곳의 시간은 게으르고 평화롭게 흐른다.

누워 자작나무와 하늘 바라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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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작나무숲으로 들어서면 숲 유치원이 나온다.

광장에서 잠시 숨을 돌렸으면 이제 자작나무숲을 즐길 차례다. 이곳에는 세 개의 탐방로가 있다. 1코스 자작나무코스(0.6㎞), 2코스 치유코스(1.5㎞), 3코스 탐험코스(1.6㎞). 그중 1코스와 3코스를 연결하는 것이 좋다. 2코스는 자작나무가 없는 산길을 올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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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작나무숲에 들어서면 강한 햇살도 부드러워진다.

광장에서 1코스와 3코스가 갈린다. 오른쪽 1코스를 따르면 울창한 자작나무숲으로 빨려 들어간다. 자작나무숲 전체를 통틀어 가장 크고 미끈한 나무들이 도열해 있다. 오솔길 따라 야트막한 언덕에 오르면, 너른 공터가 나온다. 여기서 잠시 누워 자작나무 위로 펼쳐진 하늘을 감상하기 좋다. 푸른 하늘을 향해 뻗어 오른 자작나무의 자태가 우아하다. 숲에 부는 바람이 자작나무 잎사귀 한 줌을 하늘에서 떨어뜨린다. 팔랑팔랑 나뭇잎이 날리고, 시간은 숲 안에서 정지된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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윗임도를 걷다 보면 종종 넓은 조망이 열리며 점봉산 일대가 시원하게 펼쳐진다.

공터를 지나면 작은 전망대에 오른다. 앞쪽으로 산사면을 빽빽하게 수놓은 자작나무들의 독특한 조형미가 멋지다. 자작나무는 무리 지어 자란다. 홀로 자랄 수 없기에 서로 적당한 거리에서 받쳐주고 서로 북돋아 준다고 한다. 함께 살아가는 법을 아는 기특한 나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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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산은 3코스를 따르는데, 중간에 작은 계곡을 만난다.

전망대를 지나면 임도를 만나고, 자작나무숲 입구가 나온다. 다시 광장에 이르러 이번엔 왼쪽 3코스를 타고 내려간다. 호젓한 숲길은 시나브로 자작나무가 사라지면서 작은 계곡이 나타난다. 졸졸 흐르는 계곡을 따라 한동안 내려가면 임도를 만난다. 이곳이 출발점인 초소로 이어지는 아랫임도다. 아랫임도는 차가 다니지 않고, 군데군데 시원한 조망이 열린다. 구불구불 완만한 내리막을 2㎞쯤 따르면 초소를 만나면서 걷기가 마무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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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발점으로 돌아가는 아랫임도는 차가 다니지 않아 좋다.

코스요약

  1. 원대리 임도 입구∼윗 임도~자작나무숲1,3코스~아랫임도~임도 입구 (8㎞, 3시간)

교통편

  1. 대중교통이 없어 자가용을 이용해야 한다. (인제군 인제읍 원대리 763-4)

TIP

  1. 자세한 코스정보 : http://www.koreatrails.or.kr/course_view/?course=1680
  2. 화장실 : 입구 주차장, 자작나무숲 입구
  3. 식사 : 중간에 식당이 없다. 도시락을 준비하는 게 좋다.
  4. 길 안내 : 안내판과 이정표가 잘 설치되어 있다. 산불조심 입산 통제 기간은 2.1~5.15일과 11.1~12.15일이다.
  5. 코스 문의 : 인제국유림관리소 033-460-8036

글, 사진: 진우석 '여행작가 mtswamp@naver.com'

2017.07.17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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